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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프씨 Jan 31. 2024

도대체 IB가 뭐야?

내 아이가 경험한 IB프로그램 #4

IB의 꽃이자 그 자체라 말할 수 있는 IBDP, 그 험난한 과정 (1)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IB PYP 기간은 아이의 학습발달과 더불어 다양한 체험 활동을 통해 감성, 사회성 같은 전인적인 성장과 발달에 초점을 두고 있고, MYP 단계에서는 사춘기를 맞이하여 한층 성장한 청소년들이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갈 지식과 상호 이해, 사회성 등을 기르고, 학습방법을 학습하고 정보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또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식 이상의 것을 학습하게 하여 스스로 학습하는 방법을 찾고 자신의 정체성과 문화를 알며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해 이해하고 그들과 소통하는 능력을 길러주려 한다”고도한다.


그 거창한 교육목표를 뒀던 PYP와 MYP 시절은 결국 IBDP라는 고지에 올라서기 위한 계단이었다. 이 프로그램이 만들어진 이유이기도 한 IBDP는 11-12학년 사이 약 2년에 걸쳐 진행되며 마지막 관문인 시험은 매년 5월과 11월에 치러진다.


11학년이 되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바로 과목을 선택하는 일이다.

초 중을 거치며 파악된 아이의 성향과 앞으로 하고 싶고 진학하고 싶은 대학의 전공과목에 맞게 6개의 교과과목을 선택하게 된다. 보통은 9, 10학년 때 선택한 문이과에 따라 과목을 선별하는데 그때의 공부가 자신과 맞지 않았다면 새로운 과목을 선택할 수가 있다. 

예를 들어 이과를 선택해 Senior 기간 공부를 했던 학생이 막상 해보니 물리나 화학 수학 등의 학업이 어렵고 맞지 않는다 생각되면 11학년 때 과목을 선택할 때 문과 쪽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9, 10 학년 때 문과 공부를 했던 아이가 IBDP 과목을 선택할 때 물리나 수학 화학 등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Senior 기간 동안 이과계 과목들을 듣지 않았다가 IB 공부를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보통 9학년이 되어 문 이과를 나눌 경우, 아직 진로도 생각해보지 않았고 나의 성향이 문과인지 이과인지 잘 모른다면 상담 선생님들은 보통 이과로 갈 것을 추천한다. 9, 10 학년 동안 이과 공부를 해보고 할 만하면 이어가고 아니면 다른 문과 과목들을 선택하는 편이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6개의 과목은 6개의 그룹에 속한 과목 중 하나씩을 선택하게 되고, 2년의 이수기간 동안 시험을 치기 전에 끝내야 할 각 과목별 Internal Assessment (IA)라는 수행평가와 마지막 External Assessment(EA)의 점수를 합쳐 최종 점수를 산출하게 된다. 시험 점수가 최종 점수가 되는 게 아닌 것이다.


- 그룹 1: 언어 A1(모국어) IB 프로그램에서는 80여 개의 언어가 제공된다.

- 그룹 2: 제2외국어

- 그룹 3: 사회 과학 ; 비즈니스, 경제학, 지리학, 역사, 정보 과학, 이슬람 역사, 철학, 심리학, 인류학, 종교학

- 그룹 4: 자연 과학 ; 화학, 생물, 물리, 환경과학, 디자인 기술, 컴퓨터 과학

- 그룹 5: 수학 ; 4가지로 구분되어 있고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 그룹 6: 예술 ; 음악, 연극, 미술, 영화, 무용. (만약 이 그룹의 과목을 택하지 않은 경우 학교에서 제공해 주는 그룹 1~4의 과목 중 하나를 추가로 택할 수 있다)


이렇게 위의 그룹에서 고른 6개의 과목은 다시 Higher level(HL. 심화과정)과 Standard level(SL. 기본과정)으로 나누어 선택하게 된다. 가장 자신 있는 과목을 HL로 택하면 되고 4개까지 이 레벨을 선택할 수 있으나 보통은 HL 3개, SL 3개로 과목을 정한다. 

해외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HL 과목 선택에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해외 대학으로 진학한 지인의 아이들 경우를 보면, 입학처에서 요구하는 것이 바로 전공과 관련된 과목이 HL인지와 최종 점수이다. 

어떤 학교의 경우엔 SL 과목의 점수는 아예 요구하지 않기도 하고 그 결과에 대해 크게 비중을 두지도 않는다고도 한다. 보통 공대 쪽으로 갈 경우엔 물리와 수학은 무조건 HL을 해야 하며, 전공에 따라 화학과 생물 등의 점수에 신경을 써야 한다. 물리와 수학을 HL로 해야 하는 이유는 비단 서류 때문 만도 아니다. 실제로 대학 입학 후 해야 할 공부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이과 쪽, 특히 공대에서 전공을 하면서 물리 공부로 어려움을 겪는 사례를 꽤 많이 보아왔다. 


한국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IB 점수를 제출할 경우에는 입학서류 등록 시 학생의 점수를 대학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방법(아이디와 비번)을 남기면 되는데 서울대, 카이스트, 포항공대의 경우 해외 대학처럼 HL로 선택한 과목의 점수를 중요하게 본다는 얘기가 있다. 최근에는 연세대도 선택 과목의 레벨을 중요하게 본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이 부분은 입학사정관이 아닌 이상 정확히 확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며, 매년 학교별 입학 전형이 조금씩 달라지기에 가장 정확 한 건 입시 당시 해당 학교 입학처에 문의해보는 것이다. (솔직히 이 부분도 백퍼센트라고 할 수는 없다. 입학처에서 전화를 받는 이들은 입학 사정관이 아닌 입학처 직원들이다. 때문에 보통은 질문에 확실한 답변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들도 잘 모르는 부분들이 있기도 하다. 전화를 걸 때마다 받는 이들에 따라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이 다른 경우는 아마 그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IBDP를 거치고 한국 대학으로 아이를 진학시켜 본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솔직히 아직까지 한국 대학 입시에서 IB는 크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며, 때문에 무척 안타깝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IBDP의 수업 과정을 높이 평가하기에 그 결과에 큰 의미나 중요도를 두지 않는 대학의 입학 결과를 볼 때마다 많은 아쉬움을 느낀다. 


예를 들어 작년 고대 입시에서는 IB 파이널 점수가 나오는 날이 원서 접수 마감일이었다. IB는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치러지는 시험이며 결과도 한 시간에 나오기 때문에 한국 시간으로는 밤 9시가 넘어야 확인이 가능했지만 입시 마감은 오후 5시까지였다. 입학처에 전화해 사정을 말하고 점수를 확인한 후 다음날 내용을 첨부해도 되는지 알아봤지만, 학교 측의 대답은 "알아서 하세요"였다. 그 결과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부분이었다. 

또 파이널 점수를 요구하는 학교의 경우엔 '총점이 얼마 이상인 경우 합격'이라는 조건을 내거는데 그때 요구하는 점수가 솔직히 터무니없이, 상당히 높은 점수이다. 아시아에서 뿐 아니라 세계적인 대학 순위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싱가포르이나 홍콩대에서 요구하는 점수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요구하는 경우를 볼 때면 솔직히 묻고 싶기도 하다. 그 점수의 의미를 알고나 요구하는 것이 맞는지.  


다시 과목 선택 부분으로 돌아와 보자. 언어 영역에서 모국어와 제2 외국어의 차이는 모국어로는 Literature(문학)을, 제2 외국어로는 Language(문법)을 공부한다는 점이다.

보통 한국 학생들의 경우, 모국어에 해당하는 언어 A로 한국어를 선택하고 제2외국어로 영어과목을 선택한다. 하지만 외국대학으로 진학할 계획이 있는 경우에는 언어 A를 영어로, 제2외국어를 중국어(만다린)나 프랑스어, 독일어, 그리고 내가 지내는 곳이 인도네시아 이므로 인니어를 선택할 수도 있다. 


국제학교를 유초등에 입학해 근 10년 이상 영어로 공부를 했는데 왜 그룹 1의 언어로 영어를 선택하지 않는지 궁금한 분들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아직 아이들이 어렸을 때 IBDP를 시작하는 주변 지인의 아이들이 국어를 선택하는 걸 보고 의아해했다. 한국어 수업도 안 해봤는데 가능할까? 여태 공부한 영어는 뭐지?

차츰 내 아이 학년이 올라가고 막상 과목을 선택해야 할 시기가 되자 앞서 이 과정을 겪은 선배들과 지인들의 조언이 현실적인 결과라는 상황을 직면하게 됐다. 

말 그대로 언어 A는 모국어처럼 쓸 수 있는 언어여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유초등 시절부터 영어를 쓰는 학교에 입학 한 건 맞지만, 영어로 친구, 선생님들과 대화를 하거나 수업을 듣는 정도의 언어를 구사하는 것뿐이다. 모국어로의 언어라 함은 그 문화까지도 포함되는 것이다. 공부로 배울 수 있는 수준의 언어를 넘어서 부모로부터 이어져 오는 내 모국의 문화까지 이해할 수 있지 않는 한 넘기 힘든 언어의 장벽은 반드시 있고, 결국 그 언어로 된 문학을 공부하는 부분이기에, 내가 태어나 자라 선대로부터 자연스럽게 습득한 문화로써의 언어가 아닌 학습으로 배운 언어로는 그 진정한 의미를 완벽히 이해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인 것이다.


미국 남북전쟁에 대한 내용을 지식으로 알고 있는 내가 그것을 소재로 한 문학작품이나 영화를 접했을 때 느끼고 이해하는 의미가 실제 미국인이 느끼는 것과 같을 수 있을까? 반대로 우리에게 이순신 장군이라는 그 이름 석자가 우리 가슴을 얼마나 뜨겁게 하는지, 아마 우리의 역사를 잘 아는 외국인이라 할지라도 우리와 똑같은 뜨거운 감정을 느끼지는 못할 것이다. 이렇게 언어라는 건 결국 문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백 프로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인 것이다.


물론 우리 아이들이 국어 수업이나 한국사 수업을 받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세계 어디 건 한국 교민들의 특징 중 하나는 역시 교육열이다. 어지간히 한국인들이 모여 사는 곳에는 각종 레슨 선생님들이 생기게 되고, 기본적인 한국어나 한국사에 대한 교육을 위해 보통의 부모들은 논술 수업을 시키고 있다. 수업을 받지 않더라도 한국에 방문했다 다시 출국할 때 꾸역꾸역 사 들고 나온 책들로 기본적인 지식들은 알고 있는 게 보통이다. 필자 역시 초중 시절동안 한국을 오가며 사다 나른 책과 교재로 한국어에 대한 접촉을 유지하려 노력했던 기억이 있다. 덕분인지 아이들은 한국말을 꽤 잘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헌데 요즘은 한국 아이들도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고 한다. 하물며 해외에 사는 교민들 아이들은 어떨까. 사실 이곳도 내 아이들이 어릴 때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한국 문화를 책 보다 핸드폰과 인터넷을 통해 더 많이 더 자주 접하는 게 최근의 현실이다. 내 아이들이 어릴 적엔 한국 다녀오며 가져오는 턱없이 부족한 물량 때문에 누군가 중고로 책을 산다는 소문만 돌면 득달같이 줄을 서곤 했다. 교민들이 이용하던 몇 안 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책'이라는 글자만 올려도 일초도 안 돼 수두룩 댓글이 달리곤 했다. 그뿐인가. 아는 지인이 해외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들어간다는 얘길 들으면 지인 찬스로 그 집 책을 먼저 찜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리는 이들을 부러움에 쳐다보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그런 위치에 처해질 때면 몇 년을 봤던, 찢어지고 음식물이 묻었더래도 살 때만큼의 비싼 값을 치르며 애들 책이라면 이유 불문하고 사들이곤 했다.


그렇게 치열하게 모아 온 책들은 요즘 막말로 똥값이 되었다. 아니, 똥값도 쳐주질 않는다. 공짜로 준다 해도 가져가지 않아 결국 그 귀한 책들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는 시절이 되었다. 한국뿐 아니라 이곳도 예전만큼 어린애들이 많질 않다. 또 예전과 달리 요즘엔 해외배송 업체도 많아졌고 그런 인터넷 서점도 많아졌다. 내가 살던 초창기 때보다 교민 간 연락 루트도 다양해졌고(카톡과 밴드가 '라떼는-' 없었다) 인프라도 늘어났으며 교민 수가 줄면 줄었지 크게 늘지는 않고 있고 어린애들 역시 귀해진 탓일 것이다.  

또 몇 년 전부터 입시에서 자소서가 없어지면서 자소서 쓰게 할 핑계로 시켰던 논술 수업이 많이 끊기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그 핑계로 싫으나 좋으나 읽을 수밖에 없었던 책들마저 덜 읽게 되는 실정이다. 물론 많이 변한 현실에서도 열심히 책을 읽는 아이들도, 열심히 책을 읽히는 부모들도 존재한다. (어디 있는 누군지도 모르는 그들을 응원한다) 


원래 맥락으로 돌아가, 한국어를 모국어로 선택해 한국 대학에 진학시키려는 이유는 또 있다.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부분일 수 있다. 유학이 감당해야 할 금전적이 이유 때문이다. 외국 대학의 경우에는 한국의 장학금 제도 같은 게 많지 않기 때문에(있어도 자국민이나 시민권자들을 우선하는 경우가 많다) 자국민이 아닌 유학생의 경우 꽤 비싼 등록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 시민권을 가진 학생과 유학생이 받는 차이와 차별은 예상보다 크다고 한다. 때문에 보통의 평범한 가정에서 아이를 외국대학으로 유학 보낸다는 것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간혹 정말 뛰어난 점수와 스펙으로 전액 장학생에 선발되는 일도 있긴 하지만 그런 경우는 지극히 일부에 해당되고 대부분의 보통 아이들 경우라면 금전적인 계산을 신중하고 꼼꼼히 해 본 후 해외대학으로의 진학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처럼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학비보다 생활비가 더 문제시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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