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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hl Oct 03. 2019

나는야 질투의 화신(feat. 야수지)

내 남자의 여사친을 마주하다

여사친 또는 남사친라 불리는 연인의 이성친구가 연애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있다. 여사친과 단둘이 영화를 보는 남자 친구, 남사친과 늦은 저녁까지 갠톡을 하는 여자 친구 등 사연은 다양하다. 그래서 이성친구가 많은 사람은 피해야 된다는 말도 있다.


아마 영화 <해리샐리 만났을 때>, <우리가 사랑일까요?>처럼,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종종 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니 연인과 친한 이성친구는 일단 경계할 수밖에.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처음 내 레이더에 들어온 건 그의 동성친구들이었다. 유치원부터 중학교까지 같이 다니고, 지금까지 제일 친하게 지내고 있는 친구 A, 친구 A가 속한 중학교 동창 무리, 그리고 고등학교와 대학교 동창들까지. 모두 남자였다. 역시 공대를 나와서 남자 친구들이 많구나-란 생각으로 안심했지만 그건 정말 안일한 생각이었다.



연애 초반 어느 날, 같이 걸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날의 주제는 그의 회사 동기들연애 이야기. (왜, 남의 연애사가 제일 재밌지 않은가?) "재석이 형은 이번에 여자 친구랑 헤어졌고... 지호라고 동갑인 동기가 있는데, 걔는 만난 지 4개월 만에 벌써 결혼 얘기가 나오고 있... 그리고 수지는..."


"응? 수지?"


그랬다. 그에게도 수지(물론 가명이다)라는 여자 동기 즉, 여자 사람 친구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럴 수 있다. 나도 남자 동기들이 많으니까. 하지만 그의 입에서 다른 여자의 이름이 나오자 맘과 달리 이성과 감성이 다투기 시작했다.


감성 : 뭐? 수지? 왜 그렇게 다정하게 부르는 건데?

이성 : 에이~ 그냥 동기일 뿐이잖아, 그럼 수지를 수지라고 하지 뭐라고 해?


그냥 내 마음 : "... 뭐라고 하긴, 야!라고 해 야!"


순간 질투의 화신이 되어 그에게 어이없는 주문을 했다. 다른 여자를 이름으로 부르는 게 싫으니 그냥 '야'라고 하라고. 다행히 그는 껄껄껄-웃더니 별 저항 없이 내 요구를 들어줬다. "아, 그래서 야... 야가 지금 짝사랑을 하고 있는데..."


그 뒤로도 남의 연애가 궁금한 난 "그래서 그분은 어떻게 됐어?"라며 가끔 '야'의 안부를 물었지만, 그가 이직을 하며 자연스레 '야', 일명 '야수지'의 존재는 우리 사이에서 잊혔다.




그러다 그의 전 회사 선배가 결혼을 하게 됐고, 절친한 그가 사회를 부탁받다. 그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사회를 다니! 오랜만에 이직 후로 자취를 감췄던 그의 슈트 빨도 볼 겸, 사회 보는 것도 구경할 겸 따라나섰다.


그냥 구경 좀 하다 밥 먹고 오면 되겠지-했는데, 아뿔싸. 곳은 다름 아닌 그의 전 직장동료들 득시글거리는 곳이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사회를 본다고 미리 와 있는 그에게 인사를 하러 오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덩달아 옆에 있는 나도 앉아있기가 무섭게 일어나 꾸벅 고개를 숙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가 여자 친구를 데려왔단 소식에 누군가~하고 일부러 나를 보러 온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 이제 한 숨 돌리나-하고 자리에 데 또 누군가가 그를 불렀 뒤를 돌아본 그가 말했다.


"어, 야수지!"


그렇다.  질투를 불러일으켰던 그 여자 동기였다. 야수지는 물론이고("야, 왜 그렇게 불러~") 생각지 못한 상황 나도 살짝 당황했다. 하지만 곱씹으니 슬그머니 웃음이 났다. 나조차도 잊고 있었던 약속 - 다른 여자들은 그냥 '야'라고 불러 - 을 그가 잊지 않고 지켜줬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이제 여사친 걱정은 안 한다. 그에게 여자는 오로지 나뿐 다른 여자 사람들은 그저 야수지, 야지은, 야혜미 일 뿐이란 걸 알았으니까.





*. 표지 사진 : https://unsplash.com/@wx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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