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작은 상처를 입으며 성장하는 아이들

소소교육 열세 번째 이야기

by 소소 반디


"엄마, 그런데 아까 놀이터에서 수수께끼 내기 놀이했거든요? A는 너무 어려운 해양생물 문제만 냈어."

"엄마, 친구 A는 6 더하기 6 더하기 6도 할 줄 안데.. 나는 못하는데"


오늘은 또 무슨 힘든 일이 있었길래, 나는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다가 들어와서는 세상 억울하고 힘든 일을 겪은 듯 토로하는 여덟 살 아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오랜만에 주말에 친한 언니와 등산하고 온 날, 아이들은 아빠와 친구들이랑 산에도 가고 놀이터에서도 신나게 놀았단다. 집에 오는 길에 남편이 아이들과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고 들어와서 씻고 쉬고 있는데 아이가 들어와서는 울먹거리며 말을 꺼냈다.


올챙이때부터 열심히 키운 개구리를 계곡에 놓아줬더니 옆에 있던 형이 잡아가버렸다, 밥도 안 주면 어쩌나 불쌍하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친구 A로 인해 화가 났던 이야기를 쏟아놓았다. 급기야 눈물이 그렁그렁. 밖에서 놀면서 속상한 일이 꼭 하나 둘은 생기기 마련이기에 "속상했겠다"는 말로 아이를 그저 토닥여줄 수 밖에 없었다.


아파트에서 단짝 친구인 A와는 관심사도 비슷하고 둘 다 활동적이고 무엇보다 놀이터에서 종일 사는 수준이기 때문에 붙어 있을 때가 많다. 코로나 때문에 7살 때 가정 보육을 하면서 놀이터에 맴도는 시간이 많아지며 둘이 부쩍 친해졌다. 그런데 A와 친하게 지내면서도 친구의 말에 상처를 받기도 했고, 놀다가 A가 더 잘하면 심술이 나거나 속상해할 때도 많았다. 서로 잘 맞는 부분도 있고 어긋나는 부분도 있으니 당연히 그럴 수 있지만 그런 일이 많아지다 보니 그걸 지켜보는 나도 스트레스였고, 아이의 말에 덩달아 속이 상하기도 했다. 놀이터에서 둘이 놀 때마다 또 무슨 문제가 생길까 봐 노심초사하기도 여러 번. 물론 쿵작이 맞아 잘 지내는 시간도 많았다. 학교에서 친한 친구들 이름 적는 칸에는 다른 반이지만 A친구의 이름을 첫 번째로 적기도 했고, 친구 A도 주말이 되면 우리 집 문을 두드리며 같이 놀자고 부르기도 하고. 아이도 신이 나서 후다닥 밥을 먹고 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그 시간만큼 갈등 상황이 벌어지는 횟수도 빈번했다. 이렇게 일상에서, 관계에서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 책 <알로하, 나의 엄마들>의 한 구절을 보는 순간, 이런 고민이 떠올랐다.



언제나처럼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우리는 비를 피하지 않았다. 하와이에 산다면 이런 비쯤 아무렇지 않게 맞아야 한다... 해안에 부딪힌 파도는 사정없이 부서졌다. 파도는 그럴 걸 알면서도 멈추지 않는다. 나도 그렇게 살 것이다. 파도처럼 온몸으로 세상과 부딪히며 살 것이다. 할 수 있다. 내겐 언제나 반겨 줄 레이의 집과 나의 엄마들이 있으니까. (알로하 나의 엄마들 p306)


<내 아이를 위한 감정 코칭> 책의 한 문장도 오버랩되었다.




"슬픈 일은 겪어보지 않으면 기쁜 일이 있어도 그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알 수 없습니다. 또한 비 온 뒤 땅이 더욱 단단하게 굳어지듯이 아이들은 크고 작은 상처를 입으면서 성장합니다"



아이는 학교에 들어가고, 점점 부모의 손에서 벗어나면서 시시때때로 비를 맞고 파도를 만난다. 버겁고, 아프고, 짜증 나기도 한 수많은 상황에 부딪힌다. 내 마음을 친구가 몰라줄 때, 나의 호의를 거절당할 때, 즐겁게 놀다가도 갑자기 갈등 상황이 생길 때, 내가 남들보다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 아이들은 속상해하고 울기도 하고 상처 받는다. 부모가 그런 갈등 상황이 생기는 걸 차단하려 해도, 아이의 마음이 편한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해도 언제까지나 옆에 따라다니며 우산을 씌워주기는 힘들다. 언제라도 아이는 갑자기 내리는 비를 맞기 마련이기에. 아이가 그런 갈등 상황에서도 담대하게, 쿨하게 대처했으면 하는 게 부모의 바람이지만, '절대' 쉽지 않다. 어른인 우리들도 그렇게 수많은 파도를 맞았으면서도 파도가 올 때마다 두려운 것처럼, 몇십 년을 살아도 사람과의 관계는 힘들기만 한 것처럼. 오히려 생각해보면 나는 그동안 이런 갈등 상황이 싫어서, 누군가에게 내 의사를 표현하는 걸 주저주저했었다. 비를 맞는 법보다 피하는 법에 더 마음을 쓰는 시간도 많았다. 나의 부정적인 감정을 숨기거나, 억누르는 과정이 오히려 더 나를 힘들게 하기도 했다. 마음껏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고, 억울하고 속상한 일을 울며 털어놓는 아이들은 마음이 더 건강한 것일지도 모른다. 비를 맞고도 탈탈 털어낼 수 있는 단단한 힘을 키울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많다.


아이도 어려운 상황을 지나오다 보면 "이런 비쯤은 이제는 맞을 만하네?"라고 조금씩 담대하게 받아들일 거라고 믿는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갈등 상황이 생길까 조마조마한 마음을 아주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 갈등 상황이 생기더라도 내가 개입할 상황이라 판단될 때까지 좀 더 지켜보고 아이가 스스로 대처할 수 있게 기다리는 마음을 가지려 애쓴다. 그렇게 부딪히고, 다투고, 또 화해하고 힘들고 속상한 일을 털어놓는 과정들이 아이의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당연히 그런 마음 들 수 있다"고 아이의 감정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아이의 이야기를 언제라도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걸 알려주는 일이다. 때로는 아이가 아픈 경험을 하더라도 아이의 성장을 지켜봐 주며 늘 아이의 편이 되어주는 되는 것도.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아이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까' 육아를 하는 분들이라면 마음속에 늘 담고 있는, 때로는 심각하게 툭 터져 나오는 질문 같습니다. 8살, 6살 남매를 키우고 있는 저도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항상 어렵기만 합니다. 가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교육에 대한 제 소신을 조심스레 밝힐 때면 "아이들이 어릴 땐 나도 그랬지..."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첫째가 학교에 입학하며 '진짜 교육 현장'에 한 발짝 발을 딛게 됐습니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지만, 아이들과 내 소신을 믿는 마음으로 걱정을 덜어 내어 봅니다. 앞으로 아이들과 함께 할 교육에 '소소 교육'이라는 이름을 지어보았습니다.

'소소하다'는 작고 대수롭지 않다는 뜻도 있지만, 밝고 환하다는 뜻도 갖고 있어요.

그렇게 소신을 갖고, 작은 움직임으로, 아이와 밝고 환하게 교육 제도의 긴 터널을 지나가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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