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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생각 Oct 02. 2023

버킷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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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휼


내 오늘 고백하지만

늦기 전에 마음 쉬어가는 정원을 갖고 싶어

가만히 있어도 충만해지는

타샤의 정원을 나도 갖고 싶어

눈 닿는 곳에서 핀 목련에 울고

사이프러스 몇 그루로 기품을 세워주는 정원

꽃 문이 열리는 걸 보느라 허리가 굽어져도 좋겠어

이름 없는 것들에게 종일 나를 다 내어주고

풀 향기는 내 빈 곳으로 들여 놓겠어

등나무 꽃을 내려 보랏빛에 젖어 드는 계절이면

화음아래 앉아 눈자리 나도록 먼 곳을 바라보고도 싶어

일 년 삼백 육십오일

꽃으로 피는 영혼을 공손한 마음으로 받아

피어나는 일에 쓰다듬을 주고 싶어

먼 곳의 당신이 오는 날이면 언덕아래 호수를 찾아

조각배 띄워 보내며 작은 자의 행복을 빌고도 싶어

 

그러다 산 너머 무지개 뜨는 날

점 하나 흔적으로 남기며

절정에서 고요히 지는 꽃들과 흩어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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