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
김휼
내 오늘 고백하지만
늦기 전에 마음 쉬어가는 정원을 갖고 싶어
가만히 있어도 충만해지는
타샤의 정원을 나도 갖고 싶어
눈 닿는 곳에서 핀 목련에 울고
사이프러스 몇 그루로 기품을 세워주는 정원
꽃 문이 열리는 걸 보느라 허리가 굽어져도 좋겠어
이름 없는 것들에게 종일 나를 다 내어주고
풀 향기는 내 빈 곳으로 들여 놓겠어
등나무 꽃을 내려 보랏빛에 젖어 드는 계절이면
화음아래 앉아 눈자리 나도록 먼 곳을 바라보고도 싶어
일 년 삼백 육십오일
꽃으로 피는 영혼을 공손한 마음으로 받아
피어나는 일에 쓰다듬을 주고 싶어
먼 곳의 당신이 오는 날이면 언덕아래 호수를 찾아
조각배 띄워 보내며 작은 자의 행복을 빌고도 싶어
그러다 산 너머 무지개 뜨는 날
점 하나 흔적으로 남기며
절정에서 고요히 지는 꽃들과 흩어지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