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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병제와 징병제가 중요한 게 아닌데 지금

by 잼 매니저 Nov 21. 2019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한 민사고 학생이 질문 기회를 얻어 문재인 대통령에게 말했다. “모병제가 혹시 언제쯤 될지, 적어도 제가 군대 가지 전까지는 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대통령을 포함한 좌중은 학생의 귀여운 질문에 웃음보가 터졌다.


 요새 다시금 모병제와 징병제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 민주당이 내년 총선 공약으로 모병제를 검토 중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부터이다. 한데 과연 병역 제도가 모병제인지 징병제인지가 정말 중요한 걸까? 이 논의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 그런지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가장 먼저, 우리가 모병제와 징병제를 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세계 206개의 국가 중 징병제도를 시행하는 나라는 채 10%가 되지 못한다. 그중 복무기간이 1년 6개월 이상인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북한, 싱가포르, 이스라엘까지 총 4개국(약 2%)이 전부이다. 세계에 단 하나뿐인 분단국가이자 휴전 국인 나라에서 징병제는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한데 사실 우리들은 일상을 살아가면서 전쟁 위험성을 거의 느끼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다. ‘설마 진짜 전쟁이야 나겠어’라는 생각을 품고 전쟁을 절대 일어나지 않을 하나의 가능성으로 치부한다. 이런 생각은 군대에 꼭 가야 하나라는 의문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내고, 특권층이 편법적인 방법을 통해 병역회피를 하는 것은 이러한 생각을 더욱 부추긴다. 또한 군에 대한 불신, 복무 환경과 대우, 자유의 박탈, 군에서 일어나는 사건ㆍ사고 등은 이 의문을 하나의 결론에 이르게 한다.


 그 결론이라 함은 민족 사관학교의 한 학생이 주지시켰다시피 ‘군대에 가기 싫다’ 혹은 ‘소중한 사람을 군대에 보내기 싫다’라는 것이다. 결국 가기 싫고, 보내기 싫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안 갈 수 있는 방법인 모병제로의 병역제도 전환에 대한 논의가 생기는 것이다.


 징병제와 모병제에 대한 논의가 ‘군대에 가기 싫고, 보내기 싫기 때문에 발생했다’라는 관점에서 이 병역제도에 대한 논의는 본질적인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아니다. 병역제도의 전환은 땜질 즉, 임시변통에 지나지 않는다. ‘군대에 가기 싫다’가 병역 문제의 본질이라면 해결책은 오히려 간단명료해진다. ‘가기 싫다’라는 생각이 ‘가고 싶다’ 혹은 적어도 ‘가도 나쁘지 않다’가 되면 된다.


 그럼 대체 어떻게 군대를 가고 싶게끔 만들 수 있는가?


 ‘인식의 변화’ 나는 여기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부조리 없애기 등의 선진 병영문화, 병사들의 처우 개선, 병역 제도의 전환 등은 앞서 말했듯이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이걸로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 한다.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은 그 정도만 달라진 뿐 ‘가기 싫다’는 생각을 절대 바꿀 수 없다. 여기에서 말하는 인식이라 함은 곧 시선이다. 외부에서 군인을 바라보는 시선과 내부에서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선.


 군인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어떠한가. 군인들에게만 특수한 요금을 받는 지역 상권이 있다. 국방부 장관, 참모총장이 공개석상에서 국회의원들에게 모욕적인 말들을 듣는다. 군복을 입고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고 민원을 넣는다. 10여 명의 고등학생들이 두 병사를 집단 폭행한다. 농사를 하는데 일손이 부족하다고 병력들을 데려다가 쓴다. 이런 사실들은 외부에서 군인들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 지에 대한 답이 된다.


 그렇다면 군인들은 스스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실제 경험했던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후보생 시절 육군 대령의 강연을 들었다. 육군 대령은 통상 1000~3000명 규모의 병력을 책임지는 연대급 제대의 장에 해당하는 계급이다. 결코 적지 않은 목숨을 책임지고 있는 자리이다.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직 임관도 채 하지 않은 후보생들에게 자신의 급여를 PPT로 띄운 채 말했다. “봐봐, 군인이 나쁜 직업이 아니야. 요새는 하고 싶어도 못 해. 내가 지금 이 정도 받으면서 일 하는데 이 나이에 이런 월급 받으면서 일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 거 같아? 불라불라”


 장교들이 군인을 안정적인 직업의 하나라고 생각한다면 병사들은 스스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병사들은 ‘강제로 끌려온 노예’와 다름없다고 스스로를 인식한다. 개중에는 아닌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100에 99는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여러 선택지 중에서 원하는 곳을 지원하여 들어간 사람들 역시 ‘어차피 가야 하는 것이라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혹은 편한 곳으로 가자’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선택을 한 것일 뿐 군인으로서 스스로에 대한 인식은 별반 다르지 않다.


 나는 생각한다. 희생에 대한 일말의 존중이나 고마움을 전혀 느낄 수 없는 외부에서의 시선과 군인들 스스로가 본인에게 갖는 부정적인 인식이 ‘군대에 가기 싫은 이유’의 핵심이라고 말이다. 하여 내ㆍ외부의 인식을 변화시킨다면 군대를 ‘가고 싶은 곳’으로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 논의해야 하는 것은 병역제도에 관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군인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수 있을 지에 대한 논의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한 논의와 노력들이 선행될 때만이 그 외의 부수적인 노력들이 보다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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