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롱조롱 거미줄엔? 옥구슬
10/11 (토)
이제는 익숙하기까지 한 비가 여전히 부슬부슬 내렸다. 정 작가와 산책을 하다가 문득 철쭉 할머니가 생각났다.
이래저래 바쁜 날들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아이코. 열흘이 넘게 들르질 못했다.
"정 작가님, 저 위에 오르막길 위 엄청 큰 하얀 개 키우는 거 아셔요? 거기 할머니댁을 좀 들르려 하는데 함께 가실래요?”
“네, 좋아요!! 저는 못 가본 곳 같아요” 정 작가는 흔쾌히 동행했다.
오르막길을 쌕쌕 대며 오르고 난 뒤 넓게 펼쳐진 평상을 보며 정 작가는 놀라워했다.
“와, 여기 이렇게 좋은 곳이 있다고요?? 처음 와봐요”
할머니는 주무시고 계신가 했더니 인기척을 내자마자 밖으로 나와 보신다. 여전히, 나를 정확히 기억하시는 눈치는 아니었으나 그 반가운 얼굴은 이제 읽어낼 수가 있었다. 시원한 물을 한 잔 얻어마시고 동요 한 곡을 또 같이 불렀다.
쫑알쫑알 싸리잎에 은 구슬 - 조롱조롱 거미줄에 옥 구슬 -
최근 기억은 쉽게 지워져도 오래전에 부르던 노래만은 명료하게 할머니의 기억의 방에 남아있는 듯하다.
우리 할머니도 그러셨었지. 때때로 나를 잊곤 하셨어도 내가 "나의 사알던 - 고향은 - " 하고 노래를 시작하면
"꽃 피-는 도 옹네- " 하고 술술술 기억해 내어 부르셨다. 그때만큼은 열네 살 소녀의 얼굴로.
할머니와 안녕을 하고 나오는데 갑자기 콧날이 시큰-.
이제는 올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나의 인사가 예전만큼 가볍지 않지만 별 수 없다. 그래도 한 번은, 두 번은 더 오겠지. 할머니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