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과 함께 세계로, 지구 한 바퀴 알래스카 크루즈 여행
이틀 밤 낮을 쉼 없이 달려 이른 아침 케치칸 항구에 크루즈가 도착한다. 크루즈가 일단 정박하면 크루즈에서 투어를 신청한 사람들이 안내판을 들고 인솔하는 사람들을 따라 내려 인원을 파악하고 대기하고 있는 버스를 타고 출발한 다음 일반 승객들이 내린다.
일반 승객들이 나오고 나면 근무가 없는 승무원들도 나와 관광을 즐기거나 쇼핑을 한다. 우리는 투어에 참가하지는 않고 시내로 나와 본다.
캐나다와 미국의 국경을 넘었지만 그런 실감이 없다. 하지만 우리가 미국 국적의 크루즈에 탈 때 벌써 국경을 넘는 수속을 마쳤고 여권에도 미국에 입국한 스탬프가 찍혀 있으니 미국에 들어왔다고 새로울 것도 없다.
케치칸은 알래스카에서 최고 남쪽에서 가장 큰 도시이다. 알래스카에서도 4번 째로 큰 도시이고 알래스카로 들어오는 관문이다. 연어가 많아 연어 통조림 공장이 들어서고 골드러시에 많은 사람들이 들어왔다는 곳이다.
크루즈에서 내려 보석가게들이 즐비한 거리를 지나 크릭 스트리트로 가 본다. 거리는 케치칸 강을 따라 거리가 조성되어 있고 오래된 목조 건물들이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가게의 대부분은 기념품 가게로 이용되고 있으며 안쪽으로 들어가면 게스트하우스로도 이용이 되고 있다.
알록달록 아름답게 장식된 기념품 가게들은 크루즈에서 내리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고 있는데 돈 많은 관광객들을 상대하기에 조금은 고급지고 비싼 물건들이 많다.
케치칸은 알래스카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라고 하지만 시내를 둘러보는 데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4킬로 정도 떨어진 삭스만 토템 공원을 찾을까 했지만 버스를 타는 것도 그렇고 오락가락하는 비가 발목을 잡는다.
일단은 케치칸 시내에 있는 토템 박물관을 찾아간다. 사람과 곰과 독수리의 형상을 깎아 토템을 만든 것들이 많다. 토템은 우리에게도 친숙하게 다가온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길을 사람들의 인적이 드문 공원길을 따라 거닐어 본다. 투어를 신청하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것도 여행이라 할 수 있겠지만 나만의 코스를 찾아가는 것도 하나의 묘미가 된다. 내가 이용하는 스마트폰 어플을 이용하면 도시에서 제일 인기 있는 명소와 지도가 있어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이 어플에서 이야기하는 이곳의 명소 첫 번째는 삭스만 토템 팍크라 하는데 조금 멀리 떨어져 있다. 인근의 여행사에서 투어가 있는데 생략하기로 한다. 두 번째가 이곳의 토템 헤리티지 센터다. 그래서 한번 방문을 하고 조금 떨어져 있지만 세 번째 명소 훠스트 루터런 처치를 찾아가 보고 온다.
투어를 신청하여 버스를 타고 명소를 안내원의 설명을 들으며 관광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이렇게 혼자 또는 집사람과 함께 이렇게 걷는 것도 나쁘지 않다. 먼 거리는 혼자서 다녀온다.
공원을 둘러보고 토템 박물관을 찾아보고 하염없이 시내를 방황도 하고 쇼핑센터에 들어가 무언가 필요한 것이 있을까 찾아보기도 하며 그렇게 하루를 걷는데 소비한다.
하루 종일 크루즈를 올랐다 내렸다 하며 케치칸 시내를 돌아다니다 다시 크루즈에 올라 저녁을 먹고 잠에 빠졌다. 날씨가 좋으면 일몰과 일출을 보러 나왔을 텐데 날씨가 좋지 않아 그냥 푹 쉰다.
하룻밤을 자고 나니 후나에 도착해 있다.
케치칸에서 저녁에 출발하여 아침에 후나에 도착한다. 오늘도 날씨는 사흘을 굶긴 시에미 상을 하고 있다. 날씨도 쌀쌀하고 구름이 짙게 드리워져 마음도 착 가라앉는다.
크루즈가 항구에 도착하자 고래를 보기 위해 관광객을 태우고 갈 유람선이 대기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빠져나가고 우리도 크루즈에서 내려 후나 시내를 둘러보기 위해 길을 나선다.
크루즈에서 내리자 우리를 맞이 하는 것은 페리 터미널이다. 연어가공공장 전시장과 기념품 가게 등을 지나 후나 시내를 향해 걸어간다. 선착장에서 시내까지 수시로 버스가 운행되는데 우리는 걸어가기로 한다. 지도상으로 보면 약 2킬로 정도니 부담이 없다.
아무 생각도 없이 어디를 꼭 찾아가야 할 목적도 없이 그저 길이 나 있는 곳으로 시내를 향해 걸어간다. 멀리 바다에서도 가끔 고래가 물을 뿜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길가의 높은 곳에는 흰머리 독수리가 바다를 응시하며 먹잇감을 노리고 있다.
그렇게 얼마를 걸었을까 후나 시내가 나타난다. 아주 조그만 어촌 마을 같기도 한데 사람들의 별로 보이지 않는다. 길을 것 보니 어부의 딸이라는 카페에는 사람들이 조금 있다. 아마 생선 요리를 파는 식당 같기도 하다.
그렇게 조그만 시골 도시를 한참을 걸어본다. 원주민이 살고 있는 집을 지나치는데 그리 부유하지 않은 것 같다. 가구들이나 가전제품이 정말 오래되어도 너무 오래된 것들이다.
후나 시내를 지나 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간다. 크루즈가 떠날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아 있으니 한 시간 정도 걸어갔다가 다시 돌아오면 될 것 같아 작정을 하고 걸어가는데 지나는 차가 멈춘다. 이곳에는 야생 곰들이 있어 걸어 다니는 것은 위험하다며 주의를 준다.
정말 인적이 드물고 조금 무서운 생각이 들긴 들었는데 원주민으로부터 곰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더 무서운 생각이 들어가던 길을 되돌아 시내로 돌아온다.
시내를 다시 돌아 크루즈를 향해 가는 길 바다에서 고래가 보인다. 멀리 물이 뿜어져 올라오고 검은 물체가 움직인다. 고래가 움직이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고래를 보기 위해 유람선을 타고 떠났는데 우리는 여기서 고래를 보고 있다니 우리가 행운을 잡은 것 같다.
그리고 크루즈가 있는 항구로 돌아온다. 다시 크루즈로 돌아가려니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크루즈가 정박된 해안가 쪽으로 자갈로 뒤덮인 해안이 이어져 있다. 해안을 따라 걸어가 본다.
해안을 따라 한참을 걸어가다 보니 해안과 연결된 삼림의 산책로가 보인다. 산책로를 따라 하염없이 걸어가 본다. 여기에서도 곰이 출현할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으나 이렇게 사람들이 걸어 다니게 만들어 놓은 산책로에 사나운 곰이 나타나지는 않을 거란 생각에 그냥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걸어본다.
산책로를 따라 한참을 걷다 보니 다시 해변으로 나온다. 거기서 또다시 고래가 포착된다. 검은 물체가 위로 올라오고 물을 뿜고 위로 솟구치다 물로 들어간다. 정말 집채 만한 고래의 움직임을 야생에서 보게 된 것이다.
아침 크루즈에서 내려 하루 종일 후나를 돌고 또 돌아다녔다.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하였고 알래스카의 조그만 도시에서의 삶을 조금은 엿볼 수 있었고 고래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정말 좋았던 하루였다.
그렇게 후나에서의 하루도 저문다. 계속 비가 내리고 우중충한 날씨였는데 해가 질 때쯤에는 구름이 조금 걷혀 아름답게 물들여지는 저녁노을과 함께 지는 해의 모습을 보여 준다.
다시 크루즈는 주노를 향해 뱃고동을 힘차게 울리며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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