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과 함께 세계로, 95일간의 아프리카 여행
치매니마니 해븐 로지에서의 밤에 많아 추웠던가 보다. 나는 추울 거라 예상을 하고 또 감기가 아직 몸을 떠나지 않아 돈을 더 지불하고 방에서 잤는데 텐트를 치고 자던 사람들이 카페의 벽난로 근처에서 침낭을 뒤집어쓰고 잠이 들어 있다.
밤에 많이 추워 텐트에서 잠을 자지 못하고 안으로 들어와 잠을 잤던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밖으로 나오니 완전 초겨울 날씨와 같이 많이 쌀쌀하다. 산악지대에서 일출을 보려고 일찍 일어나 나와 보니 아직 해가 뜨지 않았나 싶었는데 캠핑장을 벗어나 조금 벗어나니 벌써 해가 중천에 떠 있다.
산악 지대에 있다 보니 지형상으로 해가 보이지 않았는데 그 산을 벗어나니 해가 찬란하게 비추는 새로운 경치가 비친다.
이곳 산악지대는 이제 초봄이 시작되는가 싶다. 우리나라에서 보는 초봄의 꽃인 매화와 비슷한 꽃이 길거리를 장식하고 새순이 나오는 나무들의 모습이 새봄을 실감하게 한다.
산 위에서 피어나는 햇살과 새봄을 느끼게 하는 봄꽃, 나무들의 새순과 새잎들이 서로 봄이 왔다고 뽐내는 아프리카의 산악 마을이 아름다움을 넘어 경이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숙소를 나와 아름다운 경치에 홀려 길을 따라 걸어 나와 본다. 사람들의 인적이 없는 시골길을 아무 생각 없이 걷고 또 걷는다. 길 밑으로는 마을이 형성되어 있고 마트도 있고 음식점도 그리고 법원 사무실도 있고 행정상 중요한 도시가 있는데 이 산길은 정말 한적하다.
그렇게 한적한 길을 하염없이 걷는다. 사람들의 왕래가 없어 조금 무서운 생각이 들 법도 한데 이 길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런 길에서 사람을 만나면 반갑다는 인사를 서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은 길이다. 우리가 산에 등산을 하다 사람을 만나면 서로 반갑습니다, 수고하십니다 하고 인사를 하며 지나치듯 여기도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의 포근한 마음이 위험하다는 생각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아름다운 자연환경에서는 사람이라는 것이 얼마나 초라하고 하찮은 존재인가 실감이 되기도 한다.
그런 마음을 갖고 산길을 한참을 걸어가는데 앞에서 이상한 물체가 뛰어오른다. 이런 길에 무슨 동물인가 했더니 캠핑장에서 기르는 커다란 개다. 우리들과 음식도 같이 나눠 먹고 쓰다듬고 같이 놀던 친구가 내 앞에서 왔다 갔다 하며 꼬리를 치며 반갑게 오간다. 나를 알아보고 호위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위험에서 나를 보호하는 것 같기도 하다. 둘이서 오랜 시간 같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산길을 걸으며 위안이 되었다.
치매니마니의 산장에서 보내는 이틀 밤은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 젊은 사람들은 국립공원이나 자연보호구역, 또는 빌리지 투어를 떠나기도 하였지만 나는 캠핑장 인근의 트래킹 코스를 돌고 마을 둘러보며 이곳 사람들이 이용하는 식당에서 이곳 음식도 먹고 우리나라의 막걸리와 비슷한 바나나 비어도 마셔보고 짐바브웨 산악 마을에서의 정취를 한껏 누려보았다.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하레라와 이곳을 지나며 제일 추위를 느꼈던 것 같았다. 이른 아침을 산길을 걷다가 그늘진 곳에는 서리가 하얗게 내린 모습을 보고 아! 여기는 아직 봄이 오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을 가졌다. 그래도 봄꽃은 봄이 왔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틀 밤을 치매니마니의 해븐 로지에서 보내고 다시 트럭은 다음 목적지를 향해 출발한다. 아프리카의 새로운 여행지를 향해 떠나는 길은 언제나 새롭고 흥분되는 길이다.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정말 아름다운 길인데 여기에서 사는 원주민들에게는 힘든 길이기도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트럭을 타고 넘어가는 고갯길을 머리에 짐을 이고 허리에는 애를 업고 넘어가는 원주민들의 모습에서 그들의 고단한 삶이 엿보인다.
그렇게 험준한 산을 넘는데 산에는 잘 가꾸어진 산림이 눈에 들어온다. 나무를 키우기 좋은 기후와 비옥한 산에 경제성 있는 나무들을 심어 키우고 인근에는 대단위 목재 공장이 들어서 목재를 생산하는 것이다.
잘 가꾸어진 농장과 산림들이 부럽게 다가온다. 짐바브웨에서 지금은 통용되는 화폐가 미국 달라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화폐가 거의 공식적인 화폐로 사용되고 있지만 얼마 전에 짐바브웨의 화폐가치는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가치였단다. 지금 그 화폐가 기념품으로 팔리고 있기도 하다.
그렇게나 어쨌거나 이곳은 농업이 잘 발달되어 있고 사람들의 생활수준도 말라위나 모잠비크의 시골 마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골 마을의 집들도 조금은 세련되고 아름답기도 하다.
시골을 지나는 주택들의 모습과 길을 지나는 바오바브나무들 모습도 다른 나라에서 보는 것보다 더 세련되고 아름다운 모습을 뽐내는 것 같기도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아프리카의 먼길을 달려오면서 이곳처럼 아름답고 조금은 세련된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도 드물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거쳐 왔던 케냐의 나이로비나 탄자니아의 다르 에스 살람이나 잔지바르의 스톤 타운, 말라위의 릴롱궤, 짐바브웨의 하라레 등의 대도시를 지나왔지만 그래도 시골길은 좀 아니다 싶었는데 이곳을 지나며 좀 나은 곳이라는 곳을 부인하긴 어렵다는 생각이다.
시골길을 달려도 탄자니아나 말라위, 모잠비크와는 조금 다른 그런 시골을 달리고 달린다. 다른 무슨 근거를 갖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고 여행을 하면서 느낀 감정이다.
치매니마니의 해븐 로지에서 출발한 트럭은 거의 다섯 시간을 달려 짐바브웨의 그레잇 내셔널 모누멘트에 도착한다. 이곳을 둘러보며 아프리카가 미개한 식인종의 대륙이라는 인식을 접는 계기가 되었다.
아프리카 대륙은 지역에 따라 문명이 발달하고 주변 환경도 좋을 뿐만 아니라 누가 살더라도 쾌적하고 아늑한 환경에서 자기들이 누릴 수 있는 모든 여건이 잘 갖추어진 대륙이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