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유럽의 개인적 합리주의와 아시아의 전통 사상이 만나다.

아시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OECD는 매년 전 세계 국가들을 줄을 세워 여러 가지 조사를 실시하곤 하는데 그중에 ‘행복도’에 관한 조사에서 대만은 항상 아시아 상위권에 드는 이상한 재주가 있다.  처음엔 아시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가 대만이라는 결과에 도무지 공감이 가지 않아 항상 의문을 가지곤 했다. ‘뭔가 조사가 잘못됐을 거야.’ ‘그럴 리 없어.’ 그 와중에 대만은 행복도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웰빙한, 가장 건강한 나라로도 상위권에 랭크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나라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정시 퇴근율이 굉장히 높으며 퇴근을 하면 바로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식사를 하고 함께 운동을 하러 나간다. 타이페이 시내의 여러 공원에는 가족 단위로 조깅을 하거나 산책을 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처음 타이페이로 와서 내가 퇴근 후에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한국처럼 '으쌰 으쌰'하는 문화는 당연히 없고 그 흔한 회식조차 이곳에선 아주 특별한 '기이 현상'이었기 때문에 나는 나 혼자서라도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을 찾아다닐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야 그림도 그리고 여름엔 프리다이빙도 하러 다니게 되면서 생각보다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는 기회와 요소가 많기 때문에 굉장히 만족하면서 지내고 있지만 초반엔 적응하기가 생각보다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아시아지만 아시아 같지 않은 신기한 나라

 요즘은 세계가 다양화되면서 분명히 겉모습은 동양인인데 속은 영락없는 서양인의 마인드를 가진 세컨드 제네레이션들이 많다. 겉모습과 속모습이? 나름 같은 모양의 형태로 되어 있는 대한민국 국민의 입장으로 보자면 참 신기할 따름이다. 분명히 한국 사람 얼굴을 하고 있는데 대화를 해보면 달나라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분명 나만의 착각이 아니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대만에서 한국에서 재미교포와 비슷한 개념인 *ABC로 불리는 이들을 예상외로 아주 많이 관찰할 수 있었다. 그들 스스로 본인들은 100% 미국인이며 중국이나 대만과는 딱히 큰 관계가 없고 대만이나 중국을 'nanny(내니)'정도로 간주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모든 *ABC들이 그랬던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내가 대륙에는 비행기 트랜스퍼를 할 때 그저 잠시 스쳐 지나갔을 뿐이고 중국어도 혼자 스스로 독학을 했다고 이야기하면 이곳의 친구들이나 동료들은 아주 호기심 충만한 눈빛으로 나의 이력? 에 대해 세세히 알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고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면서 합리적이고 실리를 추구하는 중화권 사람들'이 내가 가지고 있던 이들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정보였는데 나의 사적인 부분에 대해 궁금해하고 알고 싶어 하는 점을 보면서 조금 당황하고 어색한 기분이 들었지만, 지금에 와서야 이들이 왜 그런 반응을 보였는지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한 가지 굉장히 인상 깊었던 이야기가 있는데 대만에 사는 한국인 부모들은 대부분 자신의 아이를 기를 쓰고 국제학교에 보내려고 하는 반면, 대만인 부모들의 대다수는 그저 아이가 행복하고 건강하게만 자라면 그 외에는 크게 바랄 것이 없다는 것이 보편적인 생각이라는 것이다. 어느 나라나 유별난 부모들은 있지만 대만의 '대부분'은 한국의 '대부분'과 차이가 크다는 것이 내 개인적인 견해다.

 이곳에선 내가 무엇을 하든 어떤 것을 좋아하든 다 존중받을 수 있다.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는 얼마든지 자유롭게 내 의견을 말하고 그것이 달라도 비난받지 않는다. 그래서 대만은 참 부러운 나라다. 한국, 중국, 일본 동북아의 국가들이 이렇게 서로 헐뜯고 공격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 비교하자면 동성 간의 합법적인 결혼이 가능하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연봉이 아닌 즐거움을 묻는 이 나라가 경제적으로는 뒤떨어져 있을지언정 사회의 성숙도와 개인의 행복에 관해서는 굉장히 앞서있는 곳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본다.

*ABC: American-born Chinese, 美國出生華裔, 미국에서 태어난 화교들을 통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