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 때문에 중요한 걸 잃지마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친구다
-정신분석 전문의 성유미-
나이가 들수록
알아갈 사람보다
알아온 사람과의 관계가 더 어렵다.
새로운 사람은
0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기본값이 없다.
서로에게 저장된 케이스가 없으니
내가 상처 받지 않을
최적의 매뉴얼로 상대를 대하면 되니까.
(물론 이것도 무척 어렵지만)
알아온 사람은 다르다.
내 안에 이미 많은 케이스가 저장돼 있다.
알고리즘에 따라 기대도 하고, 예상도 하게 된다.
내가 만든 기대치에 상대가 부응할 이유는 없지만,
이전과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볼 때 문제가 생긴다.
왠지 모를 배신감이 형성되고 알던 사람보다
더 모르는 미지의 사람이 돼버리는 시점이다.
최근. 17년 지기
친구의 무시무시했던 무시 때문에
나와 무시무시했던 사투를 보냈다.
이용당했다는 기분에 잠 못 이루고,
참-굳이 받지 않아도 될 상처까지
이중삼중으로 떠안고 3일간 마음고생을 했다.
모르는 이만 못하다는 말이 이럴 때 적용된다.
믿었던 사람에게 예상치 못한 반응을 받게 될 때.
그 반응이 나를 아프게 할 때.
모르는 사람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다고 느낄 때.
그래서 나를 주저앉히게 할 때.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세 번째 되는 시점이 오면,
쾅! 망치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 들게 된다.
하지만 그 기분이 내 하루를 망치게 둘 순 없었다.
친구라는 이름의 그녀는
내 무엇이 필요하면 혜성처럼 나타났다가
자신의 필요가 끝나면 바람처럼 사라졌다.
'나' 보다 내 '무언가'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인가?
이제 17년 된 그 친구는
생각이 뻔히 읽히는 뻔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여건이 달라진다 해도
또 다른 형태의 섭섭함을 줄 거라는
그 뻔한 진실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거다.
타인은 지옥이다. 사르트르의 말이다.
나를 포함.
인간은 누구나 최후의 순간이 오면
결국, 자기 이익을 따질 수밖에 없다.
타인 역시 나와 같은 것을 원하니까.
난 친구와 관계를 끊어야 할까?
애매모호할 때는
차근차근 적어 보는 것도 도움이 됐다.
성유미 정신분석 전문의는 저서를 통해
이 관계를 유지할 때 얻을 이익과 손실에 대해
적어보라 했다. 손실이 이익보다 눈에 띄게 크다면
오랜 관계에 변화를 일으킬 때가 된 거라고.
받을 것 받고 줄 것 주는 관계가
더 오래가며 편한 사이로
나아갈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
이제껏 너를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정신분석 전문의 성유미
친구가 밉다가도
시간이 지나 격한 감정이 가라앉자,
함께 보내온 시간이 떠올랐다.
순간의 사소한 감정 때문에
소중한 추억을 미움으로 덮을 뻔했다 생각하니
아찔한 것이다.
좋은 기억은 좋은 기억대로 두고,
함께한 시간을 허무하게 보내고 싶지 않았다.
오래된 친구에게 뒤통수를 맞아도
그 친구가 나를 우습게 봐도 그러려니.
이것도 경험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는 게
훨씬 더 나은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관계에서 겪는 아픈 과정들도
이 또한 내 삶에 필요한 양분이 되겠지.
이번 일로 확실해진 게 있다.
나의 감정과 나를 지켜줄 사람은
오직 나 자신뿐이라는 것.
그리고 인간은 결국 혼자라는 것.
동시에 혼자만 사는 게 아니라는 사실도.
이 진리를 인정하고 살아간다면
앞으로 살아가는 삶의 방식과 태도가
훨씬 나아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호구라 불러도
난 호구호구 잘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