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가족이랑 사는 건 꽤 외로운 일이야
휴가 다녀온 후, 동생은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었다. 그간 밥도 챙겨 먹고 회사도 다녀왔고. 난 동생이 어찌 지냈는지 궁금했는데, 동생이 엄마와 누나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러다 동생 페북을 보니 여행에 대한 성격 테스트한 게 보인다. 이거 재밌는걸. 여행 안 가겠다고 했는데, 여행에 대한 질문이라니.
동생의 여행 스타일은 치앙마이 비둘기 스타일. 평화주의자이고, 약속하고 계획된 일정을 선호한다고. 이 설문은 상품 주는 거라 한 거였다. 댓글로 동생 속마음을 물어봤다.
생각해보고요~ 다시 반려하는 여행. 우영우에서 나오는 대사가 떠오른다. 자폐인하고 사는건 꽤 외로운 일이야.
점심을 먹으며 다시 여행에 대해 물어봤다. 낯선데는 싫은 거야? ㅇㅇ 기계적으로 대답한다. 그러고선 세종문화회관 뮤지컬 예매했다고 외출한다. 혼관은 참 좋아한다. 그래도 외출하며 기분 내는 게 어딘가!
그런데, 다른 동생 포스팅 보고 장기 외출 힘든 이유 알아냈다.
사십 대 중반 되며 체력 고갈 느끼는구나. 특히 동생처럼 예민한 사람은 낯선 곳에 가서 밖에 신경 쓰느라 에너지 소모가 심하니까 그렇구나.
솔직한 동생이라 SNS로 속마음을 알게 되니 좋다. 그래, 건강하게 나이 먹어가자. 익어가자. 외로움보다 이해력을 키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