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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S May 22. 2019

일이 너무 많은데, 나는 무슨 일부터 해야 할까

일의 우선순위 매기기

"이건 판타지예요. 현실에선 있을 수가 없쥬."


이젠 누구보다도 핫한 셀럽이 된 백종원 씨의 코멘트. 인기 TV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그는 초보 음식점 주인의 교육을 위해 한 가지 실험을 제안한다. 음식점 주인에게는 실제 손님인 것처럼 속이고, 실험 조를 A와 B 둘로 나누어 투입한다. A조는 바로 '이상적인 장사 체험'. 첫 손님이 음식을 한 가지 메뉴로 통일해서 주문하고, 메뉴가 다 완성되면 그다음 손님이 들어가서 또 한 가지로 통일된 메뉴를 주문하는 식으로, 음식점 주인에게는 편안하고 이상적인 장사 환경을 제공한다. 당연히 음식점 주인은 '너무 쉬운데? 나 체질인가 봐.'라는 반응을 보이며 즐긴다. 그리고 시작된 B조 실험. B조는 바로 '실전 장사 체험'. 손님들이 여럿이 우르르 들어가서 각자 다른 메뉴를 정신없이 주문한다. 그 주문을 받고 어느 것을 먼저 조리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다음 손님들이 계속 밀려 들어와 처리하지 못한 주문은 계속 쌓이고, 결국 초보 장사꾼인 음식점 주인은 패닉에 빠지게 된다. 결국 이 실험의 마무리는, 쏟아지던 주문에 영혼이 빠져나간 듯 망연자실한 그의 표정과 함께.


이상적인 장사와 실전 장사의 차이 [사진 1]




직장 생활은 다를까? 백종원 씨의 실험 A조와 같은 세상에서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적당히 할만한 미션이 하나 오고, 다음 미션은 이전 미션이 다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고. 안타깝지만, 보통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앞선 '20. 정리하면서 일하는 게 결국 빨리 일하는 방법'에서도 언급했지만, 일은 하나씩 순서대로 오지 않는다. 어떻게 해결해야 될지 막막한 일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진다. 하나를 해결하기도 전에 두 가지 일이 더 오고, 네 가지 일이 더 온다. 은행 번호표라도 뽑아서 주고 싶은 심정인데, 그럴 수 없음에 나는 오늘도 가슴속으로 울면서 집에 간다.



우선순위 사분면으로 내 업무를 분류하기


스티븐 코베이의 우선순위 사분면


위의 우선순위 사분면은 한 번쯤 접했을 사람들이 많으리라 생각된다. 요는 중요한 일과 중요하지 않은 일, 급한일과 급하지 않은 일이라는 기준으로, 모두 네 가지의 일로 분류를 하는 것인데, 단순해 보이지만 일에 있어서 핵심적인 기준이라 할 수 있다. "아닌데? 내가 하는 일은 하나도 안 빼고 전부 다 똑같이 급하고 완전 중요한데요?"라고 생각하는 이가 있다면...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겠다. 물론 다 중요하고 급한 일이겠지만, 업무를 그래도 잘 나눠보면, 저 기준으로 분류가 될 수 있다.(그리고 돼야만 한다.. 안 그러면... 아... 눈물이...) 그럴 때, 나에게 커다란 스트레스였던 업무가 중요하지도, 급하지도 않은 일로 분류될 때의 짜릿하게 느껴지는 희열은 덤으로 간직하자. 

나는 주초에 그 주에 해야 할 업무를 미리 정리하면서, 우선순위도 함께 분류한다. 


예를 들면, 주간회의 업무 보고라던가, 내일 당장 마감인 신규사업 파트너사 후보 선정 제출과 같이 마감시간이 코앞으로 잡혀 있으면서, 내 업무의 진행이나 결과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일들이 '급하면서도 중요한 Q1'에 분류가 된다. 이런 일들은 시간은 너무 많이 투입하지 않으면서도, 내 손에 업무가 들어오는 대로 되도록 빨리빨리 처리한다. 반면 '급하진 않지만 중요한 Q2'는 길게 보았을 때 내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나의 연간 업무 목표와 관련된 조금은 호흡을 길게 가져갈 수 있는 업무 플래닝이 포함되는데, 나의 예를 들면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네트워킹 세션, 파트너사 대상 강연, 워크숍이라던가, 구글 내의 타 부서의 Guru들과의 새로운 아이디어, 배움을 얻기 위한 1on1 미팅 같은 것이 있다. 이처럼 지금 당장 급한 일은 아니지만, 나의 업무 수행을 위해, 추후 반드시 도움이 되는 일들이 여기에 속한다. 반면 '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Q3'의 경우는 흔히 Q1과 혼동하기 쉬운데, 사분면 접근이 큰 의미를 지니는 이유라고도 할 수 있다. 업무란 게 다 급하다고는 하지만, 내게 있어 다 중요한 것은 아닌데, 난 이 기준을 내 업무 진행에 결정적인 영향을 직, 간접적으로 미치느냐를 보곤 한다. 급하고 내 업무와 연관이 있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이건 내가 안 해도 대세에 영향을 안 미치고 잘 굴러갈 일들이 알게 모르게 있는 것이다. 나의 경우는, 각종 유관부서의 정례 회의들이 대표적이다. 매주 많은 주간/격주간 회의들이 있는데, 그중에서 내가 관련된 안건이 없어서, 내가 굳이 매주 참석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 이런 경우는 안건을 미리 검토하여, 내가 회의에서 어떤 기여를 해야 하고, 내가 얻어야 하는 결론이 무엇인지를 확인한다. 그렇게 해서, 나를 필요로 하거나 내가 필요한 경우가 아닌 경우에는 사전에 양해를 구해, 더 급한 업무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하나의 요령이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함으로써, 반드시 내가 기여해야 하는 미팅, 내가 필요한 미팅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는 순기능도 얻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중요하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은 Q4'는, 과감하게 정리하자. 사실 업무 중에 중요하지도, 급하지도 않은 일은 찾기가 더 어려우니, 만약 찾았다면 감축드리옵니다.



일은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네, 맡길게요. 감사합니다. [사진 2]


업무를 하다 보면 종종 도저히 해결책이 보이지 않아서, 손에 붙들고 오랫동안 진전을 못 시키는 일들이 있기 마련이다. 더욱이 이 업무가 Q3와 같은 '급하지만 내게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면? 안 그래도 더 급하고 더 중요한 일도 많은데, 이렇게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업무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보면, 나는 생각한다. 'Guru님, 어디 계시나요?'

업무는 보통 다양한 유관 부서의 사람들과 함께 엮여 있고, 해당 업무의 중요성과 긴급성은 각 사람과 부서에 따라 천양지차일 것이다. 내가 모든 일을 척척 해내면야 당연히 좋겠지만, 그렇게 안 되는 게 우리네 인생 아니겠나. 내가 진짜 이 업무가 감당이 안된다 생각이 들 때에는, 회사 입장에서 보았을 때 이 일을 누가 하는 것이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지, 누구에게 가장 큰 의미를 가지는 지를 고민해야 한다. 모든 일을 내가 붙들고 해결하려다가 업무 해결의 골든 타임을 놓칠 일이 아니라, 효율적으로 일을 분배하고, 협업하는 것도 업무 능력이다. 그리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엮이다 보니, 내게는 큰 의미가 없는 일일 수도 있지만, 어떤 누군가에겐 자신의 성과를 하이라이트하여 팀에 알리기 위해 직접 해야만 하는 일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쏟아지는 업무의 폭우 속에서 항상 명심해야 하는 것은, '일을 되게 하는 것'이다. 

예전의 다른 글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일이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다.' 


수많은 문제는 내 앞에서 벌어지고, 그 문제들이 나 때문에 엉키거나 지체되지 않고 해결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에, 업무의 우선순위를 나누고, 하나씩 해결을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해결을 못하더라도, 어느 팀이, 그리고 누가 이 일을 하는 것이 조직의 입장에서 가장 리스크가 적고, 의미가 있을지를 고민하여 분배하는 것이 해결 방식의 하나인 점을 명심해둔다면, 나 개인으로서도, 그리고 조직의 입장으로서도 업무가 멈춰버리는 당황스러운 일은 조금 더 줄어들 것이다.



 

좀비 떼가 업무처럼 몰려와요 - 게임 '하우스 오브 데드 4'


"으아악!! 죽어!! 아 쫌!! 죽어!!"


예전에 친구들과 영화 보러 가면, 시간 때우려 그 앞 오락실에서 게임을 많이 했었다. '하우스 오브 데드'라는 제법 인기 있던, 좀비가 나오는 1인칭 슈팅 게임이 있는데, 직접 총을 들고 두 명의 플레이어가 함께 게임을 하는 방식이다. 친구와 함께, 이 게임을 하다 보면 수많은 좀비 떼가 떼거지로 몰려드는 데, 어느 녀석 먼저 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다가는 좀비에게 물려서 내 소중한 돈이 게눈 감추듯 사라져 버리곤 했다. 업무처럼 몰려오는 좀비 떼는 결국 나한테 제일 먼저 달려오는 녀석(Q1)을 처리하고, 저 멀리서 나한테 천천히 오는 좀비들(Q2)을 처리하는 게 오래 게임할 수 있는 비결이었다. 내 친구한테 뛰어 오는 그 좀비(Q3)는 친구에게 맡기자. 그 친구한테는 그 좀비가 Q1일 테니까. 나보다 잘 처리하리라 믿어본다.

그러다가 그 친구 물고 나도 물면 안 되니, 여유 생길 때마다 도와주는 건 잊지 말고.







표제 사진 출처: www.freepik.com/premium-photo/pile-unfinished-documents-office-desk_4477735.htm


사진 1 출처: 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


사진 2 출처: 만화 '슬램덩크' (Takehiko Ino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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