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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여행자 Jul 10. 2024

출발! 자동차여행

표지부터 설렜던 그림책이었다. 화려한 밤거리, 불꽃놀이를 하는 듯한 폭죽과 건물에 수놓은 조명. 자동차 여행을 떠나는 듯한 모습의 표지. 이들은 과연 어디로 떠나는 걸까? 모자랑 옷을 입고 안전벨트를 하고 있는 모습에 당연히 사람이 자동차 타고 있는 거겠지라고 생각을 하며 이 책을 봤었다.


도시를 지나고 터널을 지나 기찻길 앞에서 기차보다 빨리 가보려고도 하고 비행기가 되어 하늘을 날기도 하고 잠수함이 되어 바닷속을 달리기도 하고 우주선이 되어 밤하늘을 날아오르기도 했다. 꿈만 같았던 자동차여행. 어느덧 푸른 초원이 보이고 그 초원을 유유히 다니는 말들이 보였다. 자동차는 초원을 지나 깊은 숲 속을 들어갔다. 숲 속을 지나자 “익숙한 향기가 나”라고 했다. 이때부터 ‘응? 이게 무슨 소리지?’ 싶었다. 이 문장을 보고부터 평범한 자동차여행이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자동차 안에는 사람이 타고 있고 사람이 여행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었다.


차가 멈췄다. 달리는 자동차의 뒷모습만 나오다가 드디어 자동차의 앞모습을 보여줬다. 자동차 안에는 토끼와 곰이 타고 있었다. 반전이었다. 토끼와 곰은 입고 있던 옷과 모자를 벗어던지고 각자 서로의 길로 인사를 하고 떠났다.

그런데 마지막 문장과 뒷 면지를 보고 의미심장했다. “즐거운 여행이었어”라고 곰이 인사를 건넸다. 토끼는 “내 말이 맞지?”하고 대답했다. 토끼의 이 말은 꼭 자신의 말을 들어 자동차를 타고 오길 잘하지 않았냐고 곰에게 확인하는 것 같았다. 이 대화를 보면서 자동차여행을 먼저 주도했던 건 아마 토끼였지 않았을까 싶었다. 마지막문장을 보니 이들은 집에 돌아오고 싶어 했었다. 그리고 뒷 면지를 봤다. 놀이동산 같은 곳 서커스천막의 철조망에 갇혀있던 토끼와 곰

이들의 자동차여행은 아마 언젠가는 꼭 했어야 했던 그런 자동차여행이 아니었을까? 자유와 행복을 갈망했던 토끼와 곰이 자동차를 매개로 천막의 철조망에서 뛰쳐나왔던 것은 아니었을까? 앞자리에 토끼와 곰만 있었지만 왠지 느낌에 뒷 면지에 토끼와 곰과 함께 있었던 홍학과 거북도 뒷자리에 같이 탔어서 중간에 내려줬던 건 아니었을까? 그림책 페이지를 넘겨보면서 상상을 했었다. 이들의 돌파구는 바로 자동차였던 것이었다. 그 철조망 안에서 갇혀 지내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자동차를 타고 달리기 시작했을 때 소위 말해서 작당모의를 했을 때 얼마나 설렜을까? 터널이 나오는 장면에서 무섭다고 했을 때 단순히 터널 안이 어두워서 무섭다는 줄 알았는데 이 책을 다 읽어보니 왠지 몰래 나온 듯한 이들이 나중에 어떻게 될까 봐 두려움과 걱정, 불안함을 나타냈던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동차 안에 사람이 아닌 동물이 있었다는 점도 반전이었는데 내용 또한 반전이었던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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