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네잎클로버를 발견한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려 하트 모양 잎의 네잎클로버다. 근거는 없으나 일반 네잎클로버 보다는 더 좋은 기운을 가져다줄게 분명하다. 나에게 불행이 불쑥불쑥 찾아올 때마다 나는 이것저것 행운을 담고 있을 법한 물건이나 징조에 집착한다. 언제부터인가 항상 돌고래 꼬리 목걸이를 지니고 다니는 이유이기도 하다. 때문에 아빠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가기 전 마지막 신호등을 기다리다 우연히 발견한 하트 네잎클로버는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큰 기쁨이었다.
얼마 전 혈뇨 증상이 있어 병원을 찾았던 아빠는 생각보다 검사 결과가 좋지 않아 수술까지 받게 되었다. 수술 후 만난 담당의사는 생각보다 상태가 더 심각하다며 방광암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암'이라는 단어가 주는 공포감은 대단하다. 간호사인 동생이 미리 귀띔을 해줬는데도 불구하고 그 단어를 들을 때마다 혹은 말할 때마다 눈물이 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입 밖으로 꺼내게 되면 진짜가 될 것 같아 주변에 최대한 알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몇몇 사람들에게는 이런 나의 상황을 말하게 되었다.
누군가는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방광암은 죽을 정도로 심각한 암도 아니고 완치율도 높다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라 말했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암이 아닐 확률이 설사 1%라고 하더라도 그 1%의 기적이 우리에게 일어날 것이라 믿고 싶었기에 나는 그의 위로에 대답하지 않았다.
'하늘도 무심하시지'라는 말만 계속해서 떠오르는 요즘 정말 하나님은 감당할 수 있는 고통만 내려주시는 걸까 의문이 든다. 그동안 내가 너무 평탄하게만 살아온 걸까 요즘 들어 살아가면서 겪어야 하는 굴곡들을 몰아서 받는 느낌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가족을 언제나 든든하게 지켜오던 아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 버린 건 우리 가족의 뿌리까지 송두리째 흔들어 버리는 느낌이라 더욱 힘들다.
최근 몇 년간 너무 많은 불행들을 겪어야 했던 나에게 또 우리 가족들에게 이번만큼은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