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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도 Aug 06. 2023

Day 16. 동화 속 마을이 있다면 이곳일 거야

이탈리아 36일 여행기

22.09.21

Ragusa, Siracusa

점심 - Risìu

저녁 - YROC | food & wood

숙소 - Papirooms


면접을 잘 못 봤다는 아쉬운 마음에서인지 다시 잠들기가 어려웠다. 결국 영화 한 편과 다큐멘터리 한 편을 보고 새벽 5시가 되어서야 잠시 눈을 붙일 수 있었다. 


평소보다 느지막히 일어나 준비를 하고 도시 구경을 하러 나섰다. 어제 야경을 보았던 곳에서 라구사를 바라보니 잠을 못 자 피곤하거나 어제 면접 때문에 좋지 않은 마음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이런 풍경 앞에서는 아무 생각도 안 나는 거다. 


뷰포인트에서 바라본 라구사


라구사는 지진으로 황폐화된 곳을 복원하면서 지금의 도시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런 풍경을 인간이 만들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하루 종일 라구사를 여행하며 마테라와 에리체에서 느꼈던 경이로움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라구사는 동화 속의 마을 같았다. 왠지 저 사진에서 보이는 가장 끝에 있는 성에 왕자님과 공주님이 살고 있을 거 같았다.


라구사 골목 탐험


올드 타운 내에 있는 관광객 안내 센터에 가니 관광객용 지도가 있어 지도에서 소개하고 있는 모든 성당에 가보기로 했다. 어차피 이런 도시는 도시 자체가 볼거리이기 때문에 골목골목을 걸어야 제대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가까이서 보니 감탄을 자아낼 만큼 멋있는 건축물은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했다. 유럽에서는 종종 비가 많이 오다가도 곧 그치기에 비를 피할만한 곳에서 기다리는데 20분이 넘도록 기다려도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후에 일정이 없었다면 근처 카페에 들어가 비가 오는 상황을 즐겼을 텐데 오후에 시라쿠사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빗물이 강처럼 흐르는 길을 걸어 이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버스에서 바라본 라구사, 동화 속 풍경 같다


걸어서 숙소까지 가는 건 무리였고 근처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갔는데 애석하게도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던 버스는 비가 개니 바로 왔다. 그렇게 정신없이 다시 숙소에 돌아와 비에 홀딱 젖은 옷과 신발을 재정비한 후 기차를 타러 갔다.


라구사의 작은 기차 역


시라쿠사도 올지 말지 고민을 많이 하던 도시였는데, 막상 오니 왜 굳이 여기를 오겠다고 결정했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도시의 특징을 가지고 있지 않아 고민했는데 내 직감이 맞았던 거 같다. 저녁 야경을 보기 위해 올드 타운을 잠시 걸었는데 바다 근처의 휴양 도시이다 보니 쇼핑할 수 있는 상점들이 많고, 라구사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사람들로 넘쳐났다. 


우연히 들른 힙한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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