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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생각 Oct 01. 2023

저녁은 숙우

저녁은 숙우

저녁은 숙우 *  

   

김휼
  
 여러 날 계속하여 비가 내렸다
 젖은 마음으로 길을 잃고 흐르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한 길을 만났다
 집으로 가려면 조금은 더 돌아서 가야 했지만
 얼마간 따뜻한 위로가 필요했으므로
 그날 이후 먼 길은 집으로 가는 길이 되었다
 강물은 흘러 누군가의 마음에 닿으려 하고
 몇몇 사람들 둑을 따라 걸었다  
 파랑 치는 물결을 잠재우는 물오리들
 강 건넛마을 외딴집에서는
 잊혀진 기억 같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울음을 다 뱉어낸 갈대의 빈 울대 사이에서
 노을은 붉게 흔들렸다
 저녁은 물 식힘 그릇 같다 했던가
 허공 가득 끓어올랐던 하루가 가라앉고 있다
 마음자리를 닦고 강을 벗 삼아 마주 앉는다
 알맞게 식은 잔을 강 건너 산이 먼저 들이마신다


  *끓인 물을 식히는 대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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