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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정 Nov 09. 2024

반복을 통해 만드는 나만의 길

예술가의 일상, 반복할 용기

언젠가 내 직업이 '예술가'였으면 좋겠다고 쓴 적이 있다. 그것은 성인이 된 이후의 일이었다. 어느 직업 관련 세미나에 참여했을 때, 조별 과제로 미래 희망하는 직업을 쓰도록 했다. 지금까지의 직업과 전혀 연관성이 없지만 그냥 막연하게 이랬으면 좋겠다 하는 직업으로 문득 떠오른 단어였다.


그때 이유를 뭐라고 설명했는지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내가 멋있다고 생각한 부류였기에 썼을 것이다. 예술이란 실질적인 생활에 쓰이지는 않지만,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무형의 가치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술에 대한 동경은 대학시절에 시작됐다. 영미문학의 작가들, 그리고 문학과 예술의 필요에 대한 말하는 세계적 문호의 작품과 그들의 생애를 들여다보았다. 이야기 한 편에 삶의 정수가 담긴 문장을 써 내려간 작가들에게서 깊은 감명을 받았고, 때로는 가슴이 벅찰 만큼 떨리는 문장을 만나기도 했다. 너무도 평범한 재료들, 특별할 거 없이 누구나 일상적으로 쓰는 단어를 가지고 어떻게 이런 문장들을 지어낼 수 있을까. 그때부터 막연하지만 예술이 우리 삶에 주는 의미와 역할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집 근처의 미술관에 자주 다닌다. 네덜란드 여행에서 본 렘브란트와 고흐, 드넓은 미술관을 빼곡하게 채운 작품들에 매료된 이후 잘 몰라도 자주 그림을 보러 가곤 한다. 집 가까운 곳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친절한 큐레이팅 덕분에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들도 알게 되고, 화가들의 인터뷰를 영상으로 볼 수도 있다. 화가의 삶을 들여다보면 마치 수행과 같은 성실한 작업시간이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심심한 일이 반복이다. 그러나 반복이 없으면 예술도 없다. 작가든, 화가든, 무용가든, 그들이 창작의 과정에서 겪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일상의 반복적인 연습이야말로 예술을 완성하는 길이다. 결국 예술은 단순히 멋있고 화려한 것이 아니라, 그저 조용히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며 나아가는 일상의 연속이다.


예술뿐만이 아니다. 어떤 분야에서 탁월해지기 위해서는 반복, 연습이 필수이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기꺼이 반복할 수 있을까. 반복할수록 잘하게 되고, 잘하게 되면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다. 그런 점에서 자신에게 맞는 일, 적성이란 오래 반복할 있는 일지도 모른다.


한때는 적성이란 '유레카'처럼 확실한 순간에 번쩍하고 나타나는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어떤 사람에겐 그렇게 섬광처럼 다가오기도 하겠지만, 때로는 일상 속에서 조용히 계속하고 있는 일일 수도 있다. 시간이 나면 자연스럽게 손이 가고, 주말에 그것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다음엔 뭘 할지 구상하게 되는 일. 그런 소소한 일들 속에 나의 적성이 숨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넓게 보면 우리는 모두 자기 인생의 예술가이다. 각자 자신만의 창의성으로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 있다. 예술에서 '반복적인 연습과 시간'이 작품의 깊이를 더하듯, 일상에서도 반복되는 행동들이 우리의 삶을 빚어내는 재료가 된다. 그래서 한 가지를 잘하기 위해 인내하고 노력하는 인간의 모습은 아름답고,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보인다. 예를 들어, <생활의 달인> 속 달인들이 자신의 일에 완벽을 추구하는 모습은 깊은 영감을 준다. 그들의 열정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는, 진심 어린 열정은 결국 사람들에게 전염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본가에 내려왔다. 뭐가 그리 바쁜지 주말에도 일정이 있어, 일 년에 몇 번 올까 말까 하다. 어딜 가도 사람이 북적이는 서울을 벗어나 조용한 카페에 앉아 있으니, 일상의 평온함이 느껴진다. 잠시 휴식 같은 시간을 보내며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며 글로 남겨본다.


일상은 대부분 반복이다. 회사에서의 업무도, 취미생활도, 집안일도 그렇다. 그 안에서 단순히 해야 할 일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그치지 않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음을 느끼고, 작은 성취를 발견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알아주지 않더라고, 스스로 작은 성취를 인정하고 격려하면서 내가 잘하는 영역을 개발해보고 싶다. 일, 이년이 아니라 오 년, 십 년에 걸쳐 노력하다 보면 조금씩  믿음으로 그렇게 나의 길을 개척해보려 한다.


내가 기꺼이 반복할 수 있는 일이 뭘까.

미래에 도달하고 싶은 곳에 가기 위해 지금 내가 해야할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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