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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태리 Dec 05. 2022

한번도 딴생각을 한 적이 없다

스팀 물걸레 흡입구 체험단 후기를 도와주다

내 직업은 월말이 바쁘다. 퇴근 후 원격으로 접속해 밤 10시까지 월말 마감을 집에서 지원해야 한다. 이런 월말에 화섭씨에게 큰 이벤트가 터졌다. 본인이 애용하고 사랑하는 LG 체험단이 된 것이다. 코드제로라고 무선 청소기가 있는데, 여기에 물걸레 흡입구를 장착하면 스팀이 나오면서 물걸레질까지 된다.  체험단이 되면 흡입구를 받아, 후기를 워드로 작성해서 LG에 보내야 하는데, 사진과 글을 편집하지 못하겠다고 나에게 도와달라 했다. 그것도 월말에 일하는 날에.


"언제까지 하면 되는데?"

"다음주 화요일."

"그럼 주말에 해줄께."


퇴근하는데 전화가 와서 사정을 설명하고, 주말로 미뤘다. 그런데, 집에 도착해서 저녁을 먹으려고 하니 화섭 씨는 자기 방에 깔린 이불을 걷는다. 자기가 청소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달라는 것이다. 오늘 일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분명히 전화로 응이라고 했는데, 그건 입력이 안됐나 보다. 빨리 사진을 찍어 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만 화섭씨 두뇌에는 있다. 그래, 사진 찍는 거야 시간 많이 안 걸리니 그냥 해주자. 몇 컷을 찍어줬다.

피곤해서 대충 찍었다. 불도 나오고, 물걸레질도 되는 게 신기하긴 했다.


마감일이 끝났다. 어느덧 주말이 되었다. ms-word가 집 노트북에 없어, 카톡으로 후기랑 사진을 보내주면 회사에서 편집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출근해 일을 보고 있는데, 화섭씨에게 카톡이 온다.


"누나, 후기 편집했어? 다 하면 내 메일로 보내줘."


앗..잊을뻔했다. 화섭씨는 한 번도 안 까먹는다. 지난주 내내 졸랐는데, 얼른 해서 종결 지어야지. 편집해 이메일로 보내주니 답장이 왔다.


"담당자에게 원고 워드 파일과 동영상을 첨부해서 이메일로 보냈다. 인스타그램에도 올렸어."


진짜 집요하다. 이리 하니 뭐라도 되지. 한가지에 꽂히면 그것만 생각하는 자폐의 특성을 가진 동생. 그걸 요새는 잘 활용하는듯 하다. 산만한 나와는 다르다.


다음 달에는 새 아파트로 이사한 사촌네 가기로 했다. 물걸레 흡입구를 장착한 청소기를 들고 가서 화섭씨가 청소해달라고 부탁해놨다. 체험단의 의무는 집들이 청소까지라고 은근히 강조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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