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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칭푸르 Oct 17. 2023

22화. 연모하는거야?

조선 분식집3

다시 밝은 주막의 아침.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제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아침이었지만, 환에게만은 전혀 다른 의미의 아침이었다.

지금 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미래'와의 연결점을 마침내 찾아냈기 때문이다.

물론 여동생 선주를 비롯해 찾아야 할 사람도, 그리고 미래로 돌아갈 방법도... 아직 풀어야 할 문제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불안해했던 어제까지의 시간과 비교한다면, 그야말로 천국과 지옥의 차이 그 자체였다.


- 끄으응! -


환은 오늘따라 더 푸른 조선의 하늘을 향해 힘차게 기지개를 켰다.


"그래! 본격적으로 한번 시작해 보자!"

"열심히 하다 보면 뭔가 또 해결할 방안을 찾게 되겠지!"


마당을 쓸던 정훈이 그런 환의 모습을 보고 말을 건넨다.


"기침하셨습니까 사부! 오늘 뭔가 굉장히 기분이 좋아 보이십니다."


"그래?"

"그런가?"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 기분 탓일 거야. 기분 탓!"

"하하하하하하하"


'뭐지? 술이 아직 덜 깬 건가?'


뭔가 정신줄을 놓은 것 같은 사부의 모습이 의아하기만 한 정훈이었다.


"자 모두 모여봐요!"


환은 연아와 정훈, 진아를 불러 모았다.


"고맙게도 어제 오셨던 이승환 형님께서, 채소를 비롯한 재료를 우리에게 공급해주기로 하셨어요!"

"다들 어제 들어서 알겠지만, 그분은 조선에서 가장 큰 채소 유통상이세요."

"우리 분식집 입장에선 그야말로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죠!"


"그렇소?" 

"난 잘 이해가 안 가는 게... 채소야 우리가 직접 가서 사도 되는 것 아니요?"


연아가 의아하다는 듯 환에게 물었다.


"허허! 모르는 말씀!"

"우리가 시장에 가지 않아도 필요한 채소를 날마다 가져다주실 뿐 아니라, 시장에 없는 채소라 해도 찾아서 보내주신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로 인해 우리가 얼마나 많은 시간적 여유와 비용적 절감을 얻을 수 있는데!"


"그... 그렇소? 뭐 환도령이 그렇다면야..."


그때였다. 

건장한 체격의 남자 두 사람이 채소를 가득 실은 수레를 끌고 주막의 입구로 들어왔다.


"여보시오! 아무도 안 계시오?"


'아니... 이런 이른 아침에 대체 누가?'


"이승환 대감께서 보내서 왔소. 이건 어디다 두면 되겠소?"


"오! 마침 여기 오셨네."


"고생 많으셨습니다. 여기에 두시면 됩니다."

"정훈아 우리도 돕자꾸나!"


"네 사부!"


환과 정훈은 두 사람을 도와 부엌 앞마당에 채소를 내려놓았다.


"아니! 이게 다 뭐요?"


"아... 어제 내가 이승환 형님께 부탁한 채소들이에요."


"뭘 이렇게나 많이?"


"여러 번 말했듯이 김치가 많이 필요해서, 김치를 담글 재료들이 대부분이에요."

"자... 그러니까... 배추에, 젓갈도 있고... 고춧가루... 오! 좋아 좋아!"


환은 잔뜩 들떠 보내온 재료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체크했다.


"저게 뭐라고 저리도 좋을까? 아주 눈이 반짝반짝 빛나네?"


그런 환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연아...


"저기...  누님! 누님? 누님!"


".........."


"누님! 누님? 누님?"


"으... 응? 아유 귀청 떨어지겠다 얘! 나 귀 안 먹었어."


연아의 대답에 황당하다는 듯 그녀를 쳐다보는 정훈.


"아니... 내가 몇 번을 불렀는데도 계속 대답을 안 했으면서..."


"그래? 내가 그랬어?"


"그랬지! 아니... 사부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

"왜 그런 미소가 가득한 얼굴로 사부를 쳐다봐?


"뭐? 내가? 얘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언제?"


정훈의 말에 크게 당황하며 화를 내는 연아.


"방금 그랬으면서... 그리고 아니면 아닌 거지 뭘 또 그렇게 화를 내신대?"


"화... 화낸 거 아니거든!"

"그냥... 뭐... 그... 그래! 저리 열심히 일을 해주니... 큰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에 흐뭇해서 그랬지."


"뭐야, 그런 거였어?"


"그렇다 뭐!"


"그럼 그렇지... 매상 올릴 생각으로 그리 흐뭇하게 웃었구나. 난 또 누님이 사부를 연모하기라도 하나 싶었지."


"뭐... 뭐, 뭐! 얘가 뭐라는 거야?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가서 사부나 도와!"


"아유... 알았어! 알았어! 그렇다고 얼굴까지 빨개져서 화를 내고 그래."


툴툴거리며 환에게 가는 정훈.

연아는 온통 빨개져서 화끈거리는 얼굴을 감추고자 뒤로 돌아 숨을 골랐다.


'그러게... 내가 왜 이러지? 겨우 어린아이가 하는 말에 휘둘려서 얼굴까지 빨개져가지고...'


연아는 살짝 고개를 돌려 다시 한번 환의 모습을 훔쳐보았다.


'내가? 저 환도령에게? 에이... 설마... 대체 말이 되는 이야기여야 말이지...'

'저렇게 희끄무레해서 뺀질 맞게 생긴 사내에게 연정은 무슨... 모름지기 사내란 우리 아버지처럼 남자답고 든든한 맛이 있어야지! 암! 그렇고말고...'


"오호호호호호..."


그런 연아의 모습을 보고 환이 정훈에게 물었다.


"야! 박주모 왜 저러냐?"


"왜 저러겠어요? 사부랑 나를 잔뜩 부려서 돈 벌 생각에 기분이 좋아 저러겠죠."


"그렇지? 역시 박주모는 저런 느낌이 가장 안심된다고 할까..."


"그러니까요."


"자! 서두르자! 오늘 할 일이 태산이다."


"네 사부!"


두 사람은 대화를 멈추고 다시 수레 위의 채소를 마당에 내리기 시작했다.


**********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주막의 저녁.

어찌 된 일인지 모두가 주막 앞 평상에 나란히 앉아있다.

심지어 어린 진아마저도.


"자! 꽤 오랜 시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기다려줘서 고마워요!"

"얼마 전에는 김장한다고 고생도 많이 했고!"

"이제 우리의 노력이 빛을 발할 때가 되었습니다."

"마침내 우리 연아네 분식집이 내일부터 정식으로 오픈..."

"아니 그러니까 내일부터 장사를 시작할 거예요!"


"오우~!"


환의 말에 환호하는 세 사람!


"그전에!"

"손님들에게 내어줄 새로운 음식을 미리 맛보게 해 줄 테니 마지막으로 여러분의 의견을 주기 바랍니다."


"아니... 나도 그... 맛은 궁금하오만, 만에 하나 우리 입맛에 안 맞는다면 뭐 손님 상에 내놓지 않을 생각이오?"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환의 얼굴을 힐끗 살펴보는 연아였다.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


"내가 만든 음식이 맛이 없을 리가 없을 테니까!"


'아니... 그럼 왜 굳이 쓸데없는 말을 하고 그래...? 본인도 그리 생각하면서.'


"사부 배고파요..."


어린 진아가 배가 고픈지 환을 보챈다.


"그래그래 우리 진아 배고팠구나?"


"기다려~ 이 사부가 지금부터 정말 맛있는 음식을 먹게 해 줄 테니까."

"정훈아! 나 좀 도와줄래?"


"네 사부!"


부엌으로 향한 환과 정훈은 이내 음식을 가지고 나왔다.

하나둘씩 상 위에 차려지는 음식들...

이를 보고 연아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대... 대단하오!"

"이거 정말로 큰 부자가 되겠는데?"


환의 음식에 크게 만족한 연아.

과연 이는 다른 손님들에게도 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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