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36일 여행기
22.09.08
나폴리 -> 폼페이
폼페이 -> 포지타노
숙소 - Villa Verde (http://www.pensionevillaverde.it)
잠드는 건 이탈리아 시간에 맞춰졌는데 일어나는 시간은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평소에도 8시간은 자기에 활동량이 많은 여행 중에는 보통 더 많이 자는 데 아직 시차 적응을 하지 못해 5시에 일어나버렸다.
여행하며 러닝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기 때문에 이렇게 일찍 일어난 날 왠지 나가서 달려야 할 거 같았다. 배수비오 산 위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뛰니 나갈까 고민했던 내가 바보같이 느껴졌다. 뛰고 나서도 기분이 너무 좋아 일주일에 3번 정도는 뛰어야겠다고 다짐했지만 이것이 여행 중 첫 번째 러닝이자 마지막 러닝이었다. 헤헤. 약간의 변명을 하자면 여행을 할수록 걷기도 힘들 정도로 다리가 아팠고, 유럽 시차에 완전히 적응을 해 더 이상 일찍 일어나는 일이 없었다.
아침으로는 마트에서 산 샐러드와 파스타를 만들어 먹으려고 했다. 그런데 면을 익히는 데 30분이 넘게 걸린다기에 파스타랑 같이 먹으려고 했던 치즈와 관찰레를 샐러드에 넣어 먹었다. 어제 밀가루를 너무 많이 먹었더니 샐러드가 해독약처럼 느껴졌다.
오늘은 폼페이를 거쳐 포지타노로 가는 날이다. 어떤 곳은 안 가도 될 거 같은데 모두가 가서 왠지 안 가면 안 될 거 같은 곳이 있는 데 폼페이가 그런 곳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답게 티켓을 사는 곳에서부터 줄이 길었다. 폼페이까지 가는 기차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는데 그전 기차에는 사람들이 꽉 차있던 거로 보아 운이 좋았다.
고대 도시의 유적지를 가면 그 당시에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을까 상상을 하게 된다. 폼페이에는 보존 상태가 좋은 곳들이 있었기에 더 구체적으로 상상을 할 수 있었다. (왠지 나는 극장에서 무대를 만드는 사람이었을 거 같다.)
폼페이는 배수비오 산의 화산이 폭발하며 불어온 화산재로 도시가 멸망했지만, 화산재가 도시 전체를 덮어버렸기 때문에 보존이 잘 된 거기도 하다. 어떤 사람이 화산이 폭발한 날 북동풍이 불었다면 폼페이가 아닌 나폴리가 멸망했을 거라는 얘기를 했는데 자연 앞에서 인간의 역사가 결정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만약 그렇다면 나는 폼페이에서 숙박을 하고 나폴리 유적지를 구경하러 왔겠지.
! 폼페이까지 가는 기차에는 에어컨이 없기 때문에 가능하면 무조건 앉아서 가는 걸 추천한다. 앉아서 가는데도 땀이 났다.
! 폼페이 이름이 있는 역이 두 개 있는데 Scavi di Pompei역에서 내려야 유적지까지 걸어서 갈 수 있다.
! 역에 내리면 폼페이 티켓 오피스에는 사람이 많으니 여기서 미리 사고 가라는 상인들이 있는데 오히려 폼페이 티켓 오피스에 사람이 없었다.
! 폼페이 티켓 오피스 옆에 무료로 짐을 맡길 수 있는 곳이 있다.
폼페이에서 포지타노까지 가기 위해서는 폼페이에서 소렌토까지 기차를 타고 소렌토에서 포지타노까지 버스를 타야 된다. 소렌토에서 포지타노 가는 버스가 한 시간에 1번 있는데 사람이 많아 못 탈 수도 있다는 얘기가 많았다. 그런데 저녁 시간대라 그런지 다행히 한 번에 탈 수 있었다. 구불구불한 아말피 해변을 따라 포지타노로 가는 버스가 방향을 틀 때마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사진으로 본 것 이상의 감동이 있는 곳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하지만 포지타노는 아니었다. 분명히 사진으로 본 그 풍경과 똑같은 데 그 이상의 감정이 들었다. 한눈에 사랑에 빠졌고, 바라보고 있어도 또 보고 싶어지는 풍경이었다.
포지타노에서는 가격 때문에 숙소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숙박 플랫폼이나 에어비앤비에서 찾아봤을 때 괜찮은 곳은 최소 한 박에 30만 원이었다. 알고 보니 포지타노의 많은 숙소들은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 자체 웹사이트로 예약을 받고 있었다. 그렇게 며칠 동안 열심히 검색을 해 가격도 위치도 나쁘지 않은 곳을 찾을 수 있었다. 큰 테라스도 있어 숙소에서 쉴 때면 무조건 테라스에 나가 멍하니 포지타노를 바라보았다.
! 근처에 산이 있다 보니 모기가 많다. 테라스에 앉아 있고 싶다면 모기 기피제를 준비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