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 되기 전 두 아이를 출산했다.
서른 중반에 들어선 지금,
늘어난 팔뚝살은 남편 티셔츠로
접히는 뱃살은 고무줄 치마로
최대한 무장한다.
육아하느라 바쁘긴 했으나
다이어트에 소홀한 적은 없었다.
유행하는 다이어트도 한 번씩 다 시도했다.
하지만 번번이 다이어트에 실패했다.
영어 단어 ‘Sweet tooth’는
단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어려서부터 캬라멜, 사탕, 초콜릿을 입에 달고 살았다.
어릴적 사진 속에
앞니가 반쯤 녹아있을 만큼 좋아했다.
학창시절 공포 영화보다 치과를 더 무서워했지만,
치과 공포증도
설탕에 대한 내 애정을 가로막진 못했다.
첫 아이를 출산하고 시작된 육아생활.
매일 밤 아이가 겨우 잠들고 나면
밤 11시.
하루종일 밥도 제대로 못챙겨 먹고
야근까지 했으니 그냥 잠들 수 없었다.
배달 앱을 켜고 매일 파티를 열었다.
야근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줄
떡볶이 2단계에 치즈 추가.
근육통에 시달릴 때는
단백질을 보충해야 하니
치킨을 시켰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홀로 아기를 보면서
답답한 마음을 간식으로 달랬다.
한 겨울에도 아이스 바닐라 라떼 한 모금이면
아이를 먹이고, 재우고, 안고, 기저귀를 가는
무한 도돌이표 생활에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설탕에 대한 애정은
미국에 와서도 계속됐다.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어린 아이들이 초콜릿으로 만들어진
세계에 넋을 잃고 바라보듯,
미국 마트는 내게 초콜릿 공장같았다.
형형 색색의 젤리,
수십가지나 되는 시리얼 종류,
한 복도 전체를 메우고 있는 아이스크림.
매번 다른 아이스크림을 맛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다.
공허함에 외로움까지 더해진 외국 생활은
설탕에 의존하기에 최적화된 환경이었다.
아침은 시리얼에 우유,
가끔은 버터와 메이플 시럽을 잔뜩 두른 팬케이크를 먹고,
간식으로는 바닐라 아이스크림 한 스쿱을 곁들인
바닐라 라떼를 마셨다.
점심에는 고추장을 듬뿍 올려 비빔밥을 먹거나
한국의 그리움을 달래줄 신라면을 먹었다.
그러면 또 달달한 간식이 눈에 아른거렸다.
예능 하나 보면서
젤리를 하나씩 집어먹다 보면
어느 새 한 봉지를 앉은 자리에서
다 먹어 치웠다.
저녁으로는 대형 마트에서 산
한국 양념치킨을 데워 먹었다.
달콤하고 매콤한 양념치킨 소스에
밥을 먹고 나면 시원한 아이스크림으로
입가심을 했다. 아이스크림까지 먹고 나면
비로소 하루 식사가 끝났다.
외식 없이 집에서 밥 먹으니
모든 게 건강하다고 생각했다.
기름지고, 속이 더부룩해지는 바깥 음식 대신
집밥 먹는데 당연히 건강한게 아닌가?
4년 만에 한국에 다녀왔다.
‘가기 전에 꼭 건강검진 받고가’라며
주변에서 모두들 건강검진을 하라고 했다.
‘나는 건강한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하겠어?라는 마음으로
건강검진을 받았다.
그런데 웬걸. 당뇨 전단계에, 지방간도 많고,
콜레스테롤 수치도 높은데다, 위염도 있다는게 아닌가?
게다가 대장 내시경으로 용종도 하나 뗐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지금 처럼 설탕을 먹다간
당뇨에 걸릴 수도 있다는 거였다.
분명, 그동안 다이어트는 계속 하고 있었는데
뭐가 잘못된거지? 나는 분명 건강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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