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사하라 사막 마라톤 도전 | 완주 후기 EP12. 낙타의 의미
퀴즈를 하나 내겠다.
아래 사진 속 나의 모습은 어떤 감정으로 보이는가?
기쁨? 긴장됨? 설렘? 화남?
정답은 ‘스릴 넘침’ 이다.
왜 사막 마라톤 도중 낙타 두 마리가 나를 따라오고 있을까?
나는 왜 또 흥미로운 표정을 하며 낙타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고 있을까?
과연 저 따라오는 낙타는 무슨 의미일까?
낙타가 내 뒤에 있다는 건, 곧 내가 그 날 마라톤 대회에서 꼴찌라는 의미다. (두둥)
이 사막 마라톤(MDS) 룰에 따르면, 6일간 총 252km를 이동하는데 매일 정해진 거리를 정해진 시간 안에 들어와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탈락! 실제로 타임오버로 탈락한 사람들도 많다고 들었다.
낙타보다 뒤쳐진다는 건 곧 대회 탈락을 의미한다.
낙타가 최후 페이스메이커 역할이랄까?
이 날은 마라톤 셋째 날이었는데, 출발 지점에서 트레킹 폴을 떨어뜨린 바람에 주섬주섬 하다가 뒤를 우연히 돌아봤는데...
이번 대회에 전세계에서 총 900명이 참가했는데, 내가 그 중 꼴찌가 될 줄은 전혀 상상치 못했다. 아 탈락한 사람들은 제외하고 꼴찌겠지만.ㅎㅎ 그래도 꼴찌라니!
낙타 걸음은 생각보다 빨랐다. 뒤를 돌았는데 낙타가 보여서 놀란 마음에 막 뛰었다.
그러다 순간 멈췄다.
‘어? 잠시만.’
생각해보니 이 상황이 너무 재밌었다…!!
그래서 뛰다 말고 신나게 셀카 찍고, 또 뛰다가 돌아서 사진 찍고 그랬던 기억이 있다.ㅎㅎ
그러던 도중에 또 나랑 보폭이 비슷한 스티븐이라는 친구가 옆에서 뛰고 있었다.
그래서 그 날 스티븐이랑 같이 낙타를 의식하며 열심히 모래 위를 달리게 되었다.
스티븐은 셀카 그만 찍으라며, 낙타 무섭다며 옆에서 빨리 오라고 잔소리했던 기억이. ^^
예상치 못한 즐거움과 더불어 또 한번의 꼴찌 특혜가 있었다.
선두주자는 보지 못했던 어마어마한 광경을 눈에 담을 수 있었던 것이다.
바로 야생 검은 낙타가 눈 앞을 지나가는 모습이었다.
마치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아름답고 황홀했던 순간이었다.
이 날의 꼴찌 에피소드 덕분에 사막에서 직접 찍은 사진들 중에서 MVP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이번 글을 한 마디로 요약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연재 브런치북]
https://brunch.co.kr/brunchbook/zzinpower33
[사막 마라톤 토크쇼 영상]
https://youtu.be/OQvye7udA2E?si=56gYm2q1njM3NO1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