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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생각 Sep 27. 2023

발자국 소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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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휼


그때 나는 뜨거워지고 있었다

무대는 들끓었고 노래는 완벽했다

마지막 후렴이 시작될 즈음

한 가닥 빛이 나를 뚫고 지나갔다

주저앉아 구멍 난 몸과

사라지는 빛의 꼬리를 바라보았다

무작정 빛을 따라갔다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 채

북서풍이 부는 거리를 종일을 걸었다

부르튼 발에 꽈리처럼 물집이 부풀어 올랐다

허방 같은 물컹한 집을 터트리자

고여 있던 무성음들이 쏟아져 나왔다

울음이 다 빠져나간 폐허의 집

한 점 메아리도 남지 않은 헌 집

한참을 웅크리고 앉아  

멈추어도 흔들리는 것들을 생각했다

전 생을 걸고 바라만 보던 태양 아래서

까맣게 박힌 울음의 씨앗을 묻고

해바라기는 늙어가고 있었다

바람은 다른 계절을 품고 불어왔다

목마름쯤은 들숨으로 받아내는 순전한 그와

그림자를 잇는 길에 몸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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