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과 불안감이 심했다. 힘든 일만 생기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매우 강하게 일어나서 나를 자제시키기 어려웠다. 이유 없이 막 화가 나기도 했다. 화를 주체할 수 없는데, 원인은 사소한 일이었다. 사실은 그것이 원인이 아니었던 거다.
심장이 수시로 욱신거렸다. 아픈 마음이 잠잠해지면 또 우울해졌고, 그러고 나면 죽고 싶다는 생각을 머릿속으로 수도 없이 반복했다. 떨쳐지지 않는 이 생각들이 무서웠다.
나는 도로에서도 위험했다. 이대로 사고가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거나, 정말 어디다 갖다 받아버리고 싶었다. 이 마음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건가! 버려도 버려도 다시 채워지는 나를 향한 공격은 무엇 때문일까..?
이별. 그것이 나를 이토록 몰아세웠다. 직장. 그것도 나를 몰아세웠다. 자녀. 아이들도 나를 밀어대고 있었다. 나는 가끔 숨이 막힐 것 같은 공포를 느끼기도 했다. 위험하다고 느꼈다.
우울증 치료를 통원치료로 하기 때문에 3일에 한 번 병원을 갔다. 그때마다 선생님께 내 상태를 전했다. "죽고 싶어요." "어디 가서 받아버리고 싶어요." 가만히 듣던 선생님은
"혹시 성인 ADHD가 의심되지 않으세요?"
라고 물으셨다.
"네. 진단받은 적이 있어요."
당시 진단받았을 때는 치료비가 감당이 안 되어 치료를 포기했다. 열심히 계획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으로 극복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치료를 권장했다. 다시 한번 검사를 받기로 했다.
나는 전력을 다했다. 정신 차리기 위해 노력했고, 다른 생각으로 가려는 것을 멈추려 했고, 졸린 것을 참아가며 허벅지를 쾅쾅 때리며, "정신 차려! 똑바로 해!"라고 나를 다그치며 검사를 받았다. 그래도 나는 좋은 점수가 나오지 않았다. 내가 점수 잘 받으려고 무척 노력했다는 말을 들으시고 선생님이 황당해하셨다.
"그래도 성인 ADHD가 나왔네요. 이 결과치가 나와야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거든요."
"네? 보험이라고요???"
보험이 되는 줄 알았으면 그냥 평소대로 볼걸.. 아픈 허벅지만 안쓰러웠다. 잘 보려고 혼신의 힘을 다했는데...
충동성. 그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 우울증에 충동이 강하게 올라오니, 극단적인 선택을 하라고 강요한다. 내가 나에게. 이게 계속 반복되면 포기할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