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 소네트
김휼
그때 나는 뜨거워지고 있었다
무대는 들끓었고 노래는 완벽했다
마지막 후렴이 시작될 즈음
한 가닥 빛이 나를 뚫고 지나갔다
주저앉아 구멍 난 몸과
사라지는 빛의 꼬리를 바라보았다
무작정 빛을 따라갔다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 채
북서풍이 부는 거리를 종일을 걸었다
부르튼 발에 꽈리처럼 물집이 부풀어 올랐다
허방 같은 물컹한 집을 터트리자
고여 있던 무성음들이 쏟아져 나왔다
울음이 다 빠져나간 폐허의 집
한 점 메아리도 남지 않은 헌 집
한참을 웅크리고 앉아
멈추어도 흔들리는 것들을 생각했다
전 생을 걸고 바라만 보던 태양 아래서
까맣게 박힌 울음의 씨앗을 묻고
해바라기는 늙어가고 있었다
바람은 다른 계절을 품고 불어왔다
목마름쯤은 들숨으로 받아내는 순전한 그와
그림자를 잇는 길에 몸을 맡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