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공부는 왜 해야 해요?

소소교육 열네 번째 이야기

by 소소 반디

아이가 여덟 살이 되면서 질문은 더 깊어지고 대답할 때는 더 신중해진다. 얼마 전 놀이터에서 한참을 놀던 아이들에게 "이제 6시 30분 되면 집에 가자~" 이야기했더니 입이 삐죽 나왔다.

"나는 엄마가 8시에 들어와도 된다고 했는데~"

옆에서 같이 놀던 친구의 자랑하는 듯한 이 한 마디에 입이 더 나온 아이에게

"오늘 한참 놀았잖아. 엄마 저녁도 준비해야 하고, 들어가서 씻고 밥 먹고 하려면 곧 들어가자"라고 한 번 더 이야기했다.

그리고 시간이 되어서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OO이 엄마는 늦게까지 놀아도 된다고 하는데 엄마는 왜 안된다고 해요? 엄마도 OO엄마처럼 그랬으면 좋겠어"라는 아이의 말에

'왜 도니는 엄마 말을 안 들어줘? 윗집 아이처럼 엄마 말 좀 잘 들어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아이는 앞으로도 친구의 부모와 내가 여러 가지 다른 점에 대해 비슷한 질문을 할지도 모른다. 그때 나는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


얼마 전에 공원에 놀러 갔다가 점심을 먹고 있는데 옆 돗자리에 앉아있는 아이들이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 슬며시 보던 아이가 "엄마, 우리 반에 핸드폰 가지고 있는 친구도 있어요! 나는 없는데..."라고 말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런 것들이 있을 거야. 친구는 있는데 도니는 안 가지고 있는 것들이. 지금은 도니에게는 필요 없는 것 같아"하고 말해줬다.

그때 남편이 아이 이야기를 듣다가

"어른 되면 핸드폰 할 시간이 엄청 많아져. 그런데 어릴 때는 축구도 하고 야구도 하고 친구들이랑 이런저런 놀이도 하고, 그렇게 많이 뛰어노는 게 중요한데 핸드폰이 있으면 그 시간들이 줄어들지도 몰라"하고 말했다.

아이는 아빠의 말을 조금은 수긍하는 듯했다. 나중에 또 비슷한 질문을 하게 될지 모르고, 우리는 비슷한 이야기를 해줄 테지만 언제까지 아이가 엄마 아빠의 대답을 받아들일지는 모른다. 그때는 (부모의 말을 들어줬으면 하더라도) 아이의 의견을 들어봐야 할 것이고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으며 최선책을 찾아야 하겠지.


아이가 학교를 다니다가, 과제를 하다가 가끔 물어볼 때가 있다.

"엄마, 수학은 왜 매일 해야 하는 거예요?"

얼마 전에 집에 있던 그림책 <건축에서 만난 수학>을 같이 읽다가 집을 짓거나 건물을 지을 때, 다리를 놓을 때 모두 수학과 연결이 되어있다는 내용을 보고는 이거다 싶어 아이에게 이야기해줬다.

"와, 설계도 그리거나 다릿돌을 쌓을 때도 수학이 필요하네! 마트 가서 물건 살 때도 더하기 빼기가 필요한 것처럼 살면서 수학은 꼭 필요한 건가 봐~"

이 그림책을 좋아했던 아이가 왜 수학을 공부하는지, 학교에서 수학을 왜 가르쳐주는지 아주 조금은 깨닫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혹시 나중에 "엄마 공부는 왜 해야 해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뭐라고 이야기해줄까. 공부를 잘해야 성공할 수 있다라든지, 공부 못하면 사람들이 무시하니까라는 대답은 자칫 공부에 대한 인식을 잘못 심어줄 것 같아 조심스럽다. 고졸자와 대졸자의 월급은 시작부터가 다르다든지, 고생하는 직업, 좀 편안한 직업 어느 걸 선택할래?라는 현실적인 설명으로 아이를 설득시킨다는 글을 보고는 씁쓸한 마음도 들었다. 물론 아이에게는 더 와닿을지 모르고 더 간절해질지 모르지만 또 반대로 생각해보면 성적의 차이가 그런 차별을 만들어낸다는 사실 자체가 옳은 일일까 싶은데 아이를 설득시키는 이유로 말하는 것이 어른으로서 좀 부끄럽다. 그리고 공부를 잘하지 못할 경우 아이들이 일찍부터 겪게 될 상실감, 좌절감이 얼마나 클지도 걱정이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니 꿈을 이룰 수 있으니까, 공부를 잘해야 나중에 선택지가 많아지니까라는 대답도 고민이 된다.


얼마 전 <대화의 희열>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오은영 박사님이 했던 이야기가 화제가 된 것을 보았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아이의 질문에 정답을 제시해 준 것 같아 감사하다는 글들도 보았다. 오은영 박사님은 이렇게 설명했다.

"공부라는 건 대뇌를 발달시키는 과정입니다. 정보를 이해하고 해석하고 처리하는 과정이 인지 기능을 발달시키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됩니다. 그래서 공부는 해야 하지만 과정 자체가 중요할 뿐 모두가 1등급의 결과를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게, 하나씩 단계를 밟으며 무언가를 배우고 학습하는 것은 아이들의 대뇌 발달에는 무척 중요한 일이다. <대화의 희열>을 챙겨보고, 오은영 선생님이 쓴 책 <가르치고 싶은 엄마, 놀고 싶은 아이>를 빌려 보았다. 책을 읽으면서 공부에 대해 나는 어떤 마음을 갖고 있었을까, 어떤 태도를 갖는 것이 좋을까 다시 정리해보게 됐다.



공부는 그 자체로는 아이들에게 즐거운 행위가 아니다. 어린아이들은 즐겁고 재미있는 것을 좋아한다. 자유롭게 활동하고 생각하고 싶어 하지만 공부는 그 모든 것을 방해한다... 아이에게 공부는 일정 시간 자신을 묶어두고 행동과 생각을 통제하는 어떤 것일 수도 있다. 보통의 아이들에게 공부는 절대 즐거울 수 없다. (p348)



아이가 공부를 하기 싫어하는 마음은 당연하다.. 아무리 충분히 놀더라도.



성장의 기본 원칙은 적당한 스트레스는 불편해도 받아들이고 다루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아이가 그것을 전혀 다루지 못하고 너무 힘들어한다면 치료적 개념에서 덜어주거나 그만두게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다지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아이가 조금 힘들어하거나 불안해하는 것까지 안쓰러워하며 다 덜어줄 필요는 없다... 물론 아이와 이야기를 나눠야 하며, 그때마다 약간의 유연성은 발휘한다. (p377)



약간의 스트레스와 불편함, 어려움을 조금씩 겪으면서 그것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는 것. 성장의 과정에서 중요하다는 걸 한 번 더 인정하니 마음이 좀 편안해진다. 그 스트레스가 아이의 일상을 너무 황량하게 하지 않도록,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의욕을 꺽지 않도록 주의 깊게 바라보는 것도 필요할 테고.


아이가 "엄마 공부는 왜 해야 해요?"하고 묻는다면, 이렇게 말해줘야겠다.


"공부를 재미있게 하면 좋겠지만 싫어하는 마음도 당연해. 괜찮아. 그런데 도니가 크면서 몸이 자라듯이 뇌도 자라야 하는데 뛰어놀고 운동하면서 몸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고, 공부하면서 뇌를 자라게 하는 거야. 학교에서 배우고 책 읽고 하면서 너의 뇌도 쑥쑥 자라고 있단다"


그리고 한 마디 더 해준다면, 이 말도 꼭 해주고 싶다.


"공부하는 게 힘들기도 하지만 조금씩 새로운 걸 배우고 꾸준히 과제하는 연습들이 나중에 우리 도니가 다른 일을 할 때도 큰 힘이 되어 줄 거야. 잘 못해도 괜찮아. 지겹고 힘든 걸 끝까지 해내는 연습이 중요한 거야. 잘하든 못하든 그 연습을 해내는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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