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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제 Oct 24. 2024

자살 생각에서 벗어난 이야기

자살 생각, 즉 자살사고(自殺思考)란 무엇일까요? ‘죽고 싶다’라고 가끔 하는 생각부터, 어떻게 죽어야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것까지 포함된다고 합니다. 저는 이런 자살사고를 어린 시절부터 쭉 가지고 살아왔어요. 사는 게 너무 무섭고 힘들어서 어린 마음에도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지요.


어린 시절부터 그랬으니 어른이 되어서도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은 제 삶의 배경음악 같은 것이었습니다. 무언가 조금이라도 힘든 일이 생기면 ‘죽고 싶다’라는 생각이 제 마음을 덮었어요. 우울함이 심해 침대에 누워있을 때는 더욱더 죽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지요. 그 마음이 강해 어떨 때는 자살하는 방식에 대해서 열심히 검색한 적도 있는데 별로 좋아 보이는 방법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절망이 정말로 심한 날에는 모아 두었던 약을 몇십 알 먹기도 했는데 위만 상하지 별로 큰 효과는 없더라고요. 하루 정도 잠을 자고 혼자 일어났는데 그때부터 저는 자살 시도를 할 생각을 버렸습니다. 아무리 해도 스스로 죽을 수는 없을 것 같아서요.


그렇게 스스로 죽겠다는 생각을 버리자 저는 도망칠 곳이 없어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죽자고 생각하면 그곳으로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이제 어딘가 갈 곳이 없어진 거예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제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임세원 선생님의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라는 책이었습니다. 저는 언제나 책에서 삶의 실마리나 구원을 얻곤 하는 것 같아요.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저는 항상 죽고 싶어 하면서 살아왔는데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라니 제목부터 제게 어리둥절하고 놀라운 말이었습니다. 책을 사서 읽어보았습니다. 그냥 정신과 의사가 아니라 원인을 알 수 없는 만성 통증으로 우울증과 자살 생각까지 해본 의사 선생님이 쓴 책이었어요. 저는 뭔가 믿음이 갔습니다. 그 선생님의 말을 한 자 한 자 열심히 읽었습니다.     


사람들은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벗어나길 간절히 바라며 그것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고 느낄 때 자살을 시도하는 것일 뿐, 결코 죽음 그 자체를 원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전자책 41)     


저는 이 문장을 보면서 놀랐고 사고의 전환이 이루어졌습니다. 제가 항상 죽음 그 자체를 원하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그건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이지 그 힘든 게 조금이라도 나아지면 죽고 싶어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죽음이라는 생각에 너무 강하게 마음이 갇혀 있어서 다른 빛을 볼 생각을 못 했던 거지요.


저는 이때부터 상상을 해보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지금 우울하지 않다면? 돈이 많아진다면? 따뜻한 바닷가에서 휴양을 하고 있다면? 그래도 내가 죽고 싶을까? 대답은 ‘아니요’였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죽음 그 자체를 원하는 게 아니고 이렇게 살고 싶지 않은 것이었어요. 어린 시절부터 죽음에 지배되어 살고 있던 마음에 하나의 빛이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부터 자살사고가 들 때면 ‘나는 진짜 죽고 싶은 게 아니라, 이렇게 살고 싶지 않은 거야. 행복하게 살고 싶은 거야.’라고 속으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마음에서 반발이 일어났는데 자꾸자꾸 말하니까 조금씩 받아들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자세히 관찰해보니까 저의 자살사고는 마치 오래된 라디오처럼 자동으로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심어진 거였지요. 여태까지는 그 라디오의 존재를 알지 못해서 라디오를 끄거나 주파수를 바꿀 생각을 못 했지만 이제 달라졌습니다. 마음속에서 자동으로 자살사고가 들려오기 시작하면 저는 ‘아, 또 시작이구나!’ 하고 자살 라디오를 끄는 상상을 합니다. 또는 다른 주파수로 돌리는 상상을 합니다.


앞의 두 가지 방법이 익숙해지고 좀 마음에 힘이 생기면, 자살사고가 일어날 때 그것에 반박하거나 상상을 하는 대신 그냥 아무 판단 없이 바라보았습니다. 휘말리지 않고 바라보다 보면 자살사고가 슬그머니 사라지곤 했습니다. 참 신기했지요.


아니면 자살사고가 일어나거나 말거나 ‘자살사고야. 너는 거기 있어라, 나는 내 할 일 한다’하면서 그냥 내버려 두기도 했습니다. 이 두 가지 방법은 마음에 힘이 좀 생기면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살사고에 대응하면서 제게 자살사고가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횟수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한 일 년 걸린 것 같아요.


그리고 어느 날 오후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오고 있을 때 문득 깨달았습니다. 내가 지금 죽고 싶지 않다는 것을. 그 기분은 제가 기억하는 한 처음 느껴보는 거였어요. 죽고 싶지 않다는 기분은 정말 좋더군요. 처음 맛보는 평온함이었어요. 저는 주르륵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이 순간을 잊지 않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동안 삶이 힘들든 안 힘들든 자살사고가 자꾸 생겨서 괴로웠는데 이제 힘들지 않으면 생기지 않고, 힘들어도 죽고 싶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자살사고가 습관화된 사람은 불안하거나 피곤해도 ‘아, 힘들어’가 아니라 ‘아, 죽고 싶다’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이건 내가 피곤해서 그런 거지 죽고 싶어 할 만한 일은 아니라고 자신에게 말해주며 마음을 들여다보는 게 좋습니다.


또한, 현재 상황이 좋은데도 갑자기 죽고 싶어지는 것도 어릴 때부터 이어온 감정의 습관일 수 있으니 그럴 땐 ‘아, 예전의 감정이구나. 지금은 아니야’라고 자꾸 말해주면 좋아요. 뇌가 받아들이게요.


지금 살아가는 게 당장 힘들어 죽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일을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아도 동네주민센터에만 가보아도 도움을 주려고 노력을 한다고 해요.  


각 시·군·구마다 있는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전화 해보는 것 권해드립니다. 여성분이라면 여성긴급전화 1366에 전화를 해보는 것도 좋고요. 혼자 괴로워하지 마시고 도움을 요청하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에게도 자살사고가 드나요? 그건 지금 사는 게 너무 힘들어 그런 거지 진짜 죽음 그 자체를 원하는 건 아니라는 걸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오랫동안 힘들어 왔다면 자살사고가 자동적으로 마음에 심겨 있는 거라는 것도 알아차려 보시고요.


제가 쓴 방법들이 여러분들에게도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제가 듣고 진짜 놀란 사실이 있는데 태어나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별로 안 하는 사람도 매우 많다고 해요. 노력하면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자살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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