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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칭푸르 Oct 17. 2023

23화. 사라진 기억 속의 진실

조선 분식집3

이것은 환이 기억하지 못하는 환의 이야기...

그가 조선으로 타임워프를 한 직후에 있었던 이야기이다.


**********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 속에 정신을 잃은 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환은 뭔가 차가운 느낌에 정신을 차렸다.


"아이코 차가워!"

"뭐야? 여긴 어디야?"


환을 정신 차리게 한 차가운 것의 정체는 풀잎에 맺힌 이슬이었다.

풀밭에 누워 있던 환이 몸을 뒤척이다 풀잎에 맺힌 밤이슬을 뒤집어쓴 것이다.


"뭐야? 풀밭? 내가 왜 여기에?"

"나 방금 전까지 분명 우리 가게 홀에 있었는데?"

"대체 여긴 어디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뭐가 이렇게 어두워?"


그러다,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급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환.


'맞다! 다들!'


"선주야! 동한아! 아저씨!"


".........."


하지만 대답 없는 사람들.

환은 일어나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다시 한번 소리쳤다.


"선주야! 동한아! 아저씨!"


".........."


여전히 사람들의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아... 다들 어디로 간 거야? 무사하긴 한 걸까?"


환은 결국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대체 그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난생처음 겪어보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환은 그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바닥을 쳐다보며 한숨만 쉴 뿐.

그때였다.

짙은 어둠 저 편에서 환을 향해 조용히 다가오는 심상치 않은 기운.

그건 아무리 패닉에 빠진 환이라 할지라도 느낄 수 있을 만큼 위압적이고 공포스러운 기운이었다.


"뭐... 뭐야!"


크게 놀라 고개를 든 환의 눈에 들어온 그것의 정체.

어둠 속에 빛나는 두 개의 눈동자!

그것은 비록 그 존재를 처음 맞닥뜨리는 환이라 할지라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동물원 유리벽 너머로만 봐왔던 존재.

맹수의 왕! 호랑이였다!


'서... 설마? 왜 이런 곳에 호랑이가?'

'어... 어떻게 해야 하지?'


죽음을 눈앞에 두어 서였을까?

살아야 한다는 본능 때문인지, 순간 환의 머릿속에서는 호랑이에 관한 정보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어린 시절 수업 시간에 잠깐 들었던 정보부터, 호랑이가 나오는 옛날이야기에 다큐멘터리까지...

그 짧은 시간에 본인조차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정보들이 빠르고 선명하게 떠올랐다.

하지만 그런 여유(?) 도 잠시.

자신을 마주한 인간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놈은 조심스레 걸음을 옮기는가 싶더니 이내 맹렬한 기세로 환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으아! 사... 사람 살려!"


그와 동시에 환은 호랑이의 반대방향으로 미친 듯이 뛰었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으으...'


하지만 인간이 아무리 빨리 달린다 한 들 호랑이의 속도를 이길 순 없는 법.

심지어 환은 튀어나온 나무뿌리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서둘러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때는 이미 늦어, 환을 향해 날아오른 호랑이가 환을 덮치기 일보직전이었다.


'이렇게 죽는구나...'


"으윽..."


환은 눈을 질끈 감았다.


"크아앙"


결국 그를 덮쳐오는 호랑이의 맹렬한 기세에 기절해 버린 환.


**********


잠시 후.

얼마를 기절해 있었을까?

환을 덮치던 호랑이는 오간데 없이, 귀여운 얼굴의 소녀와 큰 키의 남자가 그를 쳐다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어둠 속에서도 환하게 빛나는 신비한 옷을 입은 것으로 보아 보통 사람은 아닌 듯 보였다.


"무척 운이 좋은 아이로구나!"


귀여운 얼굴의 소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러자 큰 키의 남자 또한 환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꺼낸다.  


"참으로 드문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속세의 인간에게 관여하시다니... 무슨 이유라도 있으십니까?"

어찌 된 일인지 어린 소녀에게 경어를 쓰며 예의를 다하는 남자.


"응... 이 아이의 영혼에서 무척 신기한 냄새가 났거든?"


"그게 무슨...?"


"글쎄... 그건 차차 알아가야겠지!"


"어쨌거나, 나도 모르게, 절대로 이 아이를 죽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그것은 예의 그 일과 관련이 있는 것입니까?"


"글쎄...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 이번에도 예전처럼 헛다리 짚은 것일 가능성도 있겠지만..."


"하긴... 그러고 보니, 이 자의 옷이나 머리모양 등, 그 모습이 참으로 신기하긴 합니다."


"그렇긴 하구나... 마치 이 시대의 사람이 아닌 것처럼 말이야..."


"이 시대...의 사람이 아닐 가능성이 있습니까?"


"그 또한 차차 밝혀지겠지!"

"아무튼, 마침 우리가 우연히 이 근처를 지나가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안 그러면 정말 큰일 날 뻔했구나! 참으로 운이 좋은 아이야!"


"예!"


"넌 앞으로도 이 아이의 주변에서, 그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잘 지켜보도록 하여라!"


"예!"


"우선 이 깊은 산 중에 두었다간 애써 살린 목숨이 또다시 산짐승의 먹이가 될 수 있으니..."


"제 힘으로 내려갈 수 있을 정도의 위치에 데려다 놓고, 날이 밝을 때까지 지켜주도록 하여라!"


"예!"


"난 어째서인지, 이 아이가 이 나라의 운명에 매우 중요한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명을 받들어 이 자를 잘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아! 잠깐!"


"예?"


"혹시 모르니, 이 아이의 기억을 지워두는 게 좋을 듯하다."


"아... 꼭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아니야! 호랑이야 그렇다 쳐도, 무의식 중에 우리의 대화를 들었을 수도 있으니..."


"예... 알겠습니다."


소녀는 누워 있는 환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소녀의 손이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으... 음..."


그런 소녀의 행동에 뭔가 고통스러운 듯 기절해 있던 환이 몸을 뒤척였다.


"자! 이제 되었다. 백룡 넌 내가 시킨 대로 이 아이를 데려다 주거라!"


"예!"

남자는 뒷짐을 지고 서 있는 소녀를 뒤로 한 채, 쓰러진 환을 어깨에 둘러메고 빠른 속도로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소녀는 그렇게 사라지는 남자의 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과연... 오늘 내가 살린 저 아이가 조선의 운명에 어떻게 작용할 지..."


"부디, 이번에는 내 느낌이 맞았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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