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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de Kim Nov 09. 2019

어서 와 스리랑카는 처음이지?

 한국에 거주하는 남아공 친구가 대중목욕탕에 도전하려 한다며 정말 옷을 벗는 건지, 은밀한 부위는 무엇으로 가리는지 물었다. 

 "같은 남자끼리 가리긴 뭘 가려?"

 "부끄럽지 않아? 나체를 여자에게는 자주 보여주지만, 남자에게는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어"

 "What? 남아공 목욕탕은 혼탕이니?"

 "그게 아니라 섹스할 때만 옷을 벗는단 말이야, 그래서 남자 앞에서 옷을 벗는 건 기분이 이상해. 그리고 우리나라엔 대중목욕탕의 개념이 없어"

 그 이후에도 때는 어떻게 미는 건지, 드라마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찜질방 양머리는 꼭 해야 하는 건지, 그리고 어떻게 만드는지, 찜질방에서는 얼마나 오래 있어야 하는지 등 질문이 계속되었다.

 

 2년의 시간이 흘렀고 이 친구는 찜질방 마니아가 됐다. 뿐만 아니라 집에 들어갈 때 자연스럽게 신발을 벗고, 마늘을 먹으며, 젓가락질은 능숙한 건 아니지만 먹고 살만큼은 하게 되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오른쪽에 착 붙어서 서고 버스에서 하차할 때에는 미리 출구까지 이동한 후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카드를 찍는다. 한국사람 다됐구나 싶었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고 한국에 오면 한국의 법을 따라야 하다.

그래서 스리랑카에 가면 지켜야 할 규칙과 문화 가운데 가장 중요한 5가지를 추려봤다.


1. 왼손의 용도

 스리랑카 화장실에는 휴지가 없다. 대신 호수가 있다. 보통은 호수 끝에 노즐이 있어서 적절한 수압으로 웬만큼 씻어낸 다음 왼손을 사용해서 뽀득뽀득 마무리한다. 그런데 간혹 물통과 바가지만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상상에 맡기겠다. 

 이러한 스리랑칸의 방식에 적응하지 못한 나는 휴지를 늘 가지고 다니다 어느 날 깜빡했고, 물통과 바가지의 사용법을 강제로 터득해야 했으며, 상쾌함의 신세계를 맛보았다. 일주일 양치를 안 하다가 양치를 하면 이런 느낌일까? 신세계를 맛본 그날을 기점으로 더 이상 휴지를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


2. 오른손의 용도

 오른손은 밥 먹을 때 사용한다. 밥과 커리를 뭉쳐서 입안으로 밀어 넣는데 원시인처럼 손 전체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손가락 끝만 사용한다. 적당한 압력을 가해 한입 크기로 뭉쳤으면 엄지 손가락으로 튕기는듯한 감각으로 입안으로 밀어 넣으면 된다. 포크나 스푼을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먹는 이유를 현지인 친구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손으로 뭉쳐 먹어야 커리가 쌀밥에 골고루 퍼지고 씹는 질감도 좋아진단다. 그리고 포크나 스푼은 많은 사람이 같이 사용하니 불결한데, 손은 나만 사용하니까 깨끗하단다. 그러고 보니 현지인 친구들은 밥을 먹기 전에 비누를 사용해 정성 들여 손을 씻고 있었다. 


3. 비 오는 날에는 산에 가지 않는다

 우리는 흔히 로또에 당첨될 확률을 번개에 맞을 확률에 비교하는데, 스리랑카에서는 번개에 맞는 경우가 꽤나 빈번하다. 그래서 비가 오면 산에 오르지 않는 것이 이들에게 상식이다. 매해 뱀에 물려 죽은 사람과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의 수가 발표되는데, 항상 뱀에 물려 죽은 사람의 수가 훨씬 많다. 이 또한 비 오는 날 산에 가지 않는 이유다. 


4. 작은 벌레라도 죽이지 않는다

 사무실에서 모기가 보이기에 반사적으로 잡아 죽였다. 그런데 동료 직원들이 경악했다. 생명을 어떻게 그렇게 죽일 수 있냐고. 동네 개를 때려잡거나 길고양이를 때려잡는 장면을 보면 우리도 경악할 텐데, 그들 눈에는 작은 동물과 큰 동물이 존귀한 생명이라는 측면에서는 다를 게 없나 보다. 생각해보면 서장훈과 이수근의 생명의 존귀함에 차이가 없듯 모기와 개의 생명의 존귀함에도 차이가 없어야 한다 싶었다. 


5. 버스의 제일 앞자리에는 앉지 않는다

 불교국가이기에 스님에 대한 예우가 남다르다. 이러한 문화가 버스에서도 이어져 가장 상석으로 여겨지는 앞자리는 스님들의 자리다.  물론 스님 전용 자리라 쓰여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를 모르는 외국인이 눈치 없이 그 자리에 앉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경우 그 자리는 비워져 있다. 불교 국가이다 보니 스님이 굉장히 많아서 버스에서 마주치는 경우도 빈번하다. 그러니 가급적 제일 앞자리는 피하고, 다리가 너무 아파서 그 자리에 앉았다면 스님이 탑승했을 때 꼭 양보하도록 하자.

 유교국가보다는 약할지라도 노인에 대한 예의는 스리랑카에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노인 vs 스님의 결과가 궁금한가? 한 번은 할아버지가 버스의 제일 앞자리 상석에 앉아있는데 동자승이 탑승했다. 할아버지는 스프링처럼 튀어올라 동자승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그러니 이러한 스리랑카의 문화를 존중해서 자리를 양보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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