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재질의 특성

by 민달이

철은 밤이 돼서야 집으로 왔다. 저녁 내내 기다려도 보이지 않던 녀석의 그림자가 해가 지고 가로등이 켜지자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냈다. 멀리 아들의 그림자를 본 혁은 들어가 자리를 펴고 누웠다. 집안으로 들어 선 철은 화가 난 것도, 풀린 것도 아닌 뻘쭘함에 안방 문 앞에 기대앉았다. 미닫이문을 사이에 두고 둘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자리에 누운 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녹이 슨 쇠를 보면 가슴이 미어진다. 철은 자연으로 돌아가려고 끊임없이 노력하지. 붉게 녹스는 게 그 증거다. 너는 모르겠지만... 붉은 녹의 냄새를 맡으면 애처롭기도 하고. 어미를 잃은 짐승을 보는 것 같이 여기. 가슴이 쓰리곤 해.

철이 방문 쪽으로 고개를 틀었다. 유리 너머로 불 꺼진 방 안이 아득했다.

-어휴, 아빠 그건 좀.

-뭐가 그건 좀이냐! 다른 것들은 그렇지 않지만 오직 철만이 감정을 지닌다. 붉은 녹이 슬고, 더우면 늘어나고, 추우면 줄어들지. 그게 뭘 뜻하는 거 같냐.

철은 방문 앞바닥 장판이 갈라진 곳을 손톱으로 긁으며 대꾸했다.

-그건 그냥 재질의 특성이라고요.

그러자 방안에 누워 있던 혁의 목소리가 단호하게 문을 넘어왔다.

-아니. 살아있다는 거다.

철이 길게 뜯어지는 장판을 좀 더 잡아 뜯으며 말했다.

-네네.

방안에서는 아무소리도 나지 않았다. 장판을 뜯던 철이 귀를 기울였다. 뭐라고 쥐어박는 소리가 나와야 하는데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머리를 기울여 방문에 대고 물었다.

-자요?

-그래. 너도 그만 가서 자라.

철이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섰다. 좁은 주방의 불을 끄고 돌아서는 데 낮고 쉰 혁의 목소리가 들렸다.

-바보 같은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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