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은 선택을 하는 방법, 있을까?
언젠가 참 재미있게 읽은 제목이 기억 안나는 어떤 책에서 저자 '막시무스' 는 말했다.
'내가 충고 하나 하는데 나한테 충고하지 마!'
말장난 같이 보이지만 뼈를 때리는 유머에 십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구절만은 기억하고 있다.
나는 크로아티아 교환학생에 합격했고 (오예!) 들뜬 마음으로 하루하루 지내고 있다. 그러다 엄마에 대한 걱정이 문득 들었다.
엄마가 어디 한 군데만 아프다 하면 호들갑을 떨게 되는 보호자인 나는 엄마의 안색과 컨디션에 아직은 일희일비하는 중이다.
폐암 수술 후 추적검사 중인 엄마. 이번 4월 말 검사 통과하면 다음 검사는 7월 말이 된다. 그럼 그다음 검사인 10월 말 검사 때 엄마는 나랑 같이 유럽에 있어야 한다.
물론 주치의와도 상의해야겠지만, 엄마의 암 진단과 수술을 겪으며 내가 의지하던 인터넷 카페에 조언을 부탁하는 글을 올렸다. 훗날 같은 수술을 겪으며 두려워할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을 위해 수술, 수술 후 회복 후기 등을 꼼꼼하게 공유하던 가족 같은 카페였다. 짠순이인 내가 카페 운영비를 모금한다는 글에 단 돈 몇만 원이라도 즉시 이체할 정도로, 같은 병과 싸우고 있는 동지들이 가족같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그런데 이런 댓글이 올라왔다.
"하아.. 환자에게 딸 뒷 버러지 하고 애 봐달라고 하는 것아 씁쓸하네요.."
정말 그런 걸까? 나는 엄마와 좋은 곳에 가서 같이 쉬고 오고 싶은 게 다였는데.
솔직히 마음이 안 좋았다.
'내 엄마고 이 세상 그 누구보다 우리 엄마를 위하고 걱정하고 챙기는 사람은 나뿐인데..'
씩씩거렸고, 화가 나는 것 같았다.
'자기가 뭘 안다고, 하아.. 거려!'
괘씸하다는 생각을 하다, 살짝 우울해졌다.
'우리 엄마 폐암 3기였지. 이런 여행은 무리일까.'
그러다 눈물이 났고, 한참을 울었다.
근데 내 잘못이었다.
조언을 구한 내 잘못.
임신했을 때는 매일 들어가 정보를 찾던 맘 카페. 그곳에는 정말 다양한 글들이 올라온다. 신랑 이야기 시댁 이야기 등등. 신랑에 대한 욕을 한 바가지 써놓고 저 어떡할까요 묻는 글에 많은 댓글은 그 신랑에 대한 엄청난 욕과, 당장 이혼하라는 글을 퍼붓는다.
그래서 그런 카페에 다시 안 들어간다.
10년 전, 지금은 기억도 안 나지만 그때는 무엇보다 심각했던 A냐 B냐는 고민에 허덕일 때, 이모부가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지금 A를 선택하던 B를 선택하던, 그 선택이 옳았는지 아닌지는 먼 훗날이 되어야지만 알 수 있어. 그럼 뭐를 선택하든, 그 선택을 옳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 되는 거야.
그 말이 맞았다. 도박이 아닌 한, 내 선택의 결과를 당장은 알 수 없다. 내가 걷는 길이 맞는 길이 되도록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남이 아무리 뭐라 해도 그들은 내 인생에 대해 1도 책임져줄 거 아니다.
내가 결정하고, 내가 책임지는 것이다.
수술과 치료 후 일반인처럼 건강을 찾은 엄마도, 이 여정에 참여하고 싶다는 선택을 했다. 지금 여행루트를 짜며 삶의 활력을 찾으셨다.
문제는 4살 된 아기인데, 엄마 껌딱지인 이 녀석도 어찌 됐건 나랑 할머니랑 같이 간단다.
출국하기 전까지, 나는 아마도 고민을 이어가겠지만 결국에는 갈 것이다.
하고픈 일을 못해보고 후회하는 성격은 아닌지라.
대신, 다짐한다.
우리 모두 잘 해낼 것이라고! 믿는 대로 이루어질 테니.
그리고 다시는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프로불편러들이 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도 없고,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란 없다. 모든 일엔 희비와 명암이 있고, 그것이 인생이다.
우리 신랑도 취업 준비할 때 자신이 원하던 꿈의 기업과 어떤 중견기업의 면접 날짜가 겹쳐 고민을 했었다. 모두는 꿈의 기업, 거기는 아무나 못간다 했다. 소위 SKY도 들어가기 어렵다는 회사. 하지만 그는 본인이 원하는 선택을 했고, 결국 합격했다. 불합격했어도 후회는 없었을 것이다. 부딪혀봤으니.
도전을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충고 따위가 아니라 응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