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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bae Nov 27. 2018

파리의 관람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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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주리는 원래 오렌지를 키우기 위한 겨울 온실이었단다.  

이미 나는 거대한 튈르리 정원을 모두 가로지른 뒤였기 때문에 춥고 건조하고 지쳐있었다. 


파리는 상상만큼 로맨틱하지 않다. 

걷는 곳마다 온몸을 둘둘 멘 사람들에 치인다. 나는 초보 동양인 관광객이라, 내로라하는 관광지에만 존재했고 항상 치였다. 나처럼 지갑 또는 카메라를 몸에 동여 멘 이들 또는 군중 속에 우뚝 솟은 거대한 배낭들은 언제나 있었기 때문에.  


오랑주리가 달랐던 점은 퉬르리정원을 가로질렀다는 거다.  


커진 공간에서 나는 좀 덜 뒤척이고, 좀 덜 당황하며 도착할 수 있었다.  

건물은 단조로웠고, 모네 수련을 보기에는 조금 피곤했다.  


깊이 있는 실픔이 있는데 .. 묘하게 강아지 눈빛마저 슬프다. 전혀 닮지 않았다. 심하다.. 


미술관은 크거나 요란하지 않았지만 정갈하게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흘러넘치는 이야기들은 이해할 수 없는 문자들로 이뤄져 있어 나는 오롯이 그림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믿길지 모르겠지만 이 눈빛이다. /마리 로랑생 (Marie Laurencin, 1883-1956)코코샤넬의 초상화 (Portrait of Mademoisells Chanel)

마리 로랑생은 여자다. 

지금만큼 혹은 더 가혹하게 드문 '여자'화가. 독보적인 화풍으로 존재하고- 1,2차 세계대전을 가로지르며 뜨겁게 사랑하고 헤어지고 사랑했던 사람이다. 

이 그림은 코코샤넬을 그린 거고, 정작 코코샤넬은 이 그림이 맘에 들지 않아서 작가 소장품이 되었다고 한다. 


“나를 열광시키는 것은 오직 그림이며, 그림만이 영원히 나를 괴롭히는 진정한 가치이다.” - 마리 로랑생


왜그렇게 눈이 슬퍼보였는지, 저 그림이 왜 코코샤넬인지 눈과 입꼬리를 그리면서 알 거 같았다. 
1935 코코샤넬 , 마리 로랑생에 그림에서 딱 12년 후 


1. 

18년 3월까지 국내 최초로 마리 로랑생 전시가 있었다. 

https://www.sacticket.co.kr/SacHome/exhibit/detail?searchSeq=30917

인간적으로 예술의 전당 너무 멀어서 갈 수가 없다.. 


2. 

위에 남자 그림은 섕 수틴(chaim soutine)의 그림이다. 

마리 로랑생도 쌩 수틴도 모두 과감한 색감을 쓰는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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