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날 계속하여 비가 내렸다 젖은 마음으로 길을 잃고 흐르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한 길을 만났다 집으로 가려면 조금은 더 돌아서 가야 했지만 얼마간 따뜻한 위로가 필요했으므로 그날 이후 먼 길은 집으로 가는 길이 되었다 강물은 흘러 누군가의 마음에 닿으려 하고 몇몇 사람들 둑을 따라 걸었다 파랑 치는 물결을 잠재우는 물오리들 강 건넛마을 외딴집에서는 잊혀진 기억 같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울음을 다 뱉어낸 갈대의 빈 울대 사이에서 노을은 붉게 흔들렸다 저녁은 물 식힘 그릇 같다 했던가 허공 가득 끓어올랐던 하루가 가라앉고 있다 마음자리를 닦고 강을 벗 삼아 마주 앉는다 알맞게 식은 잔을 강 건너 산이 먼저 들이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