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많은 경우 자신의 입장에서만 상대방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있는 '자기 중심성'으로부터 기인합니다. 자기 중심성은 인간만이 가지는 특징이라 할 수 있으며, 사물이나 상황을 자신을 기준으로 하여 인식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자기 중심성은 사람들 간의 갈등이나 분쟁을 빈번히 유발하는 한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사람들 간의 갈등과 분쟁은 작게는 개개인 그리고 사회, 더 크게는 국가 간에도 존재합니다. 세상의 많은 비극이 많은 부분 자신의 입장만을 고수하는데서 비롯되는 듯합니다. 개인 간에는 직장 동료나 친구, 가족 특히 한평생을 같이 하여야 할 부부 사이의 갈등으로 인해 심각한 분쟁을 겪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세세한 원인은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만큼 아주 다양하겠지만, 문제의 발단이 자신만의 관점을 고수하는데서 비롯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경우 "상대편과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라."는 뜻의 한자성어인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이런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는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머리로 즉 이성적으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수준에서는 힘듭니다. 앞서 언급한 역지사지의 방식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인데, 이는 상대방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진실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기 위해서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상대방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상대방을 가슴으로 느낀다는 것은 상대방의 가슴에 들어가서 상대방의 현재 상황과 감정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온전히 느껴보는 것을 말합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상대방과의 갈등이 생겼던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 바로 그 순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내가 상대방이 되어 그 상황을 온전히 다시 느껴보는 것입니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3~5회 정도 한 다음, 내가 상대방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갈등이나 분쟁이 생긴 그 상황으로 돌아가, 의식을 가슴에 집중한 상태에서 그 상황을 온전히 느껴 봅니다. 1~2분 정도 느껴 봅니다. 이때 위에서 말한 상대방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상대방에 대한 깊은 연민과 함께 진정으로 그를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내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가 않아. 상대방의 가슴에 들어가서 상대방의 심정을 느껴서 될 일 같으면 벌써 되었지’라고 생각되실 수도 있겠지만, 일단 한번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한두 번 만에 안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번 이와 같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상대방을 온전히 느껴보는 연습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상대방을 진정으로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결혼 15년 차 30대 후반 여자분의 코칭 사례를 들어 설명드리겠습니다. 고객 분은 위로 오빠와 아래로 남동생이 있었는데, 집안 형편상 부모님이 오빠와 남동생을 대학 보내느라 자신은 대학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좋아해서 어렸을 때부터 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언감생심 말도 못 꺼내고 꿈을 접어야만 했습니다. 이에 그녀는 자신이 딸이라서 차별 대우한 것에 좌절하여 하루빨리 집으로부터 벗어나고자 20대 초반 중매로 일찍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일찍 홀로 된 어머니의 두 아들 중 장남이었는데, 시어머니가 처음부터 자신이 대학을 나오지 못한 것에 못마땅해하여 결혼을 반대하였지만, 아들이 너무나 좋아하니까 마지못해 결혼을 시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욱이 시어머니는 어려운 가정에서 고생하여 길러 대학까지 가르쳐 놓았는데, 며느리한테 아들을 빼앗겼다고 생각하였는지 매사에 며느리인 자신이 하는 일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무시를 하곤 했습니다.
그녀는 참다 참다 어느 날 남편에게 그간 자신이 시어머니에게 당한 부당한 학대와 무시에 대해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자신의 편을 들어주기는커녕, ‘우리 어머니가 어떤 어머니인데 당신이 그런 말을 하느냐! 당신이 어머니에게 야단을 맞을 행동을 하니 어머니가 그렇게 하지 않았겠느냐’고 큰 소리로 오히려 자신을 몰아붙였습니다. 이 일이 있고 난 이후 그나마 자신에게 잘해 주던 남편은 행동이 돌변하여 자신을 차갑게 다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이런 상황이 너무나 억울하고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설상가상이라고 어느 날 사건이 하나 터졌습니다. 남편의 시동생이 사업에 실패를 해서 재기를 하는데, 사업 자금이 필요하니 남편에게 5,000만 원을 빌려달라고 한 것이었습니다. 남편은 그간 자신을 장남이라고 자신을 위해 많이 희생한 착한 남동생이니 도와줘야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우리 형편도 여의치 않으니 정 그러면 1,000 만 원 정도만 도와드리자고 했는데 남편은 사업 자금인데, 1,000만 원 가지고 쓸게 뭐 있냐면서 적금을 해약해서라도 5,000만 원을 만들어 주자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녀가 계속 반대를 하니, 어느 날 저녁 무렵 시동생이 자신에게 찾아와 온갖 욕을 다하면서 당신이 우리 형제의 우애를 아느냐, 내가 그간 형을 위해 얼마나 양보를 했는데 형이 해준다는데 당신이 뭔데 방해를 하느냐는 등의 말을 하면서 그녀에게 형수라는 말 대신 계속 당신이라는 표현을 써 가면서 모욕감을 주었습니다.
그녀는 이 일을 겪은 그날 저녁 남편 한데 얘기를 했는데, 남편은 자신의 마음을 달래주지는 않고, 동생이 얼마나 급하면 그러겠냐고 하면서 돈을 다 마련해 주자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남편이 마련한 돈과 자신의 명의로 된 적금을 해약하여 시동생에게 돈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녀는 돈도 돈이지만, 무엇보다 남편이 시동생에게 그렇게 심한 모욕을 당했는데, 자신의 마음을 충분히 공감하고 달래주지 않은 것이 너무나 서운하고 화가 났습니다. 남편은 남편대로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리지 않고 마지못해 동생에게 그런 꼴을 보이면서 돈을 빌려주게 된 것이 못마땅한 듯 이후부터 남편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면 사사건건 화를 자주 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일을 겪게 된 그녀는 우울증 증상과 스트레스로 인한 주체할 수 없는 식욕으로 체중이 급격히 불고 있는 중 제게 코칭을 의뢰한 것이었습니다. 저를 만나기 전 이미 거의 90% 이혼하리라 생각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코칭에서 남편에 대한 분노 이슈에 이르자 벌써 얼굴색이 붉으락푸르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에게 남편에 대한 분노 내지는 원망의 정도가 얼마나 되는지 극도의 원망감을 10점이라고 했을 때, 어느 정도 되는지 물어봤습니다. 그녀는 주저 없이 9.5점 정도는 되는 것 같다고 대답했습니다. 저는 그녀로 하여금 1~2분 정도 심호흡을 하게 한 후, 다시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러면 남편 분과의 관계가 지금과 같은 상황에 이르게 된 것에 선생님은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녀는 3초도 지나지 않아, 그녀는 대답했습니다.
“당연히 저는 아무 문제가 없죠! 제게 무슨 책임이 있겠습니까?”
저는 다시 질문했습니다.
“스스로의 양심에 비춰 가슴에 손을 얹고 진실로 선생님은 전혀 책임이 0.001%라도 없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그녀는 대략 30초 정도 잠시 생각하다가, 무엇이 떠오르는 듯 대답했습니다.
“글쎄요, 뭐 그렇게 말하면 제게 0.1% 정도는 있을 수도 있겠지요!”
필자가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니까 아내로서, 선생님의 잘못이 0.1% 정도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신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녀는 다시 30초 후에 대답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한 1% 정도 아니 한 5% 많게는 10%쯤은 있을 수도 있겠네요!”
저는 고객 분이 이제 비로소 자신의 입장에만 매몰된 자기 중심성으로부터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저는 다시 질문했습니다.
“그러면 지금 말씀하신 5~10% 정도 된다고 말씀하신 아내로서의 선생님의 잘못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그녀는 대답했습니다.
“지금까지 나의 분노와 서운함만 생각했지, 남편의 입장을 깊이 생각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저는 남편의 입장이 되어 머리로 이해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하면서, 자신이 완전히 남편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갈등이나 분쟁이 생긴 그 상황으로 돌아가, 의식을 가슴에 집중한 상태에서 그 상황을 온전히 느껴 보라고 얘기했습니다. 자신이 남편이 되어, 아내인 자신을 그리고 어머니를 남편의 가슴과 눈으로 보라고 말했습니다.
한 1~2분 정도 지난 후에 그녀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시어머니와 자신 사이에서 남편이 그간 얼마나 힘들었는지, 장남인 남편을 위해서 그야말로 헌신적으로 양보를 해 준 시동생에게 그동안 남편이 얼마나 큰 부채감을 느껴 왔는지, 그런 자신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그간 얼마나 자신의 입장만을 얼마나 남편에게 토로만 해 왔는지, 그런 자신을 보면서 그간 얼마나 힘들었는지 느낀 듯했습니다. 그제 서야 자신을 생각해서 적금도 남편이 아닌 자신의 명의로 들게 한 것이 생각난 듯했습니다. 남편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거나 자신의 마음을 달래주지 싫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자신도 너무 힘들어서 그런 여력이 없었음을 깨닫게 된 것이었습니다. 거의 10분 정도를 그렇게 눈물로 보낸 다음, 그녀는 오늘 집에 가면 남편에게 자신이 오히려 용서를 빌어야겠다고 말했습니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이, 우리는 대부분 자신의 입장에서만 상황을 재단하려 합니다. 내가 상대방의 입장이라면 실제 마음이 어떻고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헤아리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아픔만 보려 할 뿐 상대방의 아픔에 대해서는 인색한데, 특히 부부와 같이 내게 가장 소중하고 가까운 사람들의 아픔을 쉽게 넘어가 버리곤 합니다. 상대방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내 입장을 내려놓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머리로 그리고 가슴으로 그를 헤아리려 노력해야 합니다. 비단 위의 사례처럼, 부부지간이나 부모 자식 간 혹은 막역한 친구나 지인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불특정 대상의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열린 마음으로 대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보다 평화롭고 살만한 세상을 위해서 말입니다.