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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Nov 15. 2019

그래도 시작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어요.

어차피 한 번은 했어야 하는 일이라서.

나에게 있는 질환에 대해서 가까운 지인들 마저도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고 궁금해하는 걸 알면서도 모르는 척 지냈던 내가 이렇게 꺼낼 수 있었던 것은 얼마 전 수강했던 글쓰기 수업 때문이었다. 수업 이후에도 쓰는 일을 놓지 않으려고 다양한 소재들을 생각하고 그때 쓰던 노트를 뒤적거리다가 휘갈겨 쓴 “불행의 역사” 가 눈에 들어왔고, 이거다! 싶었다.


내가 아는 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의 치부, 약점을 절대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다. 감출 수 있다면 최대한 감추니까. 나 또한 그러니까. 그런데 누군가 어둠 가운데 빛을 비추듯 나에게 빛을 비춰서 약점을 드러낸다면 그것만큼 수치스러운 일이 없는데. 나는 그걸 스스로 해보고 싶었다.


그때처럼 마주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스쳤고 한 글자 한 글자 써보기로 했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내가 먼저 나를 사랑하는 것이니까. 정면돌파 한번 해보자고. 까짓것 한번 해보자고. 그리고 세상 사람들에게 이런 나도 있다고. 이런 나도 이렇게 살아가고 있으니 나보다 훨씬 멋진 그대들이여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자고 말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시작한 것이 잘한 일인지 모르겠는 날도 많고 여전히 무너지는 날이 많다. 또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는 날도 많지만 이렇게 조금씩 써보니 겨자씨만큼 담담해지는 거 같다. 필력은 없지만  솔직함을 무기로 누가 말했던 다정함을 무기로 내 글이, 이야기가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각자가 가지고 있는 아픔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게 ‘나도 그랬는데’라며 공감하고, 위로를 주면 좋겠다.


보이지 않는 곳에 가진 말할 수 없는 비밀과 고통을 나는 이렇게 풀어냈으니 그대들은 그대들의 방법으로 마주해보면 좋겠다. 솔직히 기분 별로고 왜 고생을 사서 하나 싶은데. 우리가 미뤄뒀던 청소를 하고 곰팡이를 없애려고 부단히 노력하듯이 마음속 깊은 곳도 가끔은 청소가 필요하니까.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과 나는 어쩌면 언젠가 한 번쯤은 길에서 또는 지하철에서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르는 인연일지도 모르겠다. 언제 어디서 스쳤는지 기억조차 없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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