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36일 여행기 - Palermo, Cefalu, Ragusa
22.09.20
Cefalu, Ragusa
점심 - Al Porticciolo
저녁 - La Tavera Del Lupo
6일밖에 되지 않는 짧은 시칠리아 일정에 굳이 라구사에 가기로 했다. 마테라와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였는지, 아니면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당일치기 하는 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싶다는 이상한 오기가 생겨서였는지, 그 이유는 모르겠다.
팔레르모에서 라구사까지는 기차를 타면 2번이나 환승해야 한다. 다행히 직행버스가 있지만 하루에 딱 4번 운행하고, 라구사에 가는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차를 빌려서 가기에 아무리 인터넷에 찾아봐도 최근 정보가 부족했다. 버스가 없다면 기차라도 타겠다는 생각으로 일단 가보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라구사까지는 4시간이 넘게 걸리는데, 날씨가 좋은 오전에 이동을 하기에는 아쉬워 근처에 있는 체팔루에 갔다 오기로 했다. 전 날까지 고민하다 아침에 바뀐 일정이라 막상 체팔루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은 단 2시간이었다.
이 시간을 어떻게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 마을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로카에 올랐다. 예상보다 오르막길은 힘들었지만 시간이 없었기에 쉬지 않고 걸었다. 체팔루는 해변을 끼고 있는 작은 마을이라는 게 위에 올라서니 알 수 있었다. 지붕이 주황색이라 귀여우면서 파란 바다와 하늘과 잘 어울렸다.
나머지 시간에는 여행자 거리를 걸으며 마을 구경을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시네마 천국에 나왔다는 장소도 보고, 그라니따도 먹고, 맛있어 보이는 피자집에서 마르게리타를 포장해서 바다 앞에서 먹었다. 체팔루의 바다는 참 맑았는데, 물 밖에서 물고기가 헤엄쳐 가는 게 보였다.
다시 팔레르모로 돌아와 라구사로 가는 버스를 타려는데 아무리 물어봐도 라구사까지 가는 버스를 어디서 타는지 모른다고 했다. 다행히 어떤 분이 네이버 블로그에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법을 자세히 정리해 주신 글이 하나 있었는데 더 이상 선택지가 없어 믿고 가보니 버스가 있었다. 그 글을 써주신 분께 너무 감사했다.
운이 좋게도 라구사에서는 친절한 호스트가 있는 숙소를 예약했다. 호스트는 버스 정류장까지 차를 가지고 데리러 와 주었고, 근처에 맛있는 음식점까지 대신 예약해 주었다. 성당 바로 앞에 있는 트라토리아였는데, 아무래도 저녁에는 여행객들이 많지 않은 도시다 보니 지금까지 다녔던 도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서 식사할 수 있었다. 어디서 보았는데 좋은 트라토리아는 그날 준비할 수 있는 재료에 따라 내놓는 요리가 다르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 들어온 재료로 할 수 있는 요리만 제공해 준다는 웨이터의 말을 듣고 홀린 듯 네 접시나 주문해버렸다.
라구사에서 기대한 것 중 하나는 야경이었다. 마테라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비현실적이었다. 다음 날 낮의 모습이 너무나도 기대가 되는 풍경이었다.
숙소에 돌아와서는 면접 준비를 했다. 여행을 하기 전에 잠시 이직 준비를 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여행 중간에 2차 면접을 해야 했다. 인터뷰어 중에 한 분은 한국, 또 한 분은 미국에 있다 보니 우리 셋의 시간이 맞는 때는 새벽 2기였다. 그렇게 면접까지 보고 긴 하루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