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게 아니라 특별한 겁니다
특이하단 말을 몇 번이나 들어봤을까? 곧 그 수를 헤아리는 것을 포기했다. 숱하게 들은 말이었으니까. 너 진짜 특이하다, 라는 말을 듣기 시작한 건 대학생 때였고, 그 말이 거슬리기 시작한 건 30대가 되었을 때였다. 어릴 때는 그 말을 들어도 그리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내가 특이한가? 하고 하하 웃고 넘겼던 그 말이, 어느샌가 내 가슴에 콕콕 박혀 진드기처럼 잘 떨어지지 않았다.
솔직히 스스로 특이하다고 생각하고 살지 않았다. 특이하다는 말은 평범하다의 반대말 같았고, 결론적으로는 평범하게 살지 않는 괴짜 같은 사람이 돼버린 것 같았다. 날 얼마나 안다고!! 하는 마음으로 그 말들을 애써 무시하려 했지만, 날 30년 넘게 키워준 우리 엄마도 어느 날 말했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다 했을 때, 이직할 때 오히려 돈을 깎고 들어갔을 때, 들어간 회사를 또 퇴사를 한다고 했을 때, 그리고 이제는 회사에 가지 않고 집에서 돈을 벌겠노라 했을 때, 직급으로 대리보다 사원이 좋다고 했을 때. 5년의 경력을 버리고 다른 일을 한다고 했을 때, 돈이 되지 않는 일에 밤을 새웠을 때, 소고기보다 냉동삼겹살이 더 맛있다고 했을 때, 친구관계에서 너무 쿨했을 때, 웨딩사진을 찍지 않겠다고 했을 때, 모바일 청첩장에 사진을 넣지 않았을 때, 과자박스를 파일에 모았을 때, 회사를 다니며 딴짓(책을 만들거나)을 한다고 했을 때 특이하다는 말을 들었다
그럴 때마다 항상 드는 의문, 내가 정말 특이한가? 고작 웨딩사진 하나 안 찍는 게 특이하다고 잔소리를 들을 일이었나?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전적 정의를 찾아봤다.
"보통 것이나 보통 상태에 비하여 두드러지게 다르다"가 첫 번째 뜻이고, 두 번째로는 보통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의미도 있었다. 두 번째 뜻은 알지 못한 것이었다. 어머 뭐야 사람들은 다 두 번째 의미로 나한테 말해준 거야? 행복 회로를 돌리려 해도 돌아가지 않고, 첫 번째 의미로 내 빙빙 돌며 마음을 어지럽혔다.
맞다. 회사를 다니는 것이 돈을 벌기 위함인데, 돈을 더 벌 수 있는 기회가 와도 다른 일 (돈 안 되는)을 하겠노라고 당당히 말하는 내가 보통과는 거리가 멀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 보통이라는 기준은 도대체 누가 정해준 것일지 또 다른 의문이 들었다.
수산물시장에 갔을 때였다. 수조에는 느긋한 여유가 돋보이는 물고기들이 있는 반면, 이리저리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는 물고기가 있었다. 전어였다. 전어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꼭 오늘 안에 잡혀 죽게 될 운명을 알고 있는 것처럼 초조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날 나는 전어에서 내 모습을 봤다. 나 또한 불안에 떨고 있었다. 며칠 전, 지인에게 그냥 평범하게 회사나 다니라는 말을 들은 날이었다.
조금은 다르게 살고 싶어서 자의로 당당하고 쿨하게 회사를 뛰쳐나온 후에, 아이러니하게도 남들이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할까 봐 혼자 노심초사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니까 세상의 그 "보통"이라는 기준에서 나온 후에도, 그 주변을 맴돌아야 그나마 마음이 편했던 불안한 상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비린내 나는 검은 봉지를 껴안고 남편에게 말했다.
"내가 너무 이상한 건가? 특이한 건가? 그냥 다시 회사에 들어가야 하는 게 맞을까..? 4대 보험도 되고.."
"아니 꼭 모든 사람이 회사를 다녀야 할 필요는 없잖아, 그리고 인간은 모두 다 다른데, 전 세계 사람 중에서 나와 같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어. 우리는 존재만으로 특이한 게 아니라 특별한 거야."
집으로 들어와 오래도록 잠을 자지 못했다. 내가 잘못된 특이한 길로만 가는 줄 알았는데, 이러다 망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사실은 특별한 길로 가고 있는 건 아닐까 싶었다. 정말 오랜만에 느낀 설레는 감정이었다.
그리고 반성했다. 일이 잘 되지 않을 때마다 속으로 나에게 특이하다며 한 마디씩 거들던 그 사람들에게 그 잘못의 원인을 돌렸다. 그 말 때문에 내가 될 것도 안 된 거라고 마음으로 생각할수록 오히려 될 것도 안됐다. 그게 원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특이하다, 남들과는 다르다는 말을 듣고 상처를 받는다면 이런 자세를 가져보길 권한다. 우리는 특이한 게 아니라, 특별한 거다. 글자 하나 다를 뿐인데 굉장히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사람 마음이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이 딱이다. 한걸음 나아가 내게 비꼬는 말을 자주 던지는 사람들과는 거리를 두는 것도 방법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의 생각이 다 같을 수 없기에 우리는 누군가에게 특이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자. 동시에 내가 남의 의견에 지나치게 신경 쓰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타인의 한마디가 우리의 우주를 파괴시킬 만한 힘 따위는 없으니까. 내 안의 우주를 지키는 것은 오직 나뿐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그들은 그들의 우주가, 우리는 우리만의 우주가 있으니.
며칠 전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나 재택으로 일 구했잖아. 이제 집에서도 회사에서 버는 만큼 벌게 됐어!"
"와 좋겠네, 네 버킷리스트가 재택근무라고 했는데 그 꿈 벌써 이뤘네."
"어 개조음!! 이렇게 빨리 꿈을 이뤄서 너무 좋아"
"어우 정말(웃으며) 너도 정말 특이하다니까"
전화를 끊고 기뻤다. 특이하다는 말을 듣고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나만의 길로 걸어가는 그 좁은 길이 외롭지 않아서, 내가 더 단단해진 것 같아서.
나는 특이함과 동시에 특별하다는 확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