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모든 일은 다 잘되려고 일어난다

겨울에서 봄

by 화정

어느 평일 저녁, 야근 후 사무실을 나서니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유독 힘들었던 한 주의 금요일. 버스를 타려고 횡단보도 앞에 섰는데 거리 한 켠에 임시 꽃집이 차려져 있었다. 화훼시장에서 박스채로 가져온 장미들이 종류별, 색깔별로 진열되어 있어 지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잡았다. 예쁜 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가격! 10송이를 기준으로 작은 장미가 오천 원, 큰 장미가 칠천 원이었다. 세상에 만원도 안 하는 값에 이렇게 풍성한 장미를 만나다니... 꽃송이 가장자리가 빨갛게 물들어 있는, 가장 화려해 눈에 띄는 다발을 골라 들었다.


집 안에 항상 꽃병을 채워 두려 한다. 매일 깨끗하게 청소는 못하더라도, 하루 한번 예쁜 것을 보고 살자며 한 달에 한번 꼴로 꽃집에 들른다. 아직 피지 않은 생화는 만개해서 서서히 지는 데 까지 약 3주, 길면 4주까지 볼 수 있는데 이번에는 어쩐지 2주 만에 일찍 저 버렸다. 연이은 야근에 오늘도 꽃집엔 못 들르겠다 싶었는데... 길거리 꽃판은 생각지도 못한 행운이었다. '자 여기, 네가 찾던 게 여기 있어'라며 우주가 내 어깨를 톡톡 두드리는 기분이랄까. 한 팔에 장미를 안고 걸어가는 데 웃음이 새어났다.



'모든 일은 다 잘 되려고 일어난다'


우연한 타이밍에 내가 원하는 걸 얻었을 때, 이것을 행운이라 부른다. 행운은 드물다. 세상 일은 뜻대로 되지 않는 게 기본값이니까. 그럼에도 내가 원하는 시점과 장소를 지정해 놓고, 이루어지지 않으면 실망하고 화를 냈던 건 아닌지 싶었다. 엄밀히 따지고 보면 '당연한 일'이란 없는데 말이다.


매일 아침에 타는 마을버스가 하필 고장 나거나, 폭우로 운행이 멈출 수도 있고, 휴대폰이 고장 나 알람이 울리지 않은 날도 생긴다. 자주 붙어 다니던 단짝 친구도 어느 순간 몇 년을 보지 않고 사는 것처럼 상황은 예고 없이 바뀌어 버린다. 그러니 '왜?' 라고 질문을 던지기 보다 '그렇구나'라고 넘겨 버리는 게 맞는 걸지도 모른다.


"모든 일은 다 잘 되려고 일어난다" 긍정적인 사람은 안 좋은 일이 벌어졌을 때, 이렇게 사고한다고 한다. 사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다는 것을 인정하면 맞는 말이다. 지금의 나는 당장 눈앞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결과를 보고 잘 된 일을 따지는데, 만약 그게 아니라면? 저기 인생의 끝에서 누군가 나를 위해 더 나은 길로 안내하는 거라면? 우리는 우주가 어떤 메커니즘으로 움직이는지 알 수 없으니, 끝까지 가 볼 때까지 무엇이 좋고 나쁜 일인지 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게 아닐까.


인생에서 무엇이 좋은지 아닌지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러니 당장의 나쁜 일도 '그런 의미가 있겠거니...' 하고 다음 스텝을 준비하면, 그것이 내 행동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가장 좋은 선택이 된다.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오늘의 장미는 나에게 그런 의미로 다가왔다. 너에게 꼭 필요한 게 있다면 가장 적당한 타이밍에 준비되어 있다고. 그러니 너무 조급하지 말라고. 나는 원할 때 꽃을 살 수 없었지만, 결국 가장 필요할 때 만났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자. 네가 찾는 것도 어쩌면, 가장 적당한 때에 준비될 테니까.



긍정의 말버릇 가지기


누군가, 진짜 긍정이란 어려운 순간에 빛을 발한다고 했다. 일이 잘 풀릴 때보다 어여울 때 긍정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긍정의 힘은 어렵고 힘든 순간을 잘 지나가게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마음이 너무 다치지 않게 보듬어 주는 갑옷 같은 것, 이것이 긍정적인 말버릇이 주는 마법이다.


'모든 일은 다 잘 되려고 일어난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고 있다. 언 땅이 녹고, 새로우 싹을 틔워내는 시간이다. 새로운 일을 계획하고, 예상치 못한 경험을 하게 될 나에게 주문처럼 말해주려 한다.




keyword
이전 07화바깥공기가 차가워지면 조용히 지금을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