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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해보겠습니다] 선타투 후뚜맞(2018)

by 브라보 Feb 04. 2025


타투를 하기로 결심한 건 1년 전이다. 동생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병원에서도 어려운 수술이 될 거라며, 하루에도 몇 번이나 보호자 면담을 했었다.



우리 가족들은 알게 모르게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나는 끝까지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외면했었다.


하지만'어쩌면…'이라는 생각이 나를 괴롭혔고, 외면하는 시간들을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내 모든 시간과 온 신경을 동생에게 쏟아부었었다. 여느 때와 같이 병실 침대에 나란히 누워 동생이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혹시 내 동생이 내 옆에 없다면, 빈자리를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 덜컥 겁이 났다. 그 고민은 생각보다 슬프고 우울했다.



처음 드는 생각은 '사진을 많이 찍자'였고, 수십 장의 사진을 함께 찍었다. 그래봤자 병실에서였지만, 울고, 웃고, 화내고, 짜증 내고, 잠이 드는 모습까지 빼놓지 않고 찍었다. 심지어 손, 손가락, 손톱, 발, 발가락, 발톱까지.


그렇게 며칠 사진을 찍다가 우연히 보게 된 동생의 낙서를 보고 왈칵 눈물이 나왔다. 어쩌면 이런 사소한 낙서들도 볼 수 없게 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였을까.


어떻게 하면 잊지 않고 간직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떠오른 게 타투였다. 동생이 그린 낙서 그림들을 모아 두었다. 그때가 처음으로 타투를 결심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천만다행으로 동생의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얼마 뒤 퇴원을 했다. 나를 포함한 가족들은 동생의 회복에 전념했고, 정신없이 몇 개월이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 가족들끼리 둘어 앉아 옛날 사진들을 꺼내 보며 즐거워했는데, 내 손에 들린 사진 속 신나게 뛰어놀고 있는 동생이 보였다. 마음이 뭉클해지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 너도 이렇게 뛰어놀던 시절이 있었는데..'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활짝 웃으며 뛰어오는 사진 속 동생은 다른 아이들과 다를 것이 없는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을 아예 잊고 지냈던 게 너무 미안했다. 20년을 넘게 누워지내는 동생에게 그저, 스스로 괴롭지 않아 다행이라고만 여겼다. 언니인 나조차도 그 순간들을 잊어버리고 살았다.


가장 건강했던, 가장 힘이 넘쳤던 그 순간을 기억해 주고 싶었다. 낙서로 정했었던 타투는 해맑게 뛰어오는 사진 속 동생의 모습으로 변경되었고, 사진을 보며 도안을 그렸다. 그리고 바로 예약을 했고 2주 뒤 타투를 할 수 있었다. 타투 작업실은 합정에 위치해 있었고, 지도를 보고 찾아갔다.



미리 보낸 도안을 확인하고 크기를 정한 후 작업이 시작되었다. 처음 시작하고 한 5분간 계속 소름이 돋았다. 가시로 살을 긁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고통은 2-30분간 계속되었고, 차라리 잠이 들었으면 좋겠다 싶어 눈을 감았지만 절대 잠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 따갑고 아리는 고통을 견뎌 낸 끝에 타투는 완성되었다.



팔 안쪽에 완벽하게 그려진 동생의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귀여웠다. 1년 가까이 언제 할까, 어떤 도안으로 해야 하나, 고민하던 모든 순간이 털어져 나간 순간이었다. 동시에 뿌듯함과 애틋함이 몰려왔다.


얼른 집으로 달려가 동생에게,


"너 내 팔에서 신나게 놀고 있다"


라고 자랑하고 싶었다.

물론, 그 옆에 있는 엄마에겐 어떤 쌍욕을 들을지 모르지만.



브런치 글 이미지 1


★★★★★


무엇보다 엄마에게 들을 상욕이 걱정돼서 별이 다섯 개.


이 에피소드는 어쩐지 읽을 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동생에 마지막을 준비했던 건 사실, 아주 오래전부터였습니다. 3-4년을 잠들기 전 '동생과 자는 게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고, 아침에 일어나면 '동생과 함께 눈뜨는 게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하며 살았었습니다. 그랬더니 더 사랑하게 되고, 더 이쁘게 말하게 되고, 더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사실 생각해 보면 누구와도 오늘이 마지막일수 있겠다 생각하며 사는 게 맞는 거 같습니다. 그러면 더 존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요? 마지막 남기는 말이 사랑스러운 말 한마디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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