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대표 Sep 29. 2023

누군가의 누구로 사는 삶

누군가의 누구에서 진정한 나로 살아가기

아이들은 왜 그렇게 잠이 없는 것일까? 내가 자고 싶다고 잘 수 있는 게 아니다. 일찍 잔 것도 아닌데 새벽부터 일어나서 나를 찾아댄다. 눈을 뜨고 싶지 않아도 떠야만 한다. 아이들을 키워본 엄마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 종일 고단했던 육아를 마치고 아이들을 재우고 나서 살아남으면 진정한 육퇴 이후 자유의 시간을 만끽할 수 있다. 엄마들이 새벽까지 잠 못 드는 이유는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하루 종일 누군가의 누구로 살다 보면 나는 정말 없어져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육퇴 후 새벽까지 살아남아서 내가 하고 싶었는데 못했던 일들을 한다. 보고 싶었던 드라마나 예능을 본다던지 컴퓨터를 켜고 참고 있었던 게임을 신나게 한다던지 미루고 미뤄왔던 온라인 쇼핑을 하느라 새벽까지 벌건 눈 치켜뜨고 좀비처럼 버티고 버틴다. 또는 읽고 싶었던 책을 읽거나 바느질을 하거나 소소한 부업거리 없을까 무한 검색에 들어간다. 그나마도 살아남아야 가능한 것이다. 마음은 굴뚝같으나 아이들 재우다가 같이 기절해 버리면 아침에 눈 뜨면서 그렇게 허무하고 억울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엄마들은 하루 종일 아이들 보랴 살림하랴 고단하여 몸은 너덜너덜한데 그냥 일찍 자면 될 것을 왜 육퇴 후의 시간을 사수하려 하는가? 점점 입지가 좁아지고 사라져 가고 있는 '누군가의 누구'가 아닌 진정한 나를 지켜내기 위해서인 건 아닐까?


셋째를 낳고 처음 전업주부가 되었을 때의 나도 아이들을 재우고 나면 항상 컴퓨터를 켜고 이것저것 하느라 방황했다. 딱히 할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그 시간이 너무 소중했고 아까웠기 때문에 뭐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경제적인 문제가 스멀스멀 올라오니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부업을 찾아보기 시작했던 것이다. 많은 엄마들이 내 시간을 내 시간이라 하지 못하고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해 써 버린다. 해도 해도 티도 안 나고 안 했을 땐 단박에 티가 나는 집안일의 굴레에 빠져서 소중한 시간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물론 그 시간이 불필요하고 무의미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건 아니다. 소중한 나의 가족들을 위한 엄마의 위치와 역할은 정말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 시간도 충실히 해내려고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 확보가 어려운 건 사실이다.


아이들 양육비가 부족하여 걱정이 되어도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꼬박 매여있는 직장으로 출근하겠다고 마음을 먹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또한 마음을 먹는 것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엄마의 몸은 엄마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을 돌봐줄 곳을 찾아야 한다. 보통은 양가 부모님이나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맡기고 직장에 출근한다. 모든 것이 평온한 평소에는 전혀 상관이 없지만 아이들이 아프기라도 하다고 연락을 받으면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엄마는 맘이 편치 않다. 조부모님께서 양육을 해주시는 상황이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어린이집에 보낸 상황이라면 직장에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고 직장 상사나 동료들, 어린이집 선생님, 아픈 아이에게 그저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다들 적당히 이해해 주시고 염려해 주시면 다행이지만

"누구씨네 애기는 왜 맨날 아파?"라는 말을 직장 누군가에게 듣는다거나

"애나 잘 키우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러는지 모르겠네!"라는 가족의 핀잔을 들을 때면 죄인도 이런 죄인이 없고 잘못한 거 하나 없는데 모두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해야 하는 상황까지도 생긴다. 아이가 아픈 게 어디 엄마 잘못이겠는가? 그리고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 힘들다는 워킹맘의 길을 선택한 게 아니지 않은가? 모든 비난은 엄마에게 쏟아지고 더 문제는 그런 상황이 억울하면서도 아픈 아이를 보는 순간 엄마 스스로도 죄책감이 들고 미안함에 어쩔 줄 모른다는 것이다. 정말 눈물 없인 들을 수 없는 K-워킹맘들의 현실이다. 어떠한 이슈가 없는 그냥 평범한 날에도 워킹맘들은 아이 챙기랴 남편 챙기랴 초토화되어 가는 집안 챙기랴 본인 준비해서 출근하랴 아침 시간은 그야말로 전쟁터가 따로 없고 아이들을 맡기고 출근을 하고 나면 이미 하루를 다 산냥 지쳐버린다. 퇴근 후는 어떤가? 부랴부랴 아이들 데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빛의 속도로 저녁을 차려 먹이고 씻기고 책 읽어주고 이것저것 챙기다 보면 밤 시간이다. 요즘은 아빠들도 육아에 많이 참여하고 집안일도 함께 한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들의 일이 압도적으로 많다. 아가씨 때는 물병도 못 따던 그녀들이 당최 어디서 이런 초인적인 힘이 나오는지 미스터리한 일이다. 길고 긴 하루를 보냈으면서도 아이들을 재우고 나면 또 육퇴 후의 시간을 즐기겠다고 너덜너덜한 몸 이끌고 꾸역꾸역 눈 뜨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나의 하소연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대한민국 애기 엄마들이 이렇게 힘들어요!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누군가의 누구로 사는 삶'을 살아내느라 점점 나를 잃어버리고 있는 그녀들의 모습을 다시 찾아주고 싶다. 온전히 스스로를 돌아보고 아팠던 부분은 치료하고 잘했던 것은 칭찬해 주고 아쉬움이 남은 부분이 있다면 다시 시도해 보는 등의 자기 발견의 시간을 선물해주고 싶다. 과거의 나, 현재의 나, 미래의 나를 온전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보내며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들을 발견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그 시간들을 통해 나 자신도 알지 못했던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며 묻어두고 애써 잊으려고 했던 상처들을 바로 보고 공감해 주고 인정하고 스스로 믿어주는 과정을 통해 온전한 치유와 회복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나를 온전히 들여다보고 알아가는 시간을 통해 스스로 더 단단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 의미 있는 일, 하고 싶은 일 등을 발견하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그렇게 진정 내가 원하는 일, 나의 강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일들을 찾았을 때 그것을 활용하여 수익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면 된다. 물론 하루아침에 뚝딱! 이루어지진 않겠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고 출퇴근 시간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는 업이 생기게 될 것이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고, 하고 싶은 의미 있는 일을 찾았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수단을 통해서 기록을 남겨보자. 가볍게 인스타그램도 좋고 블로그도 좋다. 영상에 강점이 있다면 유튜브도 좋다! 그 수단이 무엇이든 일단 하루하루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이때 주의할 점은 이것저것 의식의 흐름에 따라 쓰고 싶은 이야기를 아무런 주제 없이 써나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고, 의미 있는 그 일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루하루 기록하는 것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그 분야를 떠오르면 내가 생각날 수 있게끔 꾸준히 작업을 하는 것이다. 처음 이 행동을 할 때는 '대체 뭐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크게 의미 있는 행동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기록들이 쌓이고 쌓였을 때 큰 퍼포먼스를 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나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 나를 특정 분야의 특화된 사람으로 알리는 것! 이것이 바로 개인을 브랜드화시키는 퍼스널 브랜딩의 시작인 것이다. 퍼스널 브랜딩은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절대 한순간에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특정 분야를 생각할 때 나를 딱 떠오르게 하는 것, 그 일만큼은 꼭 나를 찾아오게 만든다는 것은 평소에 꾸준히 나를 어필했을 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전 03화 강요받은 겸손은 미덕이 아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