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을 앓으면서 나자신에 대해 가졌던 개념들이 있습니다. 그것들은 저를 자책하게 만들고 더욱더 우울하게 만들었어요. 이제부터 그것을 그만두기 위해 했던 방법들을 다시 종합적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오래 전부터 저는 뭔가 내가 잘못되었다, 고쳐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요. 살기 쾌적하게 조금씩 나아지게 노력은 할 테지만, 내존재 자체가 하자 있고 잘못된 건 아닙니다. 병이 들어서 치료해야 할 뿐 내가 잘못된 건 아니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여기 어린 제가 있습니다. 그 애는 주변 양육환경대로 자랍니다. 그 애가 커서 마음이 아프게 된 건 그런 환경의 잘못이지 그 애의 잘못은 아닙니다. 그러니 제가 잘못된 존재는 아닌 거예요. 그냥 마음에 병이 났을 뿐입니다. 우울증과 존재의 가치 여부는 상관이 없습니다.
우울증 때문이 아니라도 별로 좋지 않은 선택을 할 수도 있고 게으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잘못된 존재인건 아닙니다. 존재는 잘못이 없습니다. 잘못된 행동만이 잘못입니다. 이걸 헷갈려서 그토록 오래 자신을 학대하며 살아왔습니다.
내 존재가 잘못되었다고 느끼게 만든 양육환경이 참 싫지만 상담하며 욕할 만큼 욕해서 이제 한은 거의 없습니다.
또 하나 자신의 존재에 대해 가져야 하는 생각은 내 가치는 외모나 신체 사이즈에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내가 쓰는 글에 달려있지도 않고, 내 존재가치는 그냥 나라는 사람이 살아있다는 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면 좋습니다. 거기에 더하면 하루를 어떻게든 보내고 자신과 타인에게 상냥하다면 더 좋을 것입니다. 외모도 성취도 존재가치는 아닌 것입니다.
특히 성취가 내 존재가치를 좌우한다는 믿음이 저를 진짜 고통스럽게 했습니다. 글을 못써도 무언가를 못 해도 나는 가치가 있습니다. 잊지 말아요.
또 중요한 것! 무기력에 대한 글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는 마음속에 자신을 구박하는 내면의 면박꾼을 갖고 있기 마련인데 그것 그 면박꾼의 목소리 또한 나 자신을 힘들게 하므로 그 목소리를 인식하고 조금씩 바꾸는 게 좋습니다. 예전에 나는 큰맘 먹고 궁궐 구경을 갔다 온 적이 있었습니다.
혼자서 몰리 어딘가 다녀온다는 건 아직 내게 망설여지는 일이었는데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갑자기 마음속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뭐, 그런 거로 대견해하니?'
나는 조용히 '그만하렴' 이라고 타일렀습니다. 저 목소리도 나니까 너무 무섭게 하긴 그래서 살살 타일러서 그런 말들이 내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알게 하려고 했습니다. 전에는 저런 목소리에 휘둘리거나 '닥쳐!' 라고 과하게 물리쳤는데 그 목소리에 휘둘리면 괴롭고, 닥치라고 해도 그 목소리는 조용해지지 않았습니다. 살살 타이르는 게 뭔가 더 효과적인 느낌입니다. 저는 그렇습니다. 제 내면의 목소리들은 다들 소심하고 애정결핍인가 봅니다. 친절하게 꾸짖어야 합니다.
또 하나 자책하지 않는 마음을 키우는 게 중요합니다. 자책하는 마음습관이 저는 어릴 때 부터 시작됐어요. 많이 야단맞고 지적받아서 나 자신을 모자르고 잘못됐다고 구박하는 게 자연스러워진 거죠. 그렇지만 요즘은 자책하는 습관이 많이 나아졌어요. 자신을 혼내는 대신 자신을 인정해주고 너그러워지는 연습을 하고 있거든요.
예를 들어 저는 손가락을 물어뜯는 습관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자책이 심했어요. 자동적으로 날 구박했죠. 너는 왜 자꾸 그러냐고, 정말 나쁘다고. 근데 그렇게 자책하면 기분이 안 좋아지고 더 아무것도 할 힘이 안 났어요.
그럴 때 이제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제가 손가락을 물어뜯는 건 불안해서라는 걸 인정해줘요. 자동적으로 자책하거나 스스로를 구박하지 말고 ‘겁나서 그렇구나’라는 걸, 그 마음을 알아주어요. 그러고 나서 ‘네가 겁나고 힘들어서 그런 건 아는데 네가 잘못했다거나 나쁘다는 게 아니고 네가 손가락을 물어뜯으면 아프니까 조금씩만 덜 그렇게 해보자.’라고 합니다. 스스로를 달래주어요. 자신이 잘못했다고 구박하고 자책하면 더 기운만 빠지고 힘이 안 나는 것 같아요. 힘든 자신을 인정해주고 달래주면서 조금씩 데리고 가야하는 것 같아요.
우리는 귀여운 고양이나 강아지가 낯설어서 무서워하고 힘들어하는 건 인정하고 너그럽게 봐주면서 세상살기 힘들어서 생긴 자신의 행동들은 왜 그리 못 할까요? 자신을 고양이가 물고기나 강아지처럼 귀엽게 너그럽게 봐줄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그리고 전 요즘 자책할 것 같으면 '자책 대신 대책!'이라는 말을 외쳐요. 라임도 맞고 재미도 있고 진짜 자책하는 대신 대책을 생각해보는 게 더 좋으니까요. 물론 진짜 잘못해서 자책이 들 때도 있겠지만 그럴 땐 그냥 그 일에 대해 반성을 하고 다음에 어떻게 할지를 생각하는게 자책이라는 회초리로 자기 마음을 계속 때리는 것보다 나을 듯 합니다.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건 지금의 나를 판단하거나 자책하거나 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여 '지금 여기부터 시작해야지' 하는 마음가짐입니다. '지금의 나는 구제불능이야!' 하면 아무것도 할 힘이 나지 않고 불안초초하고 자책감만 듭니다.
이 모든 걸 다 통합해서 말한다면 ‘자신에게 상냥하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기를 비난하지 않고 상냥하게 대하는 법을 계속 연습해서 배운다면 삶을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기초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자신을 사랑하라고 말합니다. 자존감이 높으면 좋다고도 말합니다. 하지만 자신을 사랑한다는 건 너무 거창하고 어렵게 느껴지고, 자존감을 높이는 건 방법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럴 때 그냥 한 번씩 연습해 봅니다. 자신에 대한 자책과 비난이 올라올 때마다 그걸 그냥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사그라들기도 합니다. 아니면 상냥하게 달래줍니다. 나도 모르게 계속 때려왔던 자신에 대한 매질을 그만두고 상냥함을 주세요. 어릴 때도 상냥함을 많이 받지 못했던 나에게 이제 나라도 상냥함을 주세요. 그러면 그 상냥함을 먹고 내 마음도 조금씩 자라날 것입니다.
마음이 조금씩 조금씩 자라나면 이제 자신을 소중히 여길 차례가 됩니다. 저는 어느 날 제가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냥 시간을 허비해버리고 싶은 마음 뒤에 나 자신과 나의 시간, 나의 삶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너무 소중해서 벌벌 떠는 것도 별로지만 어느 정도는 소중히 여기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나는 인생이 생존하거나 견디는 것이었기 때문에 소중하게 여기는 건 생각도 하지 못했지요.
이것은 저도 앞으로 계속 연습해 나아가야 할 숙제입니다. 인생을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을 계속 되뇌면서 포기하고 싶어질 때나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질 때 조금씩 무언가를 해나가는 것을요. 물론 휴식을 취해야 할 때는 쉬어야겠고요. 함께 연습해 나아가요. 조금 어렵다면 나를 좋아하는 반려동물이나 게임 캐릭터로 생각하고 키운다고 여기면 좀 더 쉬울 수 있습니다.
그럼 또 하나 자신을 너무 야단치기 않기에 대한 연습 경험이 있어서 소개합니다. 이전에 낮에 공부하거나 책을 읽으려고 했는데 깜박 낮잠을 잤습니다. 그것 때문에 잠에서 깨어나자 자책감이 들고 기분이 안 좋아졌었습니다.
바로 그순간! 낮잠 잔게 그렇게 나쁜 일일까? 스스로 야단치고 기분을 상하게 할 만큼 옳지 않은 일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답은 그렇지 않다.’였지요.
더불어 자신을 야단치는 습관은 정말 깊고 또 깊어서 스스로 그걸 깨닫고 안하려고 해도 내가 그러는지도 모르게 저절로 그렇게 된다는걸 깨달았습니다. 자신을 칭찬하는건 나름 애써야하는데 말이지요.
물론 자신을 야단치는 버릇이 발동하지 않게 일을 잘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다. 그렇지만 항상 그럴수는 없을 거예요. 그럴 때 너무 자책하거나 야단치지 말고 잠깐만 반성하고 다시 시도하면 어떨까요?
심리학자들이 누누히 말하는 것처럼 자신을 친한 친구처럼 생각하고, 자기를 야단치고 싶어질 때마다 친구에게 말한다고 생각하고 부드럽게 말해보아요. 그럼 기분도 덜 나빠지고 그렇기 때문에 미뤄진 일도 할 힘이 더 날 것입니다.
또한 한가지 더 있으면 좋은 능력이 있는데 바로 마음챙김입니다. 마음챙김은 상담센터에서 배웠는데 현재에 마음을 머물게 하고 현재에 깨어있는 마음상태를 말합니다. 내가 평소에 호흡명상을 해 마음챙김을 연습하지 않았다면 낮잠 자서 스스로 야단치고 기분이 나빠졌을 때 그냥 그흐름에 나도 모르게 휩싸여서 오래 기분이 나빴을 것입니다.
그런데 마음챙김을 하던 버릇이 있어서 자신을 야단치기 시작했을때, 바로 그것을 알아채고! 흘러가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다행인 일이지요.
마음챙김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연습할 수 있는데 앞장에서 소개한 듯이 저는 주로 두 가지 방법으로 연습합니다. 첫째는 현재에 깨어있기 위해 내가 가장 하기 싫어하는 집안일을 할 때 그 일에 집중을 하는 것입니다. 무의식중에 설거지를 하지 않고 설거지를 할 때 설거지에 온전히 집중해봅니다. 그러면 하기 싫은 기분이 줄어들고 설거지 조차도 나를 위한 수행으로 느껴집니다. 이것을 마음챙김 설거지 명상이라고도 합니다.
또하나는 자기 전에 주로 하는데 5분 정도만 호흡에 주의를 집중해보는 호흡명상입니다. 어려울 것 없고 호흡의 들숨 날숨에 눈을 감고 조용히 집중하면 됩니다.
이런 연습들은 현재에 내 마음이 깨어있게 도와주는 유용한 뇌의 운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마음챙김과 자신에게 친구처럼 친절해지는 자기자비로 약간의 위기를 넘겼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연습할 것입니다. 같이 연습해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