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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니 Apr 28. 2021

좋아하는 것에 숨겨진 힌트

"아우, 애라도 낳았으면 뽑았을 텐데,,"

"일단 남편 내조 잘하시고요, 좋은 기회 있겠죠.."


우리에게는 아이가 없었다. 결혼한  고작 4개월,  4개월 안에 나는 실직했고, 이력서를 냈다가 면접을 보고, 아이가 없어서..탈락했다. 곧 아이를 낳는다면 (낳는다고도 안 했는데) 출산휴가에 가지 않겠냐는 이유였다.이럴  알았으면, 정규직 제안을 해주셨던 회장님의 따뜻한 손을 냅다 잡았어야 했는데, 조금  신중하게 생각해 볼걸, 다시 돌아가면 무조건 한다고 해야지, 아니 그런데 돌릴 수가 없구나...


신혼집은 너무 달콤하고 편안했지만, 남편이 없는 오전, 오후의 순간은 그렇지만도 않았다. 저녁이 되면 남편과 저녁을 먹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몇 시간 뒤 혼자가 되어야 한다는 현실을 떠올리며 울컥하기를 반복하던 어느 날.


남편은 이렇게 된 거, 정말 하고, 해보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라고 했다. 하고 싶은 일? 글쎄, 나는 내가 무얼 잘하는지 모르겠는데? 그럼 배워봐. 의욕이 없는 나와, 의욕을 고취시키려는 남편. 남편은 포기를 몰랐다.



"그럼 가장 좋아하는 것부터 생각해봐, 언제 제일 재미있는지, 그게 힌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좋아하는 것?

음,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봤던 사랑과 전쟁을 빼놓을 수 없지. 신혼여행 가서도 몰래 챙겨보기도 했잖아. 그리고 요즘에는 많이 안 듣지만 그래도 티브이보다는 라디오가 더 좋아.(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라디오 작가가 되고 싶었는데..)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혼자 심심해하는 게 훨씬 좋고, 오글거리는 말보다는 말장난 치는 게 더 내 스타일. 영상 어플로 영상 만드는 거 너무 재밌어.


아, 그러고 보니 나는 옛날 콘텐츠가 더 좋아. 예를 들면, 인어아가씨, 겨울연가,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같은 거. 이제는 하도 많이 봐서, 15초 정도 음성만 들어도 어떤 에피소드인지 맞출 수 있지. 싫증이 쉽게 나긴 하지만, 좋아하는 것에는 싫증이 웬만하면 나지 않는 게 내 특기네.


음, 그리고 떡볶이를 좋아하고, 글 쓰는 것도 좋아하고, 일기 쓰는 게 재밌긴 하지. 재작년에는 하루도 안 빼먹고 블로그에 일기를 썼었는데, 얼마나 뿌듯하던지. 그리고 망상하는 힘으로 사는 것 같아. 자기 전에 이런저런 일을 일어나지 않을 일들을 상상하면서 자는 게 취미야. 청국장도 좋아하고, 닭발은 진짜 신의 선물 같은 음식이지. 그리고 또 뭘 좋아했더라....


여기까지 듣던 남편은 그렇게 좋아하는것이 많냐고했다.

어?그러네..? 좋아하는 것은 내가 시간을 가장 많이 쓰는 것, 하루종일 그것만 하라고 해도 싫증 나지 않는 것, 곧 나를 대표하는 것들이었다.



좋아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분류해보기

청각을 활용해 라디오를 듣고, 입으로 말장난을 하는 게 어렵지 않고, 영상을 만들고, 정답 없는 망상을 하는 데는 모두 <감각>이 필요했고, 글쓰기와 일기, 블로그는  <텍스트>, 그리고 <음식>이라는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었다.



배워보고 싶은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봤으니, 이제는 좋아하는 것 중에서 업으로 삼을 수 있는 것들을 추려보기로했다. 음, 떡볶이, 청국장, 닭발은 미안하지만 탈락. 음식은 먹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하고, 일단 다양한 감각과 글쓰기 능력을 통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지 생각해봤다.


망상과 글쓰기로 할 수 있는 일  = 웹소설 작가, 에세이스트, 소설 작가 등등

영상제작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 = 뮤직비디오 감독, CF 감독, 영상 편집자, 유튜버 등등


여기까지 살펴보고 나는 내가 얼마나 많은 직업의 세계를 모르고 살았나 싶었다. 32살인 내가, 갑자기 영상 능력을 슈퍼 만렙으로 만든다고 갑자기 뮤직비디오를 찍을 수 있을까? 이 또한 대단한 망상에 불과했다.

하지만, 나의 경쟁자? 는 이미 현직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프로가 아니라, 비슷한 수준대의 아마추어 아닌가. 나도 배워보면 몰라. 혹시 모르지, 킹덤을 만들어낸 스타작가 김은희 씨는 백댄서였고, 막장계의 대모 임성한 작가는 컴퓨터 강사였잖아? 모르지, 몰라. 정말 모를일 아닌가. 갑자기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무엇이든지 다 부셔버릴 수 있는 타노스의 손가락이 내게 장착된 느낌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가슴이 뛰었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총 3가지 강의를 결제하며 의지를 다졌다.  보물찾기에서 보물을 찾은 것만 같은 기쁨이었다.


수강내역은 아래와 같다.

<누구나 로맨스 웹소설 작가가 될 수 있다 - 웹소설 강의>

<유튜브 콘텐츠 기획법-유튜브 강의>

<PDF 전자책 제작법- 전자책 강의>


그렇게 다양한 배움의 바다에 첫 발을 들인 건 차디찬 바람소리가 크게 들리던 2020년, 2월의 어느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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