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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누리 Aug 11. 2022

기초의원도 보도자료 배포할 수 있을까?

정치인과 시민들이 소통하는 방법


 유시민의 소믈리에, 홍카콜라, 이언주TV… 요즘은 정치인 유튜브 채널이 참 많습니다. 세상은 좀 더 시끄러워졌지만, 그만큼 자유로워졌습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이 하나 있어요. 아직 ‘정치인 유튜버 구독자 탑 30’에 지방의원은 단 한 명도 없다는 점입니다.



 “기초의원도 보도자료 배포할 수 있을까?”


 안 그래도 '놀고 먹는 의회'라는 이미지를 전국 곳곳에서 떨쳐버리지 못하는 게 기초의회의 현실이다. 회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비회기 중에도 시민과 만나는 소통의 장을 만들지 못하면 점점 풀뿌리 민주정치는 설 곳이 없다는 위기감이 돈다. 행사장을 좀 덜 다니더라도 시민의 갈급증을 풀어줄 수 있는 제대로 된 보도자료 하나 만든다면 그게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소통공간이 될 것이 아닌가.




 2008년, 당시 시의원이던 아버지가 쓴 글입니다. 당시 우리 지역은 '김포공항 항공기 소음 피해'로 떠들썩했어요. 이에 아버지는 기초의원의 권한으로 집행부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죠. 도착한 자료를 바탕으로 규정의 문제점 및 대안을 정리했습니다.


 하지만 배포가 문제였어요.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유튜브' 아냐고 물으면 백이면 백 '모른다' 할 시절이었으니까요. 그는 의회 사무과를 통해 30여 명의 기자단과 언론들의 연락처를 얻었어요. 그들에게 취지문과 자료를 전달했습니다.


 일개 기초의원이 뿌린 자료를 배포해줄까? 라는 건 괜한 걱정이었죠. 지역언론들은 좀 더 자세히 취재하고자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고, 시청 담당부서 및 한국공항공사 담당자와 통화까지 마쳤어요. 나름의 조언과 격려까지 건넸죠. 지역언론들 역시 여의도 바깥 세상을 담고자 노력했어요.



 그 뒤로 저는 아버지의 ‘기초의원 보도자료 뿌리기’ 프로젝트를 도왔습니다. 팟캐스트, 의정보고 영상, 대두왕 TV…. 대두왕 TV는 아버지 머리가 커서 붙인 이름인데요. 부녀가 함께 하는 지역 현안 토크쇼였어요. 솔직히 창피했어요. 얼굴 팔리는 게 어디 쉬운 일이에요? 아빤 표라도 얻겠지만, 난 쪽팔림 뿐이잖아요. 하지만 대두왕 TV 1화가 나온 날, 아는 오빠에게 전화가 왔어요.


“나 1화 다 봤어. 으하하하하. 너무 재밌다. 지역 토크쇼 많이 해줘.”


 이게 통하다니! 말 그대로 막혀있던 관계가 뻥 뚫렸어요. 소통의 기쁨. 교과서에만 나오는 추상적 단어가 아니라, 몸소 체험한 실증적 사례였죠.  우린 더 다양한 지역 얘기를 하기 시작했어요, 김포 거주 사할린 어르신들, 줌머인, 백년의 거리 강연, 금빛수로 뱃길축제 등. 우리 지역만의 얘기를 담았죠. 우리만 할 수 있는.


 세상에는 지금도 시민들과 얘기하려는 기초의원들이 아주 많답니다. 아직도 투표소에 가면 시민들은 투표 용지를 보며, “우리 지역에 이런 사람이 있었어?” 라며 당황합니다. 초면이죠. 세상엔 입이 근질근질한 '우리 동네 정치인'들이 아주 많아요. 오늘 하루, 우리 지역 의원들의 유튜브를 검색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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