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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SIMI Apr 11. 2019

인도 여행을 떠나며

쉰 살에 떠난 40일간의 첫 배낭여행기

“잘 다녀오세요.”


인도를 다녀와도 되겠냐는 질문에 흔쾌히 대답하는 아내는 여행할 수 있는 나를 부러워한다. 이튿날 바로 비행기 표를 구매하면서 인도 여행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냥 한 번쯤은 인도에 가고 싶었다. 인도의 랜드마크 타지마할뿐만 아니라, 간혹 다큐멘터리로 보았던 갠지스강에서 목욕하는 사람들, 현란하고 자극적인 옷차림으로 독특한 종교의식을 행하는 그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보고 싶었고, 「슬럼독 밀리어네어」와 「행복까지 30일」에서 보았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지닌, 가난하지만 해맑은 형제들이 사는 뭄바이의 빈민촌 다라비를 걷고 싶었다.


카페와 블로그 글을 읽으며 여행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시작했다. 가이드북과 여행기를 사지 않을 정도로 많은 정보와 에세이들이 넘쳐 있다. 따뜻한 글들을 읽으면 같이 행복해지고, 선해 보이는 인도인들의 얼굴에서 친근함이 느껴지며, 찬란하고 거대한 건축물에선 경외심이 드는 등 어느새 인도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곤 했다. 대개 블로그 글은 즐거웠던 경험을 중심으로 쓰인 글이기에 인도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지만 준비하는 처지에서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역사, 종교, 정치, 도시, 문화재, 인물 등 다양한 것들을 읽어가면서 열린 마음으로 인도인을 알아가고자 했다. 카르마와 다르마의 의미를 알게 되면서 우리와 다른 그들의 사는 모습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인터넷에서는 인도 여행과 인도인에 대하여 부정적인 시각도 많았다. 노골적인 욕설과 인도에 대한 비하가 난무하다. 혐오스러운 성폭력이나 우리와 너무 다르고 이해하기 힘든 종교 행위로 인해 그렇다는 것은 알겠지만, 우리가 그토록 싫어하는 인종차별로 가득 찬 화장실 욕설을 보면 화가 나기도 했다. 유럽여행보다 비용에 대한 언급에 상대적으로 많았다. 흔한 바가지조차도 사기의 범주에 넣은 등 돈에 대해 민감한 것을 알 수 있었으며, 어떻게 하면 좀 더 싸게 여행했는지를 일종의 무용담같이 적어 놓았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바람직한 측면도 있지만, 현지인 특히 가난한 릭샤 왈라를 무시하는 태도가 만연해 있음을 느꼈다.


루트를 만드는 한달 여 동안 즐거웠다.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 삶의 여유를 느끼면서 행복해지는 과정」이라 생각하기에 행복해질 수 있는 곳을 중심으로 선정하였다. 인도의 대표도시 뉴델리와 뭄바이, 가장 인도답다는 바라나시와 UNESCO 세계문화유산을 중심으로 구성된 40일 동안의 여정을 보고 있으면 흥미롭고 얼른 가보고 싶다. 진정한 배낭여행은 비행기 표만 가지고 떠나서 언제든지 일정은 바꿀 수 있는 것이라는데, 숙소와 교통편을 예약해 놓은 나는 가이드만 없을 뿐 패키지여행과 다름없다. 하지만,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여행이 된다면 언제든지 취소수수료에 연연하지 않고 그것을 찾아갈 것이다.

이렇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나 자신과 가족에게 고맙다. 내일은 콜럼버스가 그토록 가기를 원했던 인도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잘 다녀올게요.”     


2019.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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