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36일 여행기
22.09.18
Palermo
아침 - Ke Palle
점심 - Antica Focacceria San Francesco
카페 - Dolce Capo
숙소 - Fz house
팔레르모로 가는 아침 비행기를 타야 해서 일찍 일어났다. 공항에 가기 위해서는 일단 바리 기차역에 가야 하는데 숙소 근처에서 기차역까지 가는 버스는 배차가 넓고, 심지어 정류장에 쓰여있는 시간도 맞추지 않아 긴장을 했다. 일부러 일찍 나갔는데 마침 버스가 바로 왔다. 이른 새벽이다 보니 이후로 아무도 타지 않았다.
라이언 에어를 예약했는데 허용된 무게에서 조금이라도 초과되면, 예약 확인증을 종이로 프린트해가지 않으면 추가 금액을 내야 한다 등 안 좋은 후기들이 있어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라이언 에어도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최대한 대면으로 해야 하는 절차를 제외했는지 짐 무게는 확인하지도 않았고, 보딩도 QR 코드로 가능했다.
비행기를 기다리며 바리 숙소 호스트에게 마지막 작별 메시지를 보냈다. 숙소에 나오기 전에 호스트가 좋아한다던 맥주를 깜짝 선물로 냉장고에 넣고 나왔는데 고맙고, 좋은 인생을 살기 바란다는 답장을 보내주었다. "Buona vita!", 짧지만 마음속에 오랫동안 남는 말이었다.
이번 여행에 시칠리아를 포함하기 전까지 나에게 시칠리아는 큰 감흥이 없던 곳이었다. 아름다운 곳이라는 건 알았지만, 언젠가 갈 거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아서였던 거 같다. 그래서인지 팔레르모에 도착해서도 시칠리아에 왔다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팔레르모는 시칠리아에서 가장 큰 도시로 바다 옆에 있다. 시내는 다른 이탈리아 남부 도시들과 비슷해 익숙했지만 섬이다 보니 풍경이 달랐다. 바다에서 섬 쪽으로 보니 큰 산들이 중간중간 있는데, 산 사이에 평지인 곳 사이로 도시들이 모여 있었다.
시칠리아는 지금까지 많은 나라들의 식민지였다고 한다. 그래서 팔레르모 대성당에서는 여러 종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성당의 겉 부분은 대표적으로 이슬람교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던데 안에는 일반적인 이탈리아의 성당이다 보니 밖과 안의 조화가 흥미로웠다.
팔레르모에서 유명한 길거리 음식 중 하나는 내장 버거이다. 보통 구워 먹는 내장을 햄버거의 재료로 사용한다니, 그 맛이 너무 궁금했다. 옆에서 힐긋 보니 낮은 온도에서 오랫동안 조린 거 같은 소 내장을 치즈 등의 재료와 함께 먹는 음식이었는데 내장은 순대 맛이랑 비슷했다. 그런데 이제 기름에 절여진 순대였달까. 그래서인지 처음 한 입을 먹었을 때는 맛있었지만 식으니 바로 느끼해졌다.
또 먹고 싶었던 길거리 음식은 야시장 거리에 있다던 곱창 구이였다. 팔레르모는 무려 백종원 님의 스트리트푸드 파이터에 나온 도시 중 하나였는데, 그 프로그램에서 백종원 님이 먹고 맛있다며 추천을 했었다. 좌판에서 파는 음식이다 보니 정확한 위치를 알기 어려웠는데 아무리 봐도 오늘은 열지 않은 거 같아 내일을 기약하기로 했다.
팔레르모에는 구글 지도 기준으로 후기가 1,000개가 넘지만 평점이 무려 5점인 젤라또 집이 있다. 아이스크림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곳을 안 갈 수가 없었다. 맛보기도 가능해서 여러 가지 맛을 먹어봤는데 특히 과일이 들어간 아이스크림이 최고였다.
이탈리아의 일요일 밤은 활기로 넘치는데, 오늘도 일요일 저녁답게 웬만한 음식점은 모두 자리가 찼었다. 그래서 간단히 어디서 먹어도 맛있는 케밥과 와인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팔레르모 근처에 마르살라라는 지역이 있는데 이곳에서 나오는 주정 강화 와인이 유명하다길래 한 병 사봤는데 좋은 와인을 고른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