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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Jun 17. 2024

청바지를 입은 수탉

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된 건 동네언니의 부탁 때문이었다. 아들과 같은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아들보다 한 살 많은 아이를 키우고 있는 언니는 유치원 독서골든벨 선정도서인 이 책을 아이가 읽고 싶어 하는데 도서관에 있는지 확인해 줄 수 있냐고 물어왔다. 마침 도서관에 이 책이 있었고, 도서관 가는 김에 빌려다 주었다. 충분히 읽은 후 독서골든벨이 끝나자 이 책을 다시 돌려주었다. 원래 나는 읽을 생각이 없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책장을 넘겨보았다. 책장을 넘겨보지 않았더라면 후회했을 정도로 간단하지만 너무 멋진 이야기였다.


필할아버지 농장에 수탉이 한 마리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이 수탉의 집 앞에 배달된 하나의 갈색상자. 이 갈색상자 안에는 바로 금빛실로 수놓아진 청바지가 있었다. 수탉은 청바지를 보고 기뻤다. 주문한 지 반나절밖에 안 됐는데 기다렸던 청바지가 벌써 왔다는 사실에 뛸 듯이 기뻤던 수탉. 이 대목에서 나는 요즘 밤에 배송 주문하면 바로 다음날 아침 새벽배송으로 물건이 와있는 쿠* 로켓배송이 생각나기도 해서 웃음이 났다.


수탉은 청바지를 보자마자 바로 입어봤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쏟아질 다른 동물들의 부러운 눈초리를 생각하며 흐뭇했다. 그렇게 청바지를 입고 밖으로 나갔는데 다른 동물들의 반응은 수탉이 예상했던 반응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다른 동물들은 수탉 쟤 다리 왜 저러냐는 식의 반응들이었다.


다른 동물들의 부러워하는 반응을 생각했던 수탉은 예상과 다른 반응에 의아했고, 한편으로는 속상하기도 했다. 그래서 다시 집으로 돌아왔는데 집에서 거울을 본 수탉은 자신의 모습을 보고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남들이 뭐라 하든 무슨 상관이야?

내가 좋으면 됐지 “


나의 삶의 모토도 그렇다. 이전의 삶은 나도 남의 이목을 많이 신경을 썼었다. 그래서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느라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못하고 속이 상할 때가 많았었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점점 나이 들어갈수록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 하게 되었다. 그게 다른 이들이 어떻게 생각하든지 상관없이 말이다. 다른 이들의 반응을 신경 쓰지 않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니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내 주변지인들도 나의 이러한 생각을 멋지다며 부러워한다.


수탉은 남들이 뭐라 하든지 다른 동물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기로 결심을 했다. 그래서 청바지를 입은 채로 밖으로 용기를 내어 다시 다시 나갔다. 다른 동물들도 미안했는지, 그리고 수탉의 청바지를 입은 모습이 용기 있어 보이는데 반해 그걸 따라 하지 못한 자신들을 다시 생각했다. 오히려 나는 다른 동물들이 수탉을 따라 하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조차 없는 듯 보였다. 수탉은 또 금빛조끼를 주문했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는 수탉이 용감하고 멋지다. 물론 이러한 성향이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선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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