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노인

by 민달이

* 스패터: 용접 시 튀는 불꽃. 식으면 동그랗고 작은 쇳덩이가 된다--


철은 자신이 편의점 앞 노인을 찾아 가고 있는 것에 대해 스스로도 의아했다. 석주말대로 미친 사람일 뿐이다. 철도 알고 있었지만 학교조차 가지 못하는 무료한 일상에 그저 해괴한 노인을 구경하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쩐지 그런 자신에게 당황스러운 기분도 들었다. 아무려나, 눈앞에 있는 돌을 툭툭 차며 편의점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막 모퉁이를 돌아설 때 노인보다 성민을 먼저 발견했다. 철은 성민을 불러 세웠다.


-야!

성민이 깜짝 놀라며 철을 바라보았다. 가방끈을 바짝 조이고 어깨를 움츠렸다.

-너 나 알지?

성민은 어쩔 줄 몰라하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 초 초등학교때부터 친구잖아..

-친구?

철의 표정에서 불쾌한 기분을 읽어낸 성민은 얼른 말을 바꿨다.

-아 아니! 동창.. 동창 말야.

철이 상관없다는 듯 입을 떼었다.

-니네 집이 이쪽이야?

-아니... 저쪽

성민은 편의점 오른쪽 골목길을 가리켰다.

-그래? 근데 저 할아버지 어떻게 알아?

철이 턱짓으로 편의점 앞에서 드러누워 있는 노인을 가리켰다.

-아니. 잘 몰라...

철이 의심스럽다는 표정으로 성민을 보았다.

-아는 사람 아니라고?

성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냥 동네에 늘 있는 미친 할아버진데 이상한 소리를 많이 해서... 유명해. 그래서...

-그래서?

성민의 얼굴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냥... 나는... 석주가 놔주지 않을 거 같아서...

철은 성민의 멱살을 잡고 있던 석주를 떠올리며 인상을 썼다. 성민은 그게 자기 때문인 줄 알았는지 몸을 움찔거리며 눈치를 살폈다. 철이 땅에 신발코를 톡톡 찍으며 말했다.

-알았어. 가봐.


골목길로 들어서다가 힐끗 힐끗 뒤를 돌아보는 성민을 향해 갈길 가라는 손짓을 했다. 성민이 편의점 옆길로 완전히 사라지는 걸 확인 한 철은 편의점으로 들어가 아이스크림을 하나 샀다. 천천히 노인 뒤쪽에 놓여 있는 파라솔 의자에 앉아 껍질을 호로록 벗겨 크림부분을 베어 물었을 때, 노인이 흥얼흥얼 이상한 타령 같은 걸 부르기 시작했다. 호기심이 일은 철은 슬쩍 몸을 앞으로 숙인 채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노인이 읊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푸울립 한 장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벽 작은 틈에서~ 숨 막힐 듯 토하는 울음 그러나 나 여기 살아 있소~ 철은 노인이 판소리처럼 운율을 타며 읊조리는 내용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이상했다. 그건 마치 아름다운 시처럼 철의 가슴 속으로 파고 들었다. 노인 스스로의 처지를 말하는 것 같아 안쓰럽게 느껴졌다.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노인이 미친 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인은 같은 타령을 여러 번 반복했다. 의자에 기대어 흥얼흥얼 거리더니 이번엔 다른 타령을 시작했다. 별은 그저 별일뿐이지~ 오늘도 별이 진다네~ 별이 지면 슬퍼 비만 내리는. 부아앙- 끼이익-, 그때 갑자기 급정거하는 차 소리에 노인은 타령을 그만두었다.


남자 하나가 차를 세우고는 편의점 앞으로 뛰어 오고 있었다. 편의점 앞에 설치되어 있는 atm 기계 앞으로 남색양복을 입은 젊은 남자가 급하게 섰다. 노인이 다시 눈을 지그시 감고 이상한 타령을 계속했다. 기계에 카드를 넣던 남자는 그때서야 노인의 존재를 느꼈는지 힐끔 뒤를 돌아보았다. 남자는 비밀번호를 누르면서도 계속 뒤를 힐끔거렸다. 카드를 넣고 돈이 나오는 순간까지 누군가 자신을 덮치기라도 할까 불안한 듯 자꾸만 뒤를 돌아보며 몸집을 부풀렸다. 마침내 기계가 돈을 토해내자 남색양복은 재빨리 안주머니에 돈을 집어넣은 뒤 빠르게 그곳을 빠져 나왔다. 차에 올라타면서도 힐끔대던 남자는 차를 뒤로 빼고 출발하는 순간까지 노인을 노려보았다. 노인은 그러거나 말거나 코를 후비고 술을 마시고 다시 타령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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