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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태리 Jul 14. 2022

집돌이 화섭씨

휴가 안 가겠다는 동생

나 어릴땐 가족휴가여행 간적이 없다. 고3때 선생님이 가족여행 가지말고 공부하라 했다. 속으로 우린 그런적 없는데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집돌이인 아버지 영향과 형편이 좋지 않아 알뜰하게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형편이 좋아져서 올 여름은 엄마가 좋아하시는 힐리언스 선마을로 여행가기로 했다. 동생도 같이 가자 하니 안가겠단다. 같이 하면 좋은데 아쉽다.


미리 먹을걸 챙겨준다. 우유와 바나나 갈아 먹는법도 알려준다. 삶은 달걀과 쑥떡도 올려놓고, 메모도 쓴다. 밥통엔 밥을, 냉장고에는 반찬을.



안 그러면 가공식품 자꾸 사먹으니까. 몸은 정직해서 자연에서 왔음을 알려준다. 자연에서 온걸 먹어야 건강하다. 그런데, 성격 급하면 바로 인공식품을 자꾸 찾는다. 미리 음식 해둬야하는 이유이다.


그래도 동생의 병은 많이 나아졌다. 아침마다 맨땅걷기하러 동네 뒷산에 다녀온다. 맨발 밖으로 노폐물이 빠져나가 몸의 건강을 돕는다는 요법이다. 평소엔 고집 피우는데 본인이 아프니 운동한다. 루틴에 한번 넣더니 계속 한다. 그 후에 아프다는 말을 덜 한다.




요새 우리들의 블루스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장애인이 등장하는 드라마가 나왔다. 무관심하던 투명인간 취급했던 분위기였는데 반갑다. 우영우는 많은 기사가 나온다. 드라마라 재미 있어야하니 환타지 요소가 많다. 그런데, 간혹 현실적인 요소가 나와 툭툭 마음을 건드린다. 너무 환타지면 불편해 안보려 했는데, 현실적 요소 때문에 보게 된다.


오늘은 수요일, 우영우를 보려고 오랜만에 마루 tv 키려고 했다. 그런데, 전원이 안 들어온다. 자세히 봤더니 tv 옆 에어컨에 물이 샜다. 벽 콘센트에 꽂아도 불이 안 들어온다.


이 사항을 엄마와 화섭이에게 말했다. 엄마가 낮에 두꺼비집이 내려갔다한다. 아마도 물 새서 누전 차단하려고 했던거 같다.


화섭이가 갑자기 화를 낸다. 엄마와 누나가 휴가 가는데 에어컨 못 트니 당황스러운가보다. 일단 에어콘 서비스 센터에 신고하고 차차 고치기로 했다. 화를 내지 말고, 문제 해결하면 되는거야. 중년이 되어도 달래고 가르쳐야하는게 자폐이다.


tv 속 우영우는 일반 사람들이 못 푸는 문제를

척척 푼다. 하지만 일상의 어느 부분은 서투르다. 서투른 영역이 비장애인보다 많은게 평범한 자폐이다. 우영우보다 화섭씨가 리얼이다. 화섭씨 같은 인물이 등장하는 드라마도 보고싶다. 3화 대사처럼 우영우 같은 고기능 자폐보다 지적 이해력이 떨어지고 불안해 잘하는 친구들이 훨씬 많으니까. 이 친구들이 살아가는게 안정된 사회를 보고 싶은게 바램이니까. 이런 여러 감정이 들게 하는 드라마라 재밌지만 맘은 복잡하다.


화섭씨는 오늘도 출근했다. 고맙게도 서비스센터 접수까지 했다한다. 가전제품 매니아라 전화번호를 알고 있었다. 기특하다. 단순하게 출근하고 건강하게 사는 . 복잡한 누나 맘과 다르게 동생은 단순하게 산다. 그래, 일단 오늘에 충실하자. 화섭씨 가족이려면 낙천성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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