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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진미 Sep 25. 2022

분노_ 감정의 잔해더미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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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에도 어떤 동력이 필요하다. 힘을 잃는 순간 그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린다. 동력이 없는 분노는 힘을 잃고 무너져 내린다. 그곳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나는 분노의 얼굴을 용기 내어 바라보아야 했다. 한순간에 무너져 내려 매몰된 뒤엔 제대로 헤어 나올 수 없을 것 같았다. 그 지독한 잔해 속에서는 누구라도 증오와 환멸과 절망, 이상한 상실감을 마주하게 된다. 그렇지 않고서는 빠져나오기가 너무도 어렵다. 끔찍한 잔해 속에서 허우적대며 나온 내가 마주한 건 사막에 서 있는 듯 허망한 마음뿐이었다. 상대에 대한 허망함은 물론 나 자신에 대한 허망함에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그것들을 하나하나 넘다 보면 어느 순간 잔잔한 수면을 마주하게 된다. 슬프고 애석하고 안타까운 감정의 작은 파도만이 누워 있는 내 얼굴을 찰박찰박 건드린다. 분노는 사라졌다. 파도에 씻겨 어느 지점에서 잃어버렸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수많은 감정의 파고 속을 헤매다가 나도 모르게 손을 놓쳤다. 대신 그곳을 빠져나온 내 손엔 다른 손이 잡혀 있었다. 마지막에 잡게 될 손이 누구의 손 일지는 각자의 경험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누군가는 애증의 손을 잡고 있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연민의 손을 잡은 채 일수 도 있다. 평온의 손을, 원망의 손을 잡은 사람도 있겠지. 내가 잡고 있는 손이 누구의 손인지 나는 아직 얼굴을 들여다보지 못했다.



모욕으로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편견이 말로 전해지는 한, 손해를 보는 사람은 그 편견을 품은 사람뿐이다. 최선의 방어책은 모욕을 거부하는 것이고, 최악의 방어책은 어느 때든지 모욕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엘리너 루스벨트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동의하지 않는 한, 어느 누구도 당신에게 열등감을 줄 수 없다.”     

... 중략...

통증은 질병에서 오고 괴로움은 불편함에서 온다. 심장발작은 몸의 통증을 야기하고, ‘실의’는 마음의 괴로움을 야기한다. 통증은 마음대로 제거할 수 없지만, 괴로움은 불편함의 원인을 알기만 하면 얼마든지 해소할 수 있다. 당신의 심장이 발작을 일으킨다면, 이를 멈추기 위해 당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실의는 다르다. 이것은 질병이 아니라 불편함에 그 원인이 있기 때문에, 당신은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할 수 있다.  <철학 상담소> 루 매리노프     


루 매리노프는 피해와 모욕을 혼동하면 비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으므로 모욕과 피해를 근본적으로 혼동하지 말 것을 경고한다.




목록_     

01. 프롤로그_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방식

02. 서점_ 주인 모르게 홀로 팔아버린 책들

03. 리본_ 범인을 잡기 위해 놓은 덫에 걸린 나

04. 브래지어_ 입었을까 안 입었을까?

05. 미미_ 진짜는 무엇이고 가짜는 무엇인가

06. S_ 자기 나름의 이해란 곧 오해의 발판이다

07. M_ 나는 여전히 기다리고 있어

08. 아빠_ 간신히 되찾았으나 기어코 잃어버렸다

09. 분노_ 감정의 잔해더미에서 살아남기

10. 개그감_ 나이가 들면 웃을 일도 사라지고

11. 머리숱_ 자연스럽다기엔 좀 억울하다

12. 에필로그_ 잃어버려서 잊어버린 걸까, 잊어버려서 잃어버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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