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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SIMI Apr 11. 2019

인도 여행 01. Increadible India

2019. 1. 8.


보통 2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해야 마음이 놓이지만, 간소화된 출국 절차로 시간이 넉넉하다. 다른 여행에서는 아내에게 줄 립스틱이나 향수를 샀지만, 이번 배낭에는 자그마한 것들도 들어갈 틈이 없다. 45ℓ 배낭이 작은 것은 아닌데 이것저것 쟁여 넣다 보니 가방이 탄탄하다. 힌디어 회화책을 봐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스님들과 한껏 멋을 부린 20여 명의 50~60대 아주머니들이 성지 순례를 간다고 들떠 있다. 울산에서 왔다는 그분들의 목에는 「법계를 청량하게」라고 써진 이름표가 걸려있다. 두툼한 침낭이 들어있는 쇼핑백이 보인다. 델리에서 바라나시까지는 15시간 동안 기차를 타야 하는 그분들이 걱정스럽다.

인천공항 T2

두 번의 식사와 영화, 그리고 단잠은 쉽게 델리로 옮겨주었다.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더니 내릴 때는 어느새 어두워졌다. KE481의 200여 명의 승객은 거의 한국인이다. 대부분이 단체 관광객이라 e-visa 창구에 길게 늘어서 있다. 십여 명의 한국인과 함께 도착비자 VOA 창구에 줄 서 있지만, 직원들이 오지 않는다. e-visa 줄이 반쯤으로 줄어들 무렵 직원이 왔지만 일 처리가 더디다. 한참 기다린 끝에 차례가 되었지만, 이번엔 여권 인식기에 문제가 생긴다. 결국, 창구를 옮겨가며 처리한 끝에 한 시간 만에 입국장을 나올 수 있었다.

뉴델리 공항 입국장

5번 게이트로 나와 메트로 안내판을 따라 몇 분 동안 지하 보도를 걷다 보니 검색대가 나타난다. 60루피 토큰을 사고 들어가면 공항에서 파하르간지로 가는 뉴델리행 메트로를 탈 수 있다. 20여 분이 지나 뉴델리 역에 도착했다. 역을 나서니 릭샤 왈라가 반갑게 맞아 준다. 호객행위를 하는 이들에게 가볍게 웃으며 “No”, 계속 따라오는 이에겐 “No Problem”이라 말하니 뒤로 물러난다. 초행길이라 이쪽이 맞는 길인가를 순간순간 고민하면서 거대한 규모의 철길을 가로지르는 육교에 오르니 이제야 안심이 된다.     


배낭여행자의 출발지이자 종착지, 파하르간지 Paharganj

드디어 인도 배낭여행자의 출발지이자 종착지라고 불리는 파하르간지의 입구 간판이 보인다. 무사히 찾아왔다고 스스로 칭찬을 해주면서 발걸음을 옮긴다. 호텔로 가는 메인 바자르 길에는 수많은 인파가 릭샤, 자동차 그리고 뿌연 먼지에 섞여 있다. 사람보다 릭샤가 더 많아 보인다. 바닥에는 온갖 오물들이 널려있고 그 사이에서 음식을 팔고 있다. 배는 고팠지만, 식욕이 당기지 않는다. 서민들의 생활 모습이 담겨 있는 어릴 적 오일장에서 봤던 모습 그대로지만 더러워 보인다.


인터넷으로만 보아왔던 낯선 거리를 혼자 걷는 즐거움과 함께 두리번거리다 보니, 어느새 메인 바자르의 끄트머리에 있는 호텔에 도착하였다. 체크인하고 나온 길에선 지린내가 강하게 코를 자극한다. 10여 년 전까지 어두운 골목에서 느낄 수 있었던 익숙한 냄새다. 마음을 열고 보니 아까보다 더 복잡하고 더럽지만,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클랙슨 소리, 다양한 모습의 인도인과 여행객의 모습, 이국적인 거리 풍경 모두에 더 재미가 생긴다.


호텔 근처의 깨끗한 레스토랑(Leo's Restaurant)을 찾았다. 탄두리 치킨은 기대보다 못한 맛이다. 퍽퍽하여 맥주를 곁들이지 않았으면 반 마리이지만 다 먹기 힘들 뻔했다. 함께 나온 난의 촉촉하고 구수한 식감은 만족스러워 맛있게 먹는 나를 본 매니저는 음식에 관해 설명하며 기뻐한다. 그가 원하는 말을 해주니 쉽게 VIP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Incredible India”

낯선 델리가 놀라운 것이 아니라, 한 번쯤 오고 싶었던 인도의 한 가운데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 나의 모습이 믿어지지 않는 것이다.




Leo's Restaurant의 탄두리 치킨과 킹피셔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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