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36일 여행기
22.09.21
Ragusa, Siracusa
점심 - Risìu
저녁 - YROC | food & wood
숙소 - Papirooms
면접을 잘 못 봤다는 아쉬운 마음에서인지 다시 잠들기가 어려웠다. 결국 영화 한 편과 다큐멘터리 한 편을 보고 새벽 5시가 되어서야 잠시 눈을 붙일 수 있었다.
평소보다 느지막히 일어나 준비를 하고 도시 구경을 하러 나섰다. 어제 야경을 보았던 곳에서 라구사를 바라보니 잠을 못 자 피곤하거나 어제 면접 때문에 좋지 않은 마음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이런 풍경 앞에서는 아무 생각도 안 나는 거다.
라구사는 지진으로 황폐화된 곳을 복원하면서 지금의 도시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런 풍경을 인간이 만들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하루 종일 라구사를 여행하며 마테라와 에리체에서 느꼈던 경이로움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라구사는 동화 속의 마을 같았다. 왠지 저 사진에서 보이는 가장 끝에 있는 성에 왕자님과 공주님이 살고 있을 거 같았다.
올드 타운 내에 있는 관광객 안내 센터에 가니 관광객용 지도가 있어 지도에서 소개하고 있는 모든 성당에 가보기로 했다. 어차피 이런 도시는 도시 자체가 볼거리이기 때문에 골목골목을 걸어야 제대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가까이서 보니 감탄을 자아낼 만큼 멋있는 건축물은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했다. 유럽에서는 종종 비가 많이 오다가도 곧 그치기에 비를 피할만한 곳에서 기다리는데 20분이 넘도록 기다려도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후에 일정이 없었다면 근처 카페에 들어가 비가 오는 상황을 즐겼을 텐데 오후에 시라쿠사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빗물이 강처럼 흐르는 길을 걸어 이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걸어서 숙소까지 가는 건 무리였고 근처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갔는데 애석하게도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던 버스는 비가 개니 바로 왔다. 그렇게 정신없이 다시 숙소에 돌아와 비에 홀딱 젖은 옷과 신발을 재정비한 후 기차를 타러 갔다.
시라쿠사도 올지 말지 고민을 많이 하던 도시였는데, 막상 오니 왜 굳이 여기를 오겠다고 결정했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도시의 특징을 가지고 있지 않아 고민했는데 내 직감이 맞았던 거 같다. 저녁 야경을 보기 위해 올드 타운을 잠시 걸었는데 바다 근처의 휴양 도시이다 보니 쇼핑할 수 있는 상점들이 많고, 라구사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사람들로 넘쳐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